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 '되통스럽다'

2012-05-2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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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랜만에 아버지 노릇을 좀 하려고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갈 곳은 큰아이가 가

참 오랜만에 아버지 노릇을 좀 하려고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갈 곳은 큰아이가 가 보고 싶다고 한 고성 공룡 잔치 마당이었습니다. 어제 잠이 들때는 좀 일찍 나서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앞서 들어가야지 했었는데 눈을 뜨고 보니 아홉 시였습니다. 아침을 챙겨 먹고 챙길 것들을 챙겨 나서니 열 시가 넘었습니다. 딸아이는 소풍 때 갔다 온 곳이라 대놓고 가기가 싫다고 했지만 나선 길을 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잔치 마당 들머리까지 가서 보니 그렇게 사람이 많이 온 것 같지 않아서 잘 됐다 싶었는데 좀 가니 수레 마당이 차서 다른 수레 마당으로 가라고 길을 잡아 주는 걸 보고는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돌아갈 수도 없고 천천히 앞 수레를 따라 가니 너른 수레 마당이 꽉 차 있었습니다. 다들 어디서 왔는지 참으로 많았습니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을 보며 줄을 서려는데 동무를 만났습니다. 어제 잠깐 만나고 언제 아이들 데리고 같이 보자고 하고 헤어졌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만난 거였죠. 아이들도 반가워 했습니다. 그쪽은 아이를 다른 사람들보다 좀 힘들게 얻어서 우리 아이들보다는 어린데다 아들 갈오기(쌍둥이)라 아직 손도 많이 가고 마음도 많이 쓰였습니다.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같아서 손을 꼭 잡고 다녔습니다. 하지 말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을 하면 말은 알아듣지만 금세 잊은 듯 나부대니 엄마 아빠가 보기에는 얼마나 되통스러웠겠습니까? 몇 차례 아이들 아빠가 어름장을 놓기도 했지만 그게 먹혀야 말이죠. 그 아이들보다 나이 더 먹은 우리 아이들도 잘 안 되고, 그게 잘 되면 아이가 아닌 데도 그게 되길 바라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인데 말입니다.

'되통스럽다'는 '찬찬하지 못하거나 미련하여 일을 잘 저지를 듯하다'는 뜻입니다. '찬찬하다'와 맞서는 말이기도 하고 '경솔하다'는 말과 비슷한 뜻이라 '경솔하다'라는 말을 써야 할 때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느지막이 들어가서 많은 사람들 틈에 몇 곳 구경도 못했는데 나갈 걱정을 하면서 얼른 돌고 나가서 점심을 먹자고 하다가 점심 때를 놓쳐 저녁 때가 다 되어서야 밥을 같이 먹고 헤어졌습니다. 걱정한 만큼 길은 막히지 않아 쉬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들을 씻기고 이렇게 글을 쓰고 나면 저도 얼른 잠자리에 들어야겠습니다. 몸은 고단하지만 참 뿌듯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4345. 5 20.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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