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엘이 새 앨범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의외의 인물들

2021-10-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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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엘이 직접 풀어놓은 첫 솔로 정규 '알파' 작업기
“한 곡, 한 곡에 그 때 느꼈던 감정들 충실하게 담았다”

씨엘(CL)이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무려 데뷔 13년 여 만에 발매하는 첫 솔로 정규 앨범이다.

씨엘은 자신의 첫 솔로 정규 앨범인 '알파' 발매를 기념해 셀프 인터뷰 영상으로 취재진과 만났다. 이 영상에서 씨엘은 자신의 앨범에 영감을 준 인물들과 작업기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씨엘 / 이하 베리체리
씨엘 / 이하 베리체리

이번 앨범이 특별한 이유는 씨엘이 YG엔터테인먼트에서 독립해 독자적으로 낸 첫 정규 앨범이기 때문. 씨엘은 "오랜 시간 시스템 안에 소속된 아티스트로 시간을 보냈고, 그래서 그렇지 않은 활동을 해 보고 싶었다. 꼭 시스템 안에 있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다"면서 "씨엘은 항상 언더독이었다. 투애니원 때부터 항상 룰을 깨고 싶어 했고, 그 마음이 여태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앨범 작업을 통해 나 자신에게 많은 걸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온전히 '베리체리'라는 나의 코어 팀과 앨범 작업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물론 홀로서기를 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씨엘은 "소속사에서 나와 보니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더라"며 "단단하지 않은 상황에서 누군가를 만나기보다는 내가 누구인지를 먼저 찾고 단단해졌을 때 누군가와 만나길 바랐다. 그렇게 했을 때 거기서 나오는 힘이 더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인디펜던트 아티스트로 내게 의미 있는 앨범을 작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앨범에 수록된 모든 노래들이 각각의 싱글 앨범이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그래서 타이틀 곡이 없다. '알파'는 씨엘이 낼 수 있는 다양한 색과 사운드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건 내가 인디펜던트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어딘가에 소속돼 있으면 한 곡에 돈을 다 퍼붓고,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알파'를 통해 독립 아티스트로서 내가 누릴 수 있는 럭셔리를 다 누리고 싶다. 다음 앨범 때는 독립 아티스트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번 앨범을 통해 씨엘은 인간 이채린과 가수 씨엘의 정체성 사이의 균형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씨엘은 채린이가 두려워하는 것들, 평소에 표현하지 않는 감정들, 하지 않을 행동들을 하는 캐릭터다. 그런데 씨엘로서의 시간도 많이 지나고 씨엘이 내 일부가 되다 보니 거기서 찾아오는 채린이와 씨엘의 부딪침이 있었다. 그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싶은 기간이 찾아왔던 것 같다"며 "'채린이랑 씨엘이 만나서 하나가 됐을 때가 내 시작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감정들을 정리하면서 '알파'를 만들게 됐다. 한 곡, 한 곡에 그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 다양한 감정의 레이어들을 촘촘하게 담았다"고 이야기했다.

씨엘은 또 '알파'를 만들면서 영감을 줬던 인물로 마이크 타이슨과 브루스 리, 두 사람을 꼽아 눈길을 끌었다.

씨엘은 "어느 날 우연히 타이슨의 인터뷰를 봤는데 공감이 많이 되더라. 예를 들어 타이슨은 '사랑은 존경인 것 같다'고 말을 했는데, 그게 내가 '사랑의 이름으로'를 썼을 때 느꼈던 감정과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질투를 하거나 소유를 하려고 하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끌어낸다. 그런데 존경하는 사람한테는 그런 감정이 나오지 않잖나. 그래서 사랑은 리스펙트인 것 같다고 나도 생각했다. 또 타이슨은 시합에 나가기 전에 항상 너무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 링 위에 있을 때는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화, 질투, 시기, 경쟁심 같은 감정을 끌어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 역시 씨엘이라는 존재로 무대에 설 때는 평소에 쓰지 않았던 에너지들을 많이 썼다. 그래서 씨엘이라는 스위치를 켜고 끄면서 괴롭기도 했다"며 "이제야 그 밸런스를 찾은 것 같다. 채린이와 씨엘, 둘 다 나라는 걸 받아들인 뒤 얻은 평화에 대해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마이크 타이슨 / 영화 '타이슨' 스틸
마이크 타이슨 / 영화 '타이슨' 스틸
브루스 리 / 영화 '맹룡과강' 스틸
브루스 리 / 영화 '맹룡과강' 스틸

브루스 리에 대한 이야기는 '알파'의 수록 곡인 '렛 잇'을 설명하며 나왔다. "나는 평소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사람"이라고 운을 뗀 씨엘은 "가끔은 흘러가도 된다는, 나한테 꼭 필요했던 메시지를 담은 곡이라 공유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브루스 리가 인터뷰에서 '비 라이크 워터, 마이 프렌즈(물처럼 살아가세요, 친구여)'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거기서 영감을 받았다"며 "지금까지 '파도를 타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파도를 타야 더 멀리 멀리 갈 수 있게 된다는 뜨이었다. 그런데 브루스 리처럼 '그냥 물이 되면 안 되나?' 싶은 거다. 파도를 타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물 자체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에 대한 이야기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씨엘은 마지막으로 무려 13년 여 동안이나 자신의 솔로 정규 앨범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나한테도 팬들에게도 '알파'는 의미 있는 앨범이겠지만, 13년이라는 시간에 너무 구애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는 너무 어렸을 때 씨엘로 세상에 탄생했다. 우리 팬 분들과 같이 성장하고 자라는 느낌이다. 앞으로 자유롭게 소통하고 또 같이 살아나갔으면 좋겠다"며 감사를 표했다.

home 정진영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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