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회사 불만 표출하자 현직 사장이 등판해 이렇게 말했다 (feat. 클리앙)
2021-08-31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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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무능해 보이는 선배 사원들이 나의 미래”
사장 “무능한 선배사원이 회사에 있으면 안 된다”

회사원이 올린 글의 제목은 ‘40대 아저씨의 회사 사용 후기’다. 현재는 삭제돼 다른 커뮤니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글에서 회사원은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고, 무능해 보이는 선배 사원들이 나의 미래이며, 사람만 안 바뀌는 게 아니라 회사도 안 바뀐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원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맡은 일에 충실하는 것 이상으로 충성할 필요가 없고, 노력과 성과에 대한 대가가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 회사가 직원들을 무능하게 만들며, 회사를 바꿔보겠다고 나서다간 99%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7년차 대표라고 밝힌 사장이 ‘40 중반 아저씨의 회사 운영기’란 글을 올려 회사원 글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장은 회사가 책임을 지는 직원은 드물고, 무능해 보이는 선배 사원들이 회사에 있으면 옳지 않으며, 회사가 안 바뀌는 것은 당연한 것이니 바뀐다는 기대를 하지 말고 회사와 자신이 잘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회사는 직원의 로열티 정도에 따라 직원에게 가치를 부여한다고 했다.
이 사장은 “최근 주주들이 제게 전체 직원 복지를 축소하고 관리자 및 대접받아야 마땅한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복지를 확장하는 쪽으로 운영하라고 권고했다”라면서 “처음에는 주주들도 제 뜻을 존중해서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 보겠다는 실험에 동참했지만 결국 모두가 성실하지는 않다는 현실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누구 주장이 옳은 것일까. 두 사람의 글을 소개한다.
<40대 아저씨의 회사 사용 후기>
회사원으로 19년동안 회사를 사용해본 리뷰입니다.
1.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진짜 중요한 거니까 한번만 더 말할게요.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윗사람이 무슨 말을 하든 잊지 않아야 합니다. 한때 열심히 회사의 뜻이 나의 뜻인것처럼 산적도 있습니다만 그런 회사에서 해고 당했습니다. 전 그때 깨달은 거였어요 그냥 회사에서 일하는동안 맡은바 일에 충실하는것 이상으로 충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2. "무능해 보이는 선배사원들이 나의 미래다."
역시 중요한 거니까 한번 더 말합니다. "무능해 보이는 선배사원들이 나의 미래다." 한심해 보이는 고참 차장 부장들의 과거를 알아보면 깜작 놀랄 때가 있습니다. 부서 에이스였던 사람들도 있고요. 에이스까진 아녔어도 열심히 일하고 성과낸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소한 자기 밥값은 다 해내던 사람들이죠. 그런데 왜 고참 차장/부장이 되고선 그모양이 되었을까? 생각해보면 그거 다 회사탓입니다. 노력과 성과에 대한 대가가 제대로 지불되지 않는 회사라면 어떤 회사든지 그렇게 됩니다. 적당히 시키는 일을 하나 열심히 노력해서 성과를 내나 결과가 비슷한데 왜 노력을 하겠어요? 성과에 대한 보상이 미미한 조직에선 일반회사원으로 진급할 수 있는 끝까지 다 진급하면 열심히 일할 동기가 0가 됩니다. 사람이 룰에 적응하면 그렇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그 회사를 계속 다니게 되면 높은 확율로 본인도 그렇게 될 겁니다.
3. "사람만 안바뀌는게 아니라 회사도 안바뀐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한번 더 말합니다. "사람만 안바뀌는게 아니라 회사도 안바뀐다." 사람 고쳐쓰는 거 아니라고 하잖아요? 회사도 그래요 고쳐쓰지 못합니다. 적응하고 다니던가 더 마음에 드는 회사로 이직하던가의 선택밖에 없습니다. 이 회사를 바꿔보겠어?라고 생각하신다면 99% 실패할 겁니다. 드물게 변신에 성공하는 회사도 있죠.. 단지 본인이 다니는 회사가 그럴거라고 기대하시지는 마세요. 사람이 변하는거 보다 더 드물거든요
<40 중반 아저씨의 회사 운영기>
추천글에 올라온 <40 중반 아저씨의 회사 사용기>라는 글을 유심히 읽었습니다. 대부분 동의하는 내용이고 공감합니다.
다만 10여 년의 근로자 생활과 7년간의 사업주 생활을 해 본 저로서는 사업주 입장에서 근로자에 대해 평소 품고 있던 나름의 생각이 있고, 그에 대해서도 한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물론 세상에는 참 많은 회사가 있고, 각기 다른 문화와 상황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짧은 사업주 경험을 일반화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냥 이런 사장도 있구나 하면서 봐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회사가 책임져 주는 직원은 드물다.
