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앞에서 김밥 팔아 6억 기부한 92세 할머니가 청와대서 흘린 눈물
2022-01-04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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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손 잡은 할머니 울음 터뜨려
“나누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 없었다”
'김밥 할머니' 박춘자 할머니(92)의 이야기가 먹먹한 감동을 주고 있다.

남궁인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아동보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 홍보대사 자격으로 청와대에 초청된 지난달 3일을 회상하는 글을 올렸다.

이날 남궁 교수의 시선이 닿은 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고액 기부자로 참석한 구순이 넘은 할머니였다. 그는 남한산성 앞에서 김밥을 팔아 번 돈과 자신의 집, 땅을 포함해 전 재산 6억 원을 기부했다.
당시 대통령 내외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직접 부축하러 나갔다. 이때 영부인의 손을 잡은 박 할머니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고, 이를 본 모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박 할머니는 "저는 가난했다.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가 없었다. 돈이 없어 배가 고팠고, 배가 고파 힘들었다"며 빈곤했던 유년기를 언급했다.
이어 "열 살 때부터 경성역에서 순사의 눈을 피해 김밥을 팔았다. 돈이 생겨 먹을 걸 사 먹었는데 너무 행복했다"며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 돈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이 행복을 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 할머니는 "그 뒤로도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줬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며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다. 이런 일이 있나 싶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방금 내밀어 주신 손을 잡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다. 그래서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박 할머니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을 당했다. 이후 가족 없이 살다가 40년 전부터 소외된 발달 장애인을 가족처럼 돌봤다고. 남궁 교수는 "할머니는 셋방을 뺀 보증금 2000만 원마저 기부하고 거처를 옮겨 예전 당신이 기부해 복지 시설이 된 집에서 평생 돌보던 장애인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남궁 교수는 "팔십 년 전의 따뜻한 손을 기억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할머니, 그 손 때문에 모든 것을 남에게 내어주신 할머니, 옆자리의 영부인이 가장 크게 울고 계셨다. 그것은 압도적인 감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자리의 많은 사람 또한 치열한 선의로 살아온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겐 여전히 '높은' 무언가가 있었고, 앞으로도 일정 지위의 삶을 영위할 것이 분명했다"며 "하지만 할머니는 그 따뜻한 손을 나눠주기 위해 자신이 얻은 모든 일생을 조용히 헐어서 베풀었다. 구순이 넘는 육신과 이미 모든 걸 기부했다는 사실만큼 당신을 완벽히 증명하는 것이 없었다"고 존경을 드러냈다.
그는 "설레는 마음으로 청와대에서 조우한 것은 화려한 건물이나 높은 사람들, 번듯한 회의도 아니었다. 범인으로는 범접하기 어려운 영혼이 펼쳐놓는 한 세계였다"고 토로하며 글을 마쳤다.
네티즌들은 페이스북 댓글에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는 분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다는 말씀 마음에 새긴다", "글을 읽으면서 나도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정말 고귀한 마음이다. 잊지 않겠다"며 감동을 드러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