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가수' 이병찬 “운동하다 시작한 음악, 내게 팬이 생겼다니…” (인터뷰)
2021-12-31 09:04
add remove print link
역도선수에서 가수로
이병찬에게 '국민가수'란?
등장할 때부터 '시선 강탈'이었다. TV조선 서바이벌 프로그램 '내일은 국민가수'(이하 '국민가수')에 출연해 톱10에 오른 역도선수 출신 가수 이병찬 이야기다.

이병찬은 최근 '국민가수' 종영을 맞아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프로그램 출연 소감과 프로그램이 자신에게 남긴 것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시청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이병찬이 벌벌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간신히 노래를 시작하던 그 순간을. 하지만 약 3분이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이병찬은 마음을 다잡고 끝내 자신의 실력을 끌어냈다. 떨리던 목소리가 점차 안정되고 옥석 같은 보컬이 나오기 시작할 때 심사위원들이 짓던 그 표정이란. 아마 그 순간 시청자들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을까.
특히 놀라운 건 그의 이색 경력이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역기를 들었다는 그는 역도 주니어 대표선수로 발탁되는 등 유망주의 길을 걸었으나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무릎 부상을 당하며 선수 생활을 포기했다. 음악은 이런 큰 시련을 겪은 그에게 들어와 운동이 떠난 자리를 메워 줬다.
"운동을 했던 사람이고 음악을 시작한 건 올 초예요. 빠른 시간 내에 큰 발전을 했다고 느껴요. 다른 분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배우는 걸 약 1년 만에 터득할 수 있었던 건 '국민가수'와 함께 출연한 형들 덕이 컸어요. 정말 형들이 많이 챙겨줬거든요. 물론 배운 것을 제가 아직 모두 잘 소화한 건 아니지만, 그건 스스로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겠죠."

특히 이병찬이 성장했다고 느끼는 건 정신적인 부분이다. 계속해서 탈락자가 발생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병찬은 마음을 다잡고 계속해서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아직도 성장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많이 큰 것 같아요. 멘털 잡는 방법을 많이 배웠어요. '국민가수'는 제게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어요."
'국민가수'는 방영 내내 높은 시청률을 구가하며 화제를 모았다. 톱10 모두 "여러 차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갔지만 이렇게 화제가 된 건 '국민가수'가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을 정도.
인기가 높은 만큼 잡음도 있었다. 출연진의 당락을 결정하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실시간 투표에서 허위 정보를 이용해 생성된 불법 계정을 통해 중복적으로 이뤄진 투표수가 집계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병찬의 경우 결승 2라운드에 올라갈 7인을 발표할 때 최종 4위였으나 10위로 잘못 표기돼 탈락할 위기를 맞기도 했다.
많은 시청자들이 이 상황을 안타깝게 여겼으나 정작 이병찬 본인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덤덤하게 반응했다.
"전자기기의 문제잖아요. 생방송이었고요. 그 다음 날인가 (프로그램 측에서) 사과문을 올리셨더라고요. 저에 대한 그런 것(미안함)도 있었던 것 같은데 저는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병찬은 '국민가수'에서 멘털을 잡는 방법을 배운 게 아닐지 모른다. 이미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 평정심을 유지하는 능력이 제대로 발현될 장을 '국민가수'가 만들어 준 것일 뿐. 올림픽까지 노릴 정도의 유망주 선수가 부상으로 부득이 오랜 꿈을 잃었을 때의 그 상실감은 어느 정도였을까. 이병찬은 놀라운 정신력으로 그 시련을 이겨내고 음악이라는 다른 소재로 대중 앞에 섰다. 자신에게 닥치는 어려움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계속해서 걸어나가는 그 태도. 그것이 많은 이들이 이병찬을 사랑하는 이유일지 모른다.
"이렇게나 운이 좋을 수 있을까요. 저는 스스로 그렇게 생각을 해요. 감사한 일들 뿐이에요. 팬 분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 그저 감사하기만 합니다. 음악은 제가 어렵게 꿨던 꿈이에요. '국민가수'가 막 끝난 지금은 꿈 속에 있는 듯 몽롱한 기분인데요. '국민가수'에서 경험했던 한 순간, 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앞으로 달려나가겠습니다.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