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 옷차림 때문에 스트레스” 글 올라오자 너도 나도 “소름… 내 이야기인 줄”

2021-11-19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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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셔츠 두 장으로 여름 보내는 남자친구
알고 보니 IT개발자… 비슷한 사연 속속

글과 관련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
글과 관련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자친구의 헌옷수거함 패션을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묻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수염이라도 깎고 다닌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라는 댓글이 올라왔다. 왜 이런 댓글이 달린 것일까.

‘남자친구의 헌옷수거함 패션… 도와주세요’란 제목의 글의 네이트판에 지난해 올라왔다.

글쓴이는 5년차 연애 중인 20대 후반 여자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그는 “남자친구에게 큰 문제가 하나 있다”면서 “정말 질리도록 같은, 그리고 후줄근한 옷을 입고 다닌다. 마치 방금 헌옷수거함에서 꺼내 온 듯한 옷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자친구의 패션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름이 되면 티셔츠를 두 장 정도 삽니다. 그리고 번갈아 입어요. 빨래는 한 번 입고 바로 해요. 여름 내내 두 개만 입으면 여름 끝날 때쯤 옷이 누더기가 돼요. 검은색 티셔츠는 하얗게 다 일어나고 흰색 티셔츠는 회색이 돼요. 목 부위는 쭈글쭈글해져요. 약간 쌀쌀해지면 셔츠나 긴팔 맨투맨 같은 걸 입다가 겨울 오면 거기에 바로 패딩을 걸쳐요. 봄 오면 거기서 패딩만 벗어요. 여름 되면 전에 입던 티셔츠 두 개 버리고 비슷하게 생긴 티셔츠 또 두어 장 사서 돌려 입어요. 바지는 사계절 내내 같은 바지 두어 개 돌려 입어요. 맨투맨이나 셔츠는 잘 안 늘어나니 자주 사지도 않아요.”

글쓴이는 남자친구가 IT 분야 개발자라고 했다. 그는 “저는 남자친구가 참 좋다. 그렇게 다녀도 제 눈에는 예쁘다. 근데 친구들은 남자친구가 정말 백수나 취준생인 줄 알더라”라면서 “꾸미면 잘생긴 얼굴인데 꾸미는 것에 완전 전혀 관심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머리라도 잘 깎아주고 수염이라도 깔끔히 밀고 다니니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사귄 지 한 1년 정도 됐을 땐 싸워도 봤다. ‘나 안 사랑하냐’고 ‘잘보이고 싶지 않냐’고 했더니 옷을 마구 사다라. 그걸 아직도 입는다”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5년간 한결같이 사랑해주고 제 눈에는 참 잘생기고 멋있지만 헌옷수거함에서 주운 거 같은 옷만 입으며 선물해줘도 그것만 입어서 절 힘들게 하는 제 남자친구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누리꾼들에게 물었다.

누리꾼들의 대답은 흥미로웠다. 개발자 남자친구를 둔 죄라는 것이다. 수염이라도 제대로 깎고 다니는 걸 다행으로 여기라는 반응까지 있었다. 누리꾼들 반응을 모아봤다.

“IT 네트워크엔지니어의 아내입니다. 면도, 이발 제때 하는 걸로 남친은 회사에서 그루밍족으로 평가되고 있을 겁니다. 한 번씩 남편 회사 직원들 보면 깜짝깜짝 놀라요. 체크남방 아니면 맨투맨. 연세가 좀 있으면 ‘수학쌤’ 차림임. 바지는 5공화국 핏. 차라리 남들처럼 볼 일 있을 때는 정장을 입으라고 하세요.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옷은 아예 빼앗으세요.”

“이발과 면도 깔끔히 잘하고 다니면 IT업계 개발자로서는 최선을 다한 꾸밈 같아요. 남친이 글쓴이를 많이 사랑하는 듯요.”

“내 남편은 개발자 옆에서 기획하는 사람이었는데 이쪽 계열은 다 이런다니 소름이 돋는다. 어디 데리고 다니기 민망한 패션.”

“IT 업계에서 5년 정도 종사하고 그 후로도 계속 기술직에 종사하고 있는 남편을 둔 사람입니다. 내 남편 이야기인 줄 알았어요. 다른 점은 계절 티셔츠도 안 산다는 거예요. 옷이 찢어져야 다음 옷을 삽니다. 1년 동안 청바지 두 벌에 계절별로 셔츠 두 장으로 돌려 입기. 하나 입기 시작하면 한 달 정도 입었죠. 제가 옷 선물하면 그 옷만 입었어요. 보기에 부끄러울 정도의 옷도 입었어요. 작은 거 또는 한 15년은 돼 보이는 옷. 지금도 옷장엔 헌옷 수거함도 민폐인 옷들이 있지만 그냥 제가 주는 것만 입어요. 그리고 제가 알아서 빱니다.”

“개발자 남친이나 남편을 위한 입출력 시스템을 만들어둬야 해요. 데이트 패션, 출근 패션 범주 묶어두고 이 안에서 조합해서 입고 데이트 때는 액세사리 추가 옵션. 이런 식으로 지정해 줘야 변수 없이 입고 나옵니다. 옷이 있고 입을 수 있으면 입는다는 인간들임.”

home 채석원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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