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약 먹는다” 왕릉 옆 아파트 입주 예정자 '감성 호소'에 꽂힌 싸늘한 시선

2021-11-1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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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중인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 현장
건설사와 간담회에서 나온 감성 호소

문화재 보존지역에 세워진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 호소에도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아파트 건설사 간담회 현장 / 이하 연합뉴스
아파트 건설사 간담회 현장 / 이하 연합뉴스

14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는 아파트 건설사와 입주민들의 간담회가 열렸다. 모임 자체는 간담회라고는 하지만, 입주 예정자들은 '내 집 입주하고 싶다', '뺏지마라 문화재청아' 등 다소 격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입주가 지연되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기만 하다. 불면증에 시달리고 약까지 먹고 있다"라고 감정 섞인 호소를 하기도 했다.

건설사의 행정 처리가 잘못돼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집을 잃게 생긴 입주 예정자들 사정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왜 이들의 호소가 '문화재청'인 정부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온라인 이용자들은 "건설사 가서 따지세요. 애초에 뺏는 것도 아닌데", "안타깝지만 철거 해야한다", "뭐 어쩌겠나", "건설사에 보상하라고 해야지 엉뚱한 곳에서 시위하네", "건설사 문제인데 '뺏지마라 문화재청아?'", "사기 치고 불법 건설한 건설사에 따지세요" 등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건설사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예정된 시기에 입주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서도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밝히지는 못했다.

논란 중인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 / 이하 뉴스1
논란 중인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 현장 / 이하 뉴스1

이들이 입주하고자 했던 아파트는 조선 왕릉인 김포 장릉 인근 문화재 보존지역에서 문화재청 허가 없이 건립됐다. 장릉 반경 500m 안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높이 20m 이상 건축물을 지으려면 문화재청 심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 없이 아파트 골조를 지어 문제가 됐다. 이미 지어진 아파트로 인해 풍수지리상 중요한 계양산이 보이지 않게 됐다.

문화재 보존지역에 포함된 아파트는 3개 건설사의 3400여 세대 규모 44동 가운데 19개 동이다. 현재 건설사가 시행하는 아파트 공사는 문화재청 명령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서 중단된 상태다.

home 한제윤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