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선화의 13년, 뒤늦게 빛을 보다 (종합)

2021-12-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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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도시여자들' 통해 전성기 맞은 한선화
“뒤늦은 관심도 감사할 뿐이죠”

배우 한선화가 날개를 펴고 활활 날고 있다. 2009년 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한 이후 무려 13년 만이다.

한선화 / 이하 키이스트 제공
한선화 / 이하 키이스트 제공

한선화는 최근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이하 '술도녀')을 통해 전성기를 맞았다. '술도녀'는 미깡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루 끝의 술 한 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작품. 극중 한선화는 통통 튀는 매력과 하이톤을 자랑하는 요가 강사 한지연을 맡아 열연했다.

한지연은 현실에서 쉽게 보기 힘든 하이텐션의 소유자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한지연의 중심에는 한선화가 있었다. 그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연기인가, 실제 모습인가 헷갈릴 정도로 캐릭터를 찰떡처럼 소화하며 호평을 얻었다. 그에게 '술도녀'는 어떤 작품으로 남아있을까.

지난 3일 강남구 한 카페에서 위키트리와 만난 한선화는 '술도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는 어떻게 '술도녀'에 참여하게 됐을까.

"지금까지 해왔던 인물들을 보면 외로운 인물이거나 아니면 '신의 선물-14일'의 제니, '구해줘'의 고마담처럼 캐릭터성이 강하고 의리 있는 인물을 연기해 왔어요. 지연이처럼 긍정적인 캐릭터가 신선했죠."

'술도녀'의 인기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지난 10월 22일 첫 공개 이후 입소문을 탔고, 역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주간 유료 가입 기여 1위를 달성했다. 또 각종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술도녀'의 명장면이 돌아다니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한선화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술도녀'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도 안 보신 분들이 없을 정도로 많이 봐주셨더라고요. 제가 직접 찾아보지 않아도 SNS에 뜨니까 그때 실감을 했어요. 왕래가 없던 분들까지도 드라마를 보셨다고 연락을 주셔서 '이렇게 많은 분들이 봐주셨구나' 실감했죠."

그는 '술도녀'의 인기 요인으로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국,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사라진 일상을 보여주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꼽았다. "나 대신 술 마셔주고 왁자지껄 떠들어주고, 우스꽝스러워지니까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시고 즐겁게 봐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한지연처럼 텐션이 높지 않았기에 걱정이 많았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는 집에서 혼자 만취할 때까지 술을 마시고 대본 연습을 하는가 하면, 톤을 맞추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특히 SNS에서 인기를 끌었던 닭발을 세 손가락으로 표현한 장면, 머리를 턱 밑으로 묶는 디테일, 루돌프 사슴코 장면 등 대부분이 애드리브였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냥 발랄하기만 했던 한지연의 의젓함을 보여줄 수 있는 장례식 장면이었다. 그는 "지용 씨와 연애 관계, 본인의 흔적들에 의해 만들어진 가치관이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밝고 일차원적인 캐릭터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긍정적이고 해맑은 모습, 모든 상황을 유쾌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다"라고 말했다.

'술도녀'는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린 만큼 실제 배우들의 케미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SNS 이용자들은 '술도녀' 하이라이트 장면 속 한선화, 정은지, 이선빈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각자의 친구를 태그하며 추억을 되새겼다. 한선화 역시 이번 작품을 통해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며 기분 좋은 미소를 띠었다.

"선빈이는 막내지만 털털하고 분위기 메이커예요. 은지도 털털한데 든든한 구석이 있어요. 그래서 빨리 좋은 호흡으로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냥 은지가 지구라서, 선빈이가 소희라서 참 다행이고 고맙더라고요. 그들이었기에 지연이도 있을 수 있었죠. 각자 맡은 역할을 잘한 것 같아요."

2006년 SBS '슈퍼스타 서바이벌'로 방송을 시작한 한선화는 2009년 그룹 시크릿으로 데뷔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연기자로 전향, 2013년부터 꾸준히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가수보다 연기자로 활동한 시간이 더 긴 그는 이제서야 배우로서 빛을 발하고 있다. '술도녀'를 통해 '한선화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들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것. 다소 뒤늦게 빛을 보게 된 것에 대한 속상함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선화는 오히려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얘기해 주시니까 제가 너무 감사한데요. (웃음) 저는 이제라도 제 연기를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지난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그건 저에게도 기회이고 배우로서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에요. 지난 작품을 함께 했던 감독님들에게도 기분 좋은 일 같아요. 기분 좋게 생각하려고 해요."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스틸 / 이하 티빙 제공
티빙 '술꾼도시여자들' 스틸 / 이하 티빙 제공

한선화는 올해 드라마 '언더커버'를 시작으로 '술도녀', 영화 '영화의 거리', '강릉'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또 '술도녀' 촬영을 마친 지 10일 만에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제15기 장편제작 연구과정 작품인 '교토에서 온 편지'(감독 김민주)를 촬영하며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이에 대해 그는 "의미 있는 한 해다. 독립영화 '영화의 거리'가 어려운 시기에 개봉할 수 있었던 건 더없이 감사한 일이다. '강릉'도 개봉할 수 있었고, '술도녀'를 만나서 은지와 선빈이를 만나 즐겁게 촬영하고 큰 사랑도 받았다. 또 끝나자마자 작품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게 더없이 감사한 한 해라고 생각한다"고 지난 1년을 돌아봤다.

'술도녀'가 대표작으로 불릴 만큼 대박을 쳤지만, 차기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13년간 한결같은 마음으로 쉼 없이 달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 "지금까지 해온 작품들 모두 똑같은 마음과 애정을 쏟아부었어요. 늘 하던 대로 했는데 '술도녀'가 사랑을 받은 거죠. 그건 저 말고 다른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감사하면서도 부담감이 살짝 왔다가 갔어요. (웃음) 저는 늘 하던 대로 했으니까 굳이 걱정과 부담감을 안고 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2022년에도 꾸준히 연기할 거예요."

home 김하연 기자 iamh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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