회사가 책임져 주고자 하는 직원은 분명히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고용 안정성 보장 및 이후 스텝까지 안배해 주고자 하는 직원은 분명히 있습니다.
사업 초반부터 자리잡기까지 큰 공헌을 했던 직원의 경우 이후 입사한 직원들보다 역량이 떨어진다 해도 감당 가능한 수준의 업무를 맡기면서 어떻게 해서든 성과를 내게 해 주고, 그에 맞는 보상을 해 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중간에 들어온 직원 중에서도 상당한 로열티를 갖고 열심히 일하면서 어메이징한 성과를 낸 직원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어떻게 해서든 승진과 연봉 및 기타 처우에서 보상을 해 주고자 회사는 노력합니다. 저런 이들까지 배신하고 내팽개치는 회사라면 그 회사 자체가 나쁜 겁니다. (실제로 그런 회사 많이 보긴 했습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수준의 복리후생과 연봉 산정 및 고용안정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휴직이 자유롭고 실적 대비 높은 비율의 성과급을 주는 회사도 드물 것이라는 건 모든 직원들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요, 저렇게까지 회사가 챙겨 주고 싶은 직원이 사실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겁니다.
많은 직원들이 자신은 성실하다, 열심히 최선을 다한다 등등 항변합니다. 하지만 그들 중 다수는 사실 그렇게까지 진심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틈만 나면 업무 시간에 웹서핑을 한다든가 주식 앱을 본다든가, 흡연 하러 나가서 함흥차사라든가, 화장실 가서 앉아서 폰으로 한참 게임하고 온다든가, 외근 나갔다가 사우나나 카페에서 눈치껏 시간 죽이고 온다든가, 추가 근무 수당 챙기기 위해 팀장이나 부장 없는 저녁에는 앉아서 넷플릭스 보고 폰 게임하다가 9시~10시쯤 자리 가방 챙기고 지문인식기에 타각해서 야근 처리하고 퇴근한다든가, 지각을 하거나 업무 시간에 개인적 용무를 보는 건 그럴 수 있지만 추가 근무 수당이 누락되는 건 절대 견딜 수 없어 한다든가, 동료들 모두 바쁜 와중에 눈치 살살 보면서 자기 몸 편하기 위해 머리 굴린다든가 관리자와 대표 눈에는 그게 대부분 보입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하면서 정작 평가 시즌에는 자신이 업무에 있어서는 정말 확실하게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이들이 회사와 계약 관계가 소멸되었을 때 늘 하는 말은 "회사가 나를 버렸다" 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같이 가기 힘들기 때문에 관계 정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이들로 인해 열심히 일하는 다른 직원들까지 물들게 되거나 분위기가 흐려지기 때문입니다.
근로계약은 쌍방간에 의무와 책임과 권리가 있는 계약입니다. 직원에게 퇴사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처럼 회사도 그 직원과의 계약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직원의 갑작스러운 퇴사로 인해 회사가 받는 피해는 그다지 이슈화되지 않지만, 회사의 해고로 인해 직원이 받는 피해는 언제나 조명됩니다. 상대적으로 개인이 집단보다 약자이기 때문에 그 개인의 권리가 더 보장되어야 하는 건 맞습니다만, 회사라고 해서 한 번 채용한 직원을 정년까지 무조건적으로 고용 유지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여하튼 회사에서 정말 가치 있는 직원이다 하고 판단할 수 있는 근로자는 사실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이게 2번과 연결됩니다.
2. 무능해 보이는 선배사원들이 회사에 있으면 안 되는 거다.
무능해 보이는 선배 사원들이요, 사실 그 분들은 나이 먹고 무능한데도 회사에 있으면 안 되는 겁니다. 그런 분들을 그래도 월급 주면서 어떻게든 일 시키는 회사가 오히려 고마운 겁니다. 무능력자들에게 고용안정을 지켜주니까요.
회사는 자선 단체가 아닙니다. 직원들은 회사에 성과를 내 주어야 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회사는 급여를 지불하고 복리후생을 감당하며, 미래 성장을 위한 재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무능하거나 혹은 일을 대충해서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회사에게도, 열심히 일하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피해를 줍니다. 열심히 일해도 회사가 합당한 처우를 하지 않는다? 그럼 그 회사를 계속 다니면 안 됩니다.
그럼에도 그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대충 일하고 적당히 월급 받고 근무한다는 건 결국 다른 곳으로 가봤자 자신의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처우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는 쪽에 남아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계속 회사에 남아 다른 직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저는 무능해 보이는 선배사원들이 회사에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3. 회사가 안 바뀌는 것은 당연한 거다. 바뀐다는 기대를 하지 말고, 이 회사와 자신이 잘 맞는지 아닌지를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
회사의 문화와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설령 대표가 바뀐다 해도 남아 있는 임직원들의 생각과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주주들의 성향은 고정불변입니다.
