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가니스탄 접수로 새삼 관심받는 '샘물교회 피랍 사건'

2021-08-17 11:41

add remove print link

이슬람에 대한 무지·무모로 전 국민 공분
목사 등 2명 피살…국가에 '적반하장' 소송

1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 전사들이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있다 / 연합뉴스
1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 전사들이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접수로 한국 대사관의 철수 절차 등이 긴급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한국과 탈레반의 과거 악연도 소환되고 있다.

2007년 7월 분당 샘물교회 신도들이 아프간에 선교활동을 하러 입국했다 탈레반에 납치돼 40여일간 감금당하며 2명이 피살됐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엄중 경고를 무시하고 이슬람교 지역에 복음을 전파하겠다며 분쟁 지역인 아프간에 무단으로 입국했다 탈레반에게 인질로 붙잡힌 자승자박의 결과였다.

최근 루리웹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프간 하니 떠오른 샘물교회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해당 사건을 재조명했다.

나무위키
나무위키

선교단이 인천국제공항 출국 당일 여행제한국가 표지 앞에서 비웃듯이 기념사진을 찍은 것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위험성을 간과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인천공항엔 '아프간 여행자제 요망'이라는 경고문이 나붙었다. 외교부는 그해 2월 탈레반이 동료 석방을 위해 한국인을 납치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인천공항 출국장에 여행 자제를 요청하는 안내문을 설치했다. 그런데 이를 대놓고 무시한 것.

해외선교 활동을 지지하는 국민이더라도 전쟁터나 다름없는 지역에 신학적 지식과 전문 지식을 기대할 수 없는 어리고 미숙한 학생들을 파송하는 것은 선교활동이 아니라 쇼로 치부한다. 극단적 위험이 상존하는 지역에는 선교단 파송을 아예 포기하거나 피치못해 파견할 경우 장기간에 걸쳐 교육과 준비를 거친 전문적인 선교사 중심으로 정예 팀을 꾸리는 게 맞다.

실제 피랍된 신도들이 한국에서 매주 1-2차례 진행한 단기선교 훈련과정 프로그램에는 '단기선교 팀별 MT', '과정별 훈련 교육(마임, 인형극, 드라마 등)' 등이 있을 뿐 '안전교육'은 없었다.

분당 샘물교회 / 나무위키
분당 샘물교회 / 나무위키

사건 개요를 종합하면 2007년 7월 13일 배형규 목사와 분당 샘물교회 교인 19명이 아프간에 단기선교 목적으로 출국했다. 다음날 수도 카불에 도착한 선교단은 현지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선교사 3명과 합류해 총 23명이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7월 19일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이동하던 일행 23명은 카라바그(카불 남쪽 175㎞지점)에서 전원 탈레반에 피랍됐다. 신변안정이 보장되지 않는 고속도로로 이동한데다 현지인 버스가 아닌 호화로운 전세버스를 이용해 납치 표적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7월 20일 탈레반은 한국인 23명을 납치하여 억류 중이라는 사실을 발표했다. 탈레반은 아프간에 주둔 중인 한국군이 즉각 철군할 것과 아프간 정부가 수감한 탈레반 인원을 전원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7월 22일 한국 정부 대책반이 아프간 현지에 도착했다. 이후 협상을 하루하루 연장하던 탈레반은 25일 협상이 결렬됐음을 선언하고 인질 중 남자 1명을 살해했다. 배형규 목사였다. 협상을 연장하던 탈레반은 30일 심성민 씨도 살해했다.

한 달여 뒤 한국 정부와 탈레반은 아프간 파견 한국군의 연내 철수와 아프간에 개신교 선교단 파견을 중지한다는 등의 5개 항에 합의했다.

이에 8월 29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중재 하에 인질 12명이 석방됐고 30일에는 남은 7명이 석방됐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던 여성 인질 2명은 그 전에 풀려났다)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피랍자 19명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피랍자 19명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건 이후 한국 정부가 탈레반에 대해 협상의 조건으로 과연 몸값을 지불했는지, 건넸다면 금액은 얼마인지가 국민적 관심으로 떠올랐으나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다. 정부와 탈레반 측은 몸값 지불설에 대해 부인했다.

당시 아랍위성방송인 알자지라방송의 앨런 피셔 카불특파원은 아프간 고위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약 2000만파운드(약 378억원)를 지불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 협상을 중재한 아프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인질 19명 전원의 석방 대가로 200만달러(약 18억원)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배형규 목사 순교 기념비   / 나무위키
배형규 목사 순교 기념비 / 나무위키
이 일이 있은지 3년이 지난 2010년 7월 탈레반에 의해 납치 살해된 희생자 유족이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 의무 위반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며 국가를 상대로 3억5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2011년 4월 법원은 "국가가 배상할 필요없다"라고 판결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