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매일' 운동이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 (리뷰)

2021-08-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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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말 활동했던 '영페미'들의 그 후
삶에서 실천하는 이들의 강한 연결과 연대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 포스터 / 이하 인디스토리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 포스터 / 이하 인디스토리

불같이 타올랐던 20대. 운동이 끝난 뒤 활동가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영화 '우리는 매일매일'은 IMF 경제 위기가 국내에 불어닥쳤던 1990년대 말 함께 페미니즘 운동을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형 다큐멘터리 영화다.

'우리는 매일매일' 스틸
'우리는 매일매일' 스틸

전 세계적으로 여성이 겪는 피해와 성범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어느 날 감독 강유가람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미투 운동'과 강남역 살인사건은 그때까지 페미니즘에 관심이 별로 없던 이들의 시선까지 끌어당기며 페미니즘 운동을 대중적으로 확산시켰다. 운동권 중심의 움직임이 범대중적인 관심과 공감을 얻은 것이다.

성평등운동의 패러다임이 드라마틱하게 바뀐 상황에서 강유가람 감독은 고민했다. 어떻게 시대와 발 맞춰 가야 하는지.

1990년대 여성주의 운동을 적극적으로 했던 '영페미' 역시 당시에는 새로운 인물들이었다. 이들은 '언니-동생', '선배-후배' 같은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위계조차 거부하며 적극적으로 사회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과 맞물려 각 대학들에 총여학생회가 설립됐고, 성희롱이 범죄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우리는 매일매일'은 그 때 그렇게 뜨거웠던 '영페미'들의 현재의 삶을 보여준다. 누구는 수의사가 됐고, 누구는 홍대 인디신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며, 누구는 여전히 운동권에 몸을 담고 있다. 운동이 밥을 먹여 주는 것은 아니기에 새로운 벌이의 창구를 만들어낸 이들도 있다.

인상적인 건 여전히 운동권에 있든 그렇지 않든 간에 이들은 생활에서 여전히 젠더를 중심으로 한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삶을 끌어나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매일매일'은 그들 각자의 삶을 평가하지 않고 담백하게 서술함으로써 변화를 위한 크고 작은 움직임 모두를 포용하는 듯하다.

'우리는 매일매일'은 어떤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는 아니다. 운동을 해야 한다, 안 해도 된다 등의 내용도 없다. 다만 실천하는 삶이 주는(혹은 줬던) 기쁨을 통해 오랫동안 지속되는 연결과 연대를 보여줄 뿐이다.

성공의 경험을 지속적으로 나열하는 형식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성취의 경험이 없는 이들이 감정적으로 배제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모두가 고민하고 있다'는 지점이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75분. 12세 관람가.

home 정진영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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