사람이 바뀌지 않기 때문에 회사는 문제 있는 직원을 정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직원도 회사가 바뀐다는 기대를 하기 보다는 더 잘 맞는 회사를 찾는 수밖에 없습니다.
4. 이력서는 눈에 보이는 것도 믿으면 안 된다.
이력서가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적당히 사실과 거짓을 혼합한 이력서가 너무도 많습니다.
따라서 회사는 이력서를 보면서 대략적인 그 직원의 업무 경험폭을 측정합니다만, 결국은 면접을 통해서, 그리고 수습기간을 통해서 그 직원에 대해 판단합니다.
그런데 때때로 면접 중에서 "나는 이런 경력을 갖고 있는데 왜 너희는 나에게 더 높은 연봉과 더 높은 직급을 보장하지 않느냐?" 하는 질문을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대답은 이렇습니다.
"다른 곳에서 쌓은 경력 저와 함께 쌓은 것도 아니고, 저희는 저희 회사에서 얼마나 일을 잘 해 주시고 얼마나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해서 예측하고 그에 부합하는 처우를 해 드립니다. 무조건 경력이 길다고 해서 반드시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대답을 들은 일부 지원자들은 굉장히 모욕 당했다는 기분이 들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기대 성과가 높은 사람에게 높은 처우를 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니까요.
저희 회사에서는 경력이 더 짧고 나이가 더 어린 사람이 더 상급자인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심지어 팀장이 팀원보다 10살 아래인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연봉도 팀장이 더 높습니다.
그건 이력서대로가 아니라 그 직원이 입증한 자신의 기여도에 따른 차이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각 외로 상당수가 더 어리고 더 경력 짧은 상급자 밑에서 일하는 걸 못 견딥니다.
2번에서 언급한 무능한 선배사원이 회사를 계속 다닐 수 있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자기 역량 내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의 업무만 부여 받고, 그에 맞는 직급과 연봉을 받는 겁니다. 하지만 경력 긴 분들 중 다수는 자신이 그런 처우를 받는 것에 대해 경력 대비 부당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갈등이 생깁니다.
5. 회사는 직원의 로열티 정도에 따라 직원에게 가치를 부여합니다.
위 1번과도 연결된 문제입니다. 어느 회사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직원에게 당연히 더 많은 기회와 좋은 조건을 부여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은 회사라면 망해야 마땅한 회사이고요. 열심히 일하지 않고 적당히 간만 보면서 이직 기회를 늘 찾는 등 자신은 회사에게 충분한 로열티를 보이지 않으면서도 회사는 자신의 고용 안정을 보장해야 하고, 주요 관리자들에게 주는 특별한 혜택을 모든 직원들에게 확장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기브 앤 테이크는 당연한 겁니다. 틈만 나면 딴 생각하면서 눈앞에 있는 일 대충해서 월급 대충 받으면서 다른 기회를 계속 모색하느라 자기 업무에 100%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회사에게도 같은 대접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두는 저 한 개인의 제한적 경험에 의한 얘기들입니다.
하지만 급여소득자의 비중이 높은 공간에서 사업주의 입장도 가끔 제기된다면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말씀 드려봤습니다.
저는 국내 대기업과 외국 대기업, 그리고 국내 중소기업을 거치면서 사원부터 임원까지 직장생활을 해봤습니다.
이후 창업을 하면서 제가 겪었던 회사들의 장점만 반영하고 단점은 최소화하자는 바람을 품었습니다.
더불어 모든 직원들이 기여한 만큼 대접받을 수 있고, 미래에 대한 불안 없이 현재의 자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다짐을 하고 창업했습니다.
그래서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을 책정했고, 역량이 탁월하고 기여도가 높은 직원들은 회사가 별도로 법인을 설립해 주고 그 직원에게 일부 투자를 받아 공동지분을 소유한 상태에서 대표로 자기 사업을 할 수 있게끔 기회를 부여하기도 합니다.
그외 자유로운 휴직, 적자를 보는 분기에도 임금 감소 및 복지 축소는 절대 없는 운영, 새로 사업장을 개설할 때에는 최우선적으로 직원 휴게실부터 마련, 외국어 및 직무 능력 향상 교육 무상 제공 등 제 나름으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노력의 결과로 돌아 온 두 가지는 인간에 대한 신뢰와 인간에 대한 환멸 두 가지였습니다. 저희 회사 직원 중 70%는 회사와 상호 굳건한 신뢰가 있습니다.
비록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참 힘들어 버겁더라도 어떻게든 버티고 있으면 회사는 반드시 어떻게든 나를 지원해 줄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내 노력에 대해 만족할 수준의 보상을 해 줄 것이다.
