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 가도 못 해” 주말 나들이 망친 그린카 상황... 이용자 불만 쏟아졌다
2022-04-1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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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셰어링 업체 그린카, 10일 서버 마비로 앱 먹통
이용자 불만 쇄도... 개인정보 유출 의혹도 제기
벚꽃이 절정을 이뤘던 지난 주말, 나들이에 나섰다가 발이 묶여 하루를 망친 이들이 있다. 바로 '그린카' 이용자들이다.
스마트폰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전국에서 이용자 불만이 속출했다. 갑작스러운 앱 오류보다 업체의 미비한 대응이 이용자를 더 성나게 했다.
롯데렌탈 차량 공유 서비스(카셰어링) 업체 그린카는 지난 10일 "서버 오류가 발생해 이용자가 앱에 접속하지 못 하는 일이 생겼다"라고 밝혔다.
그린카는 대여 서비스 이용 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차량 문을 여닫고, 반납하는 전자키 시스템인데 앱 접속이 안 되다 보니 차량 이용 자체가 불가해진 셈이다.

오류는 이날 오전 시작돼 오후 늦게까지 수 시간째 이어졌고,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그린카 앱이 먹통이다"라는 내용이 담긴 불만 글이 쇄도했다.
이용자 A 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작성한 글을 보면 그는 어머니 생신 일정으로 1박 2일 차를 빌렸다가 이날 오후 2시까지 차량을 반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앱 접속이 안 되면서 차량 반납을 제때 할 수 없었다. 11시간 넘게 오류가 지속했다는 게 A 씨 설명이다. 그는 휴대폰 문제인 것으로 오해하고 전원을 껐다 켰다를 반복, 앱을 삭제 후 재설치해 봤지만 이런 현상은 그대로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용자들 역시 A 씨와 같은 불편을 겪었다. 그린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차량 이용이 중단된 이들의 문의 댓글이 수십 건 달렸다. 오전부터 지속된 오류에 이용자 답답함은 커졌지만, 그린카 측은 오후 2시 30분쯤에서야 서버 오류와 관련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린카는 인스타그램에 공지를 띄우고, "서버 접속 및 그린카 이용이 원활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 조치 중이다"라며 "성함/연락처를 본 계정으로 메시지 남기면 차후 보상방안에 대해 안내하겠다"라는 내용을 전했다.

이후 한 차례 더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문의 폭주로 서비스 센터 응대가 어렵다는 내용과 보상 차 개별 연락을 돌리겠다는 안내가 포함됐다. 그러면서 이용자들에게 '그린카 서비스 장애 상황 제출'을 구글 닥스(Google Docs)를 통해 전달하라고 요청했다.
그린카 측은 해당 게시물을 올리면서 댓글 쓰기 기능을 막았다.
이용자는 댓글 기능이 열려 있는 이전 게시물에 불만을 표출했다. 몇 시간 안에 약 90여 개 댓글이 달렸다.


댓글 내용을 살펴보면 "지리산에 갇혀 있다", "전액 환불하고 보상안 제시하라", "렌트비 환불은 당연하고 오도 가도 못하는 이 시간은 어떻게 보상할 거냐", "고객센터 전화도 안 받고 장난하냐", "지갑, 소지품 다 차 안에 있는데 고객센터 연결도 안 되고... 대책 좀 달라", "홈페이지에 공지라도 해주던가. 전화도 먹통이고 뭐 하자는 거냐", "살려주세요. 사람이 갇혔다", "주차장에서 1시간 동안 앱 삭제했다가 다시 깔았다가 폰 껐다가 켰다가 했다", "두 시간째 밖에서 서서 어디 가지도 못하고 짐도 못 빼고 비행기도 놓치게 생겼다"라는 등 여기저기서 이용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었다.
고객센터 응대가 마비되고, 제대로 된 업체 측 안내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자, 이용자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해가 질 때까지도 해당 오류는 개선되지 않았다.

11일 새벽, 그린카의 앱 서비스는 정상화됐다. 업체 측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장애 발생 직후 해결을 위한 원인 규명과 긴급 복구 작업을 통해 현재 시스템 복구를 완료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은 모든 고객께 사죄드리는 마음으로 보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린카가 이날 서버 오류 피해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고객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까지 나와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체가 장애 상황 제출을 요구하면서 제공한 링크에 이용자가 접속해 이름과 연락처, 차량 위치, 회원 ID 등을 입력하고 이를 전송했는데, 관리자뿐 아니라 다른 이용자에게도 이 정보가 노출됐다는 주장이다.
한 이용자는 "다른 고객의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주소, 이용한 차량 번호 등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라고 의문을 제기했고, 업체 측은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입장이다.
그린카는 2011년 11월 설립, 국내 카셰어링 업계 최초로 포문을 열었다. 이후 쏘카, 딜카, 피플카 등이 그 뒤를 이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카셰어링은 24시간 단위로 차량을 빌리는 기존 렌터카와 달리 필요한 시간만큼(분 단위)만 대여가 가능하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예약하고, 반납하면 이용 시간 및 거리만큼 요금이 계산돼 등록한 카드로 결제되는 구조다. 간편하게 원하는 만큼만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서비스 도입 이래 이용자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급격한 성장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무인시스템이라는 점을 악용해 무면허자가 명의를 도용해 차량을 빌리는 가하면 차량 상태(청결이나 파손) 점검이 철저하게 이뤄지지 않아 애먼 이용자가 덤터기를 쓰는 일도 있다. 또 운전미숙자도 별도의 검증 없이 차량을 대여할 수 있어 교통사고 발생률도 현저히 높다.
보험연구원에서 지난 2017년 발간한 '카셰어링 확산의 문제점과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카셰어링 차량 사고발생률은 일반 개인 차량보다 10.8배 높았다. 대여 차량(기존 렌터카) 사고보다도 6.2배 높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