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으로 절친 잃은 성시경이 21년 전 썼던 절절한 글 (전문)

2022-04-07 16:48

add remove print link

'유퀴즈' 방송 이후 알려진 성시경 과거
성시경이 학폭으로 잃은 친구 추모하며 쓴 글

가수 성시경이 과거 절친했던 친구를 잃은 일이 재조명됐다.

가수 성시경 / 뉴스1
가수 성시경 / 뉴스1

지난 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푸른나무재단 김종기 명예이사장이 출연해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해 싸웠던 지난 27년을 돌아봤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아들 대현 군이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재단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특히 성시경이 대현 군과 당시 절친한 사이였다는 사실도 주목받았다. 김 이사장은 "성시경 군이 같은 동네에 살았고 대현이랑 친했다"라며 "시경이는 학교 폭력 예방 홍보대사로 역할도 해줬다. 명절 때도 얼굴이 알려져 모자를 푹 쓰고 '아버지, 소주 한잔하시죠'라며 인사하러 온다"고 말했다.

이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이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그러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성시경이 2001년 '스타고백' 시리즈로 연재되던 지면 인터뷰에서 밝혔던 내용이 재조명됐다. 성시경은 2001년 5월 26일 소개된 스타고백에서 '가슴에 묻은 내 친구'라는 제목으로 짧은 글을 실었다.

그가 당시 언급했던 친구가 대현 군이란 사실이 다시 알려지면서 그 내용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현 군과 그때 상황에 대해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는 그를 가슴에 묻었다. 평생 처음 눈물이란 걸 흘렸다. 우리들은 고교 졸업할 때 개근상을 받지 못했다"라고 기억했다.

▼ 다음은 성시경이 쓴 '가슴에 묻은 내 친구' 글 전문이다.

선생님들과 지겹게도 부딪히며 살던 고교 새내기 시절, 난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함께 몰려다니던 친구들 중 한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다.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우리 곁을 떠나버렸다.

감성이 예민하던 시절에 접한 친한 친구의 죽음은 내 머릿속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그의 극단적 선택의 동기를 멋대로 추측하는 어른들이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우리의 사고까지도 자신들의 잣대로 지레짐작해버리는 그들이 친구의 죽음을 부른 간접적인 가해자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를 가슴 속에 묻었다.

친구들과 조퇴를 하고 화장터에 가 한줄기 연기에 실린 그의 마지막을 목격해야했다.

평생 처음으로 눈물이란 걸 흘렸다. 하염없이.

우리들은 고교 졸업할 때 개근상을 받지 못했다.

이날 '유 퀴즈'에서는 성시경이 푸른나무재단 20주년 행사 때 읽은 축사가 전해지기도 했다.

당시 축사를 통해 성시경은 20년이 지나고 나서야 축하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가 사랑하고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이 처음 있는 일이었고 충격이 너무 컸다. 하지만 제 친구 대현이로 인해 시작된 이 일들로 심각하고 마음 아픈 일이 훨씬 덜 일어났다고 믿기에 이번 재단의 20주년부터는 축하한다는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축사를 읽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게'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한제윤 기자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