반대로 회사 또한 그 직원들에게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할 지라도 포기하거나 대충 넘기지 않고 회사가 지원 플랜을 짜서 실제로 지원해 주기 전까지 저 직원이 어떻게든 버텨낼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든 자기 책임을 완수할 것이다. 이런 상호 신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저로 하여금 그런 신뢰를 갖게 해 준 직원들에게 언제나 늘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 직원들이 바로 1번에서 언급한 회사가 책임져 줄 수 있는 직원입니다. 그리고 70% 정도의 직원들이 그렇게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이 제게는 큰 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 회사 직원 중 30%는 언제나 저와 서로 긴장 관계에서 대립하는 상황입니다. 언제고 본인이 퇴사하거나 혹은 회사가 정리할 수 있는 그런 관계입니다. 상호 신뢰를 쌓지 못한 건 쌍방의 잘못이겠습니다만, 열심히 일하지 않고 자기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에게까지 좋은 처우를 해 줄 수는 없는데 그에 대한 불만을 품는 사람에게는 저도 무엇이 좋은 처방인지 모르겠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지 않고 워낙 대충 하길래 팀장이 면담해 보니 "여기 연봉이 높아서 왔는데 일이 너무 많고 힘드네요." 일이 많으니 연봉이 높은 겁니다. 일은 적게 하고 싶고 돈은 많이 받고 싶으면 다른 길을 찾아 봐야죠.
대표 면담 요청하길래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대표님이 따로 법인 내서 직원들 독립시켜 주시는데 저는 언제쯤 그게 가능할까요?" 떡 줄 사람 생각치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 지분 투자를 해서 새로 사업체를 낸다는 건 그 사업체를 맡아줄 사람의 역량과 신뢰도가 확실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직원은 극히 드물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그렇게 독립시키는 직원이 좀 있으니까 그걸 기대하면서 자기 차례 기다리고 있습니다.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번호표를 뽑을 자격 자체가 없는 분인데요.
입사 3일차에 잠깐 팀장이 챙기지 못한 상태에서 제멋대로 일처리를 했다가 대형사고를 치는 바람에 회사에 큰 손실을 끼친 신입직원이 그날 밤 새벽 2시에 저에게 카톡으로 퇴사할 테니 3일 근무한 급여 챙겨달라는 통보를 남겼습니다.
그래서 3일 근무한 급여 지급하면서 급여 산출 내역 및 결과를 계속 회사에서 연락해 주고 저도 따로 연락했습니다만, 연락 받지도 않고 무시하던데 그 분이 친 사고 수습하느라 직원들은 난리가 났는데 그렇게 도망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보통 3일 근무한 급여를 챙겨주지 않으면 노동부 신고라든가 할 건 유난스럽게 다 챙겨서 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군말없이 3일치 급여 주고 액땜했다 생각했습니다.
그 직원이 3일 동안 남긴 흔적 두 가지는 대형사고로 회사에 금전적 손실을 끼친 것과 왜 대표 사모님은 수입차를 타느냐는 의문을 사내에 던진 것이었습니다.
저는 업무용으로 국산 경차를 법인 명의로 이용하는 중이고, 회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아내는 본인 명의로 본인 돈으로 구매한 수입차를 타고 있는데 그게 흔히 뉴스에 나오는 법인 리스로 부당하게 수입차 타고 다니는 오너 가족 뭐 이렇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저희 직원들이야 그걸 다 알고 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씁쓸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주변 사업주들은 저에게 그렇게 서로 신뢰하고 오래 함께할 수 있는 직원이 70%나 된다는 건 축복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30%의 직원들이 성실하지 않아 그 소중한 70%에게 피해를 끼치고, 그러면서도 그 70%와 동일한 혜택을 기대하고 요구하는 과정들을 겪으면서 심리적으로 참 힘든 나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사업은 사람장사라는 말이 그래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최근 주주들이 저에게 전체 직원 복지를 축소하고, 관리자 및 대접받아야 마땅한 직원들에게는 오히려 복지를 확장하는 쪽으로 운영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처음에는 주주들도 제 뜻을 존중해서 모두가 행복한 회사를 만들어 보겠다는 실험에 동참했습니다만, 결국 모두가 성실하지는 않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 것이지요.
이런저런 일들로 인해 감정적으로 많이 힘든 와중에 근로자 입장의 글이 올라온 걸 읽은 김에 사업주 입장에서의 푸념을 너무 길게 늘어놓았던 것 같습니다.
제 글이 얼마나 많은 분들에게 읽힐지, 얼마나 많은 근로자 분들께 회사의 입장이란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해 보실 만한 기회가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사업주의 길이라는 것도 쉽지 않은 길 같습니다. 지난 7년 간 단 하루도 발 뻗고 자 본 적 없는 삶을 살다보니 많이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