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기술의 향연… 그래도 우리에겐 서로의 온기가 필요하기에 [LA 현장취재]
2021-11-30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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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기간 거쳐 만난 BTS와 아미
오프라인 콘서트 통해 기술보다 값진 온기 증명
그렇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지난 2년 여 동안 공연 기술은 눈이 부실 정도로 발전한 게 맞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관객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를 대체할 순 없었다.

손 안에 든 스마트폰에만 접속하면 완전히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메타버스의 시대. 방탄소년단은 지난 27일(이하 현지 시각)부터 진행된 오프라인 콘서트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LA'를 통해 메타버스의 시대에도 왜 여전히 대면 공연이 필요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워낙 공연 잘하기로 소문난 방탄소년단은 이번 콘서트에서도 풍부한 무대효과와 파워풀한 퍼포먼스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압도적인 크기의 화면은 공연을 찾은 회당 5만 여 관객들에게 뻥 뚫린 시원한 시야를 제공했고, 화면과 이어지는 효과들이 무대에서 구현될 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특히 눈에 띈 건 증강현실을 이용한 시각효과였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피 땀 눈물’과 ‘페이크 러브’ 무대를 꾸밀 땐 화면에 거대한 손이 나타나 마치 멤버들을 집어삼키려는 듯한 느낌을 줬고, ‘에어플레인 pt.2’와 ‘뱁새’, ‘병’을 리믹스한 무대에서는 멤버들이 마치 한국의 전통 가옥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듯한 장관이 연출됐다. 브릿지 화면에서 멤버 슈가가 버튼을 누르자 실제 공연에서 폭죽이 터지는 연출도 볼거리였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전 세계 공연계가 얼어붙으면서 많은 가수들은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을 새로운 공연장으로 삼았다. 이 사이 공연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이전에도 증강현실 기술을 공연에서 종종 사용해왔던 방탄소년단이지만 이번 콘서트 때는 어떤 무대 하나 빼놓기 어려울 정도로 매번 정교한 영상 효과들이 사용돼 시선을 빼앗았다. 온라인 콘서트로 볼 때보다 훨씬 실감나는 영상 효과들은 보는 이들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그 어떤 기술과 효과도 공연의 클라이맥스가 되진 못했다. 음악이 멈추고 창살 안에 갇힌 듯한 2년여를 보낸 방탄소년단과 아미(방탄소년단 공식 팬클럽 이름)들에게 가장 소중했던 건 같은 장소에서 나누는 서로의 온기와 목소리였다.

특히 국내에서는 아직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로 공연장 내에서의 함성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이라 소파이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아미들의 함성이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다. 딱딱 떨어지는 응원 소리와 인상 깊은 장면이 나올 때마다 터지는 환호. 모두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공연 내내 실감할 수 있었다.
‘온’을 시작으로 ‘불타오르네’와 ‘쩔어’로 공연의 문을 화끈하게 연 방탄소년단 멤버들도 공연장을 꽉 채운 아미들을 보고 감동한 눈치였다. 멤버들은 “정말 보고싶었다”는 말을 연발하며 무려 2년 여가 걸린 대면의 시간을 한껏 느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건 '다이너마이트', '버터', '퍼미션 투 댄스' 등 팬데믹 기간에 발표한 곡들이 흘러나올 때였다. 이 노래들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노래.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껏 만날 수도 없는, 일상을 빼앗긴 삶. 좀처럼 쉽지 않은 코로나19 시기를 겪어내고 있는 이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방이 아닌 공연장에서 ‘다이너마이트’와 ‘버터’를 떼창했다.

공연 말미 멤버들은 이동차를 타고 공연장 곳곳을 누비며 현장을 찾은 팬들과 눈을 맞췄다. 아미들은 '사랑해', '보라해'(방탄소년단과 아미가 사랑한다는 말 대신 쓰는 표현), 또 멤버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를 들고 멤버들을 환영했다. 멤버 진은 이런 문구를 육성으로 읽으며 “사랑한다는 말이 가장 많다”며 감격스런 심경을 표현했다.
공연 막바지 진은 한국어로 "배고프다"고 했다. 이를 들은 멤버 RM은 영어로 "굶주렸느냐"고 물은 뒤 "우리는 아직 (음악에) 굶주렸다. 같이 달려보자"며 뜨거운 무대를 이어갔다.


공연이 진행된 150여 분이란 시간은 서로 만나지 못했던 지난 2년여를 보상하기에 너무도 부족했다. 뷔는 마지막 멘트에서 "지금 이 순간을 앞으로도 돌려보겠지만 그것만 하고 싶지 않다. 나는 다시 여기에 오고 싶고, 여러분과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방에서 스타의 모공까지 볼 수 있는 2021년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에겐 서로의 목소리와 온기가 필요하다.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LA'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고 웃고 함께 노래하는 것이 얼마나 값진 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 공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