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가 이제야 밝힌 2002 월드컵 16강 이탈리아전 승리 비화
2022-04-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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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공개한 2002 월드컵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서 공개
“대통령 전화 내용 전달된 다음날 경기 폭발적이고 매서웠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당시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승리 비화를 공개했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12일(현지시각)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개한 2002 월드컵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2002: 디스 이즈 언 아시안 오디세이(This is an Asian Odyssey)’에 출연해 "김대중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선수들 군 면제를 시켜주겠다는 전화를 직접 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전날 저녁, 대통령이 내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내일 경기에서 이기면 선수들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우리나라는 조별리그에서 폴란드, 포르투갈을 꺾고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16강에 진출해 이탈리아와 만난 상황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대회 전 대통령에게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 병역 면제가 가능하냐고 물었는데, 당시에는 답이 없었다"며 "16강 전날 답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 사실을 전달하자 선수들은 눈물을 흘리며, 꼭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는 걸 알았다"며 "다음 날 경기는 폭발적이고 매서웠다"고 했다.
실제 한국팀은 1대0으로 뒤지던 후반 막판 설기현의 동점골과 연장전 안정환의 그림같은 역전 헤딩골로 축구 강국 이탈리아를 침몰시켰다.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 페루자 소속으로 이탈리아전을 치렀던 안정환은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그때 한 골과 내 축구 인생을 바꿨지만 기뻤다"고 말했다.
안정환은 월드컵 이후 페루자에서 쫓기듯 나와야 했다.
안정환은 "이탈리아에 세계적 스타가 다 있었기 때문에 이길 거라고 생각 못 했지만, 목숨 걸고 뛰니까 되더라"고 회상했다.


4강 신화의 주역이었던 박지성도 다큐멘터리에 등장했다.
박지성은 "대회 이후 우리도 강팀과 경쟁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축구라는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뭉치게 할 수 있는지 눈으로 실감하게 해준 대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