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조사에서 줄곧 '묵비권' 행사하던 이은해, 판사 앞에서 돌연…

2022-04-21 10:20

add remove print link

판사에게 '자필 진술서' 제출했는데 그 내용이…
이은해, 왜 복어독 살해 시도만 집중 부인했나

이은해 / 뉴스1
이은해 / 뉴스1

‘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은해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그가 영장실질심사 때 제출한 자필 진술서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다. 영장실질심사란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하기에 앞서 구속할 사안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피의자를 면전에서 심문하는 것을 뜻한다.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 때 진술서를 제출하는 것은 통상적이진 않다. 재판이 진행될 때 반성문 형식의 진술서를 제출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은해 혐의는 모두 세 개다. 복어 피를 이용해 남편을 살해하려고 한 혐의, 낚시터에서 남편을 물에 빠트려 살해려고 한 혐의, 계곡에서 남편을 살해한 혐의가 그것이다. 모두 2019년 벌어진 일이다.

채널A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이은해가 판사에게 돌연 제출한 진술서는 A4 용지 2장 분량이다. 특이하게도 '존경하는 판사님'으로 시작하는 진술서에서 이은해는 복어 피를 이용해 남편을 죽이려고 한 혐의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부인한다.

[아는 기자]“기회라는 밧줄 달라”…이은해의 ‘이중 태도’ [아는 기자]“기회라는 밧줄 달라”…이은해의 ‘이중 태도’
m.ichannela.com

이은해는 복어를 구입해 식당에 손질을 맡겨 다들 맛있게 먹었다면서 남편을 죽이려고 했다면 복어 음식을 함께 먹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독이 포함돼 있는 부위는 소비자가 요구해도 식당이 주지 않는다는 근거까지 댔다. 이은해는 진술서의 3분의 1 분량에서 복어 독으로 남편을 죽이려고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진술서에서 이은해는 ‘계곡 살인 사건’를 ‘사고’로 표현한다. 남편은 물놀이하다 우연히 죽었을 뿐 자신들이 죽인 게 아니라는 주장인 셈이다. 아울러 이은해는 낚시터 살인 미수 사건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이은해로선 복어 독 사건 말고는 자신을 옭아맬 거리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을 가능성이 있다.

죄가 없다면 왜 도망갔을까. 이은해는 진술서에서 내연남인 조현수가 감금과 강압적인 수사를 받아 무서운 마음에 함께 도망쳤다고 주장했다. 진술서에 쓰인 ‘반성’ ‘참회’ ‘잘못’ ‘후회’ 등의 단어는 4개월간의 도주를 설명하면서 나왔다.

이날 밤 이은해는 구속됐다. 진술서가 제 구실을 못한 셈이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