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교육비 빼서 대학생 몫으로 돌리겠다” 정부 결정에 파문 확산
2022-07-08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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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교육교부금' 3조 줄인다
줄인 돈, 대학교 지원에 사용한다

정부는 7일 초·중·고교에 투자했던 재원 일부를 대학과 평생교육에 사용하는 교부금 개편안을 내놨다. 개편 요지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쓰이는 교육비를 대학생 몫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유·초·중등 교육을 지원하는 데 쓰이는 교육교부금은 내국세와 교육세에서 나온다. 정부 개편 방안은 교육세를 떼어 대학과 평생 교육 부문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올해 본예산을 기준으로 교육교부금(65조1000억원)은 내국세 61조5000억원과 교육세 3조6000억원으로 구성돼 있다.
교육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내·외 경기침체 등으로 2023년도 이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학교 현장의 의견수렴을 통한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되는 일방적인 교부금 축소는 유·초·중등 교육여건의 후퇴를 가속하고, 질적 저하를 불러올 것이 명약관화하다"고 지적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새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발표된 교육재정 운용정책이 유·초·중등 교육비용을 빼돌려 대학교육 비용으로 쓰는 정책이라는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며 개편안 철회를 요구했다.
교사노조는 "현재 유초중등 교육복지는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 학급당 학생 수가 30명 이상 과밀학급이 2만 개가 넘고 대부분 학교가 30∼40년 전에 지어진 낡은 건물이다"라고 지적한 뒤 "교육세를 고등교육재정으로 전용하면 유·초·중등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 자명하다"며 "국회는 법 개정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비 교사들도 개편안을 반대한다고 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은 "유초중등 현장은 지난 몇 년간 시급한 학급당 학생 수 상한제 도입과 정규교원 확충을 요구해왔다"며 "그러나 교육부와 기재부는 초중고교 학교 수·학급 수가 늘어나는 현황은 무시하고 단순 학생 수를 기준으로 교원 정원 및 예산을 감축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대학생연합은 "대학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나눠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방치돼 온 고등교육을 장기적으로 책임질 추가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전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데 교육만큼 확실한 투자는 없다"며 "지금 정부는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축소할게 아니라 여전히 열악한 유·초·중등 교육여건을 개선해서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회복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전교조는 "기획재정부는 그렇다치고 교육부 장관까지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깎는 일에 동참했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힌다"며 "교육부 장관이 과연 교육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교육에 대한 철학과 관점을 바로 세우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정당 쪽에서도 비판 의견이 나왔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전날 논평에서 "동생과 형을 싸움 붙이는 나쁜 정부"라며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드는 논리대로라면 인구수가 감소하는 지금 기재부가 다루는 국가 예산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자신은 내버려두고 교부금만 손댄다. 기재부의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지 않아도 유·초·중등 교육을 홀대하는 윤석열 정부가 이제는 교부금 축소 조치를 취했던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의 반열에 오를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