역도가 올림픽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2021-08-04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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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어쩐지 다들 너무 잘하더라”
런던 대회서 8위 김민재가 '은메달'

극단의 힘을 간단하게 숫자로 측정할 수 있는 역도는 원년 올림픽인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 때부터 정식 종목이었다. 유서깊은 전통 스포츠 역도가 올림픽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려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6 리우올림픽에 260명이 출전했던 역도 경기 규모를 도쿄에서는 196명으로 줄였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는 120명으로 축소된다. 끊임없는 도핑, 부패 스캔들로 IOC의 눈밖에 난 결과다.
순간적인 힘이 기록을 좌우하는 역도는 약물 유혹에 취약한 종목이다. 그런 구실로 지난 10년간 역도에서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는 600여명이 넘는다.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에 참가한 선수 60명이 도핑테스트에 적발됐고, 그 중 34명은 메달리스트들이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도 금지약물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루마니아, 태국, 이집트, 말레이시아가 역도 선수들을 파견하지 못했다.
올림픽 역도 '약물 파동'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역대급이자 상징적인 사건이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는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역도에서 빚어진 희대의 순위 번복 해프닝을 재조명하는 글이 올라왔다.
애초 런던올림픽 남자 역도 94kg급의 금메달은 일리야 일린(카자흐스탄), 은·동메달은 알렉산드르 이바노프(러시아)와 아나톨리 시리쿠(몰도바)의 몫이었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김민재(당시 29세)는 메달권 훨씬 밖인 8위에 그쳤다.

그런데 4년 후 반전이 일어났다.
금·은·동메달리스트는 물론 4위, 6위, 7위 11위 선수 등 이 종목에 출전한 21명 가운데 7명이 도핑으로 걸린 것. 발각된 선수들은 IOC가 도핑 근절을 목표로 올림픽 당시 채취한 샘플을 재검사한 결과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에 도핑 선수들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5위를 했던 사에이드 모하메드 푸어(이란)가 금메달, 그다음 순위인 8위 김민재가 은메달, 9위인 폴란드의 토마슈 지엘린스키가 동메달을 승계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김민재는 "런던 대회 당시 헉헉대며 인상 한국 신기록(185㎏)을 세웠는데 다른 선수들은 비슷한 무게를 너무나 쉽게 들어올렸다"며 "당시엔 '좀 이상하다'는 느낌만 있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 놀랍다"고 토로했다.
런던올림픽 시상대 위에서 주목받았어야 했지만, 김민재는 7년이나 지난 뒤에야 메달을 대리로 전달받았다. 메달 세리머니를 할 수도 없었다.

김민재는 때늦은 올림픽 은메달 수상에 "선수들은 시상대에 오를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그 기회를 놓친 건 아쉽다"고 고백했다.
미국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지난해 IOC로부터 역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국제역도연맹(IWF)은 강력한 금지약물 방지책을 포함한 조직 개혁안을 도입하는데 실패했다. IWF가 IOC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수백만 달러의 지원금이 날아가고, 주요 후원사와 방송 중계권 계약을 맺지 못하게 되는 등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