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살던 남성이 침수된 집에서 탈출한 방법, 모두 눈물 훔쳤다

2022-08-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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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살던 남성이 이번 폭우에 겪은 일
집 안 뒤덮은 빗물 속 극적 탈출

반지하에 살던 한 남성이 폭우로 침수된 집안에 갇혔다가 구사일생으로 빠져나온 사연을 공개했다.

긴박했던 당시 순간이 그대로 담긴 사연 글에 네티즌은 "다행이다"라며 놀란 가슴을 함께 쓸어내렸다.

온라인 커뮤니티 개드립에는 '침수지역, 반지하 거주하던 개붕이(개드립 회원)야..'라는 제목의 글이 11일 올라왔다.

정확한 거주지 등 신원을 밝히지 않은 익명의 글쓴이는 해당 글을 통해 최근 집중 호우로 겪은 침수 사고담을 털어놨다.

글쓴이 A 씨는 "지금은 본가이고 집에 와서 쓰러졌다가 이제서야 글을 쓴다. 살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 해봤다. 진짜 머리가 콱 막혔다"며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반지하에 살던 남성 A 씨가 공개한 집 현관 사진. A 씨는 폭우 당시 사진에 표시된 높이만큼 물이 찼고, 문틈으로 물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개드립
반지하에 살던 남성 A 씨가 공개한 집 현관 사진. A 씨는 폭우 당시 사진에 표시된 높이만큼 물이 찼고, 문틈으로 물이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개드립

A 씨에 따르면 폭우가 쏟아진 날, 그의 집에는 무릎 높이까지 물이 차올랐다.

A 씨는 집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급히 반려견을 방범창 위로 올려두고 현관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문은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그 틈으론 집 밖의 물이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온몸으로 문을 힘껏 밀어붙였지만 꿈쩍도 하지 않자, 이러다간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그를 엄습했다.

키 185㎝, 몸무게 113㎏ 건장한 체격의 그도 갑자기 들이닥친 재난 속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두려움에 떨던 찰나, 과거 직접 가구를 만든다고 샀던 장비가 퍼뜩 떠올랐다. A 씨는 주방 찬장에 뒀던 배터리형 그라인더를 꺼내 들었고 방범창으로 향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pu_kibun-S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pu_kibun-Sutterstock.com

여기서 나가자는 일념으로 그는 힘껏 방범창을 갈았다. 희망도 잠시, 오랜 시간 방치해둔 탓에 배터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방전돼 버렸다.

모든 걸 포기하려던 순간 그의 뇌리엔 또 한 가지 방법이 스쳤다. 고기에 불맛을 내려 사둔 터보 토치였다. 그는 방범창을 뜨거운 불로 달궜고 플라이어(뺀찌)로 덜렁이는 방범창을 휘어잡았다.

뜯긴 방범창 사이를 통과해 극적으로 탈출한 A 씨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집안을 보곤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가슴팍까지 차오른 빗물이 집안을 뒤덮었다. 가구고 뭐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누전차단기가 빨리 내려간 덕에 감전 사고는 피한 것을 위안으로 삼으며 A 씨는 '부모님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갑과 휴대폰조차 챙길 틈이 없었던 A 씨는 한 손엔 미처 버리지 못한 토치를, 품에는 반려견을 안고 이웃집 초인종을 눌렀다.

"여기 밑에 반지하 사는 사람이에요. 집에 물이 차서 겨우 탈출했어요. 2만 원만 빌려주세요."

눈물 바람으로 도움을 요청한 그를 본 이웃은 망설임 없이 주머니에서 돈을 꺼냈다. 이어 뒤돌아 가는 A 씨를 붙잡은 이웃 아저씨는 "옷을 줄 테니 들어와서 씻고 옷 갈아입고 날씨가 잠잠해지면 가라. 토치 버리고, 손도 그만 떨고"라며 선뜻 집도 내어주었다.

소식을 들은 부모님이 올 때까지 A 씨는 이웃집에 머물렀고, 이후 부모님 댁에서 기절하듯 잠들었다가 깨어난 뒤 해당 사연을 올린다고 전했다.

그는 "반지하에 사는 사람은 언제 침수될지 모르니 항상 집에 대비해두라"고 당부하며 글을 마쳤다.

해당 사연을 본 네티즌은 A 씨가 겪은 아찔한 상황에 마음 아파했다. 그러면서 한목소리로 "살아서 다행"이라고 그를 위로했다.

네티즌은 "맘 아프다", "진짜 죽을 뻔했다. 고생했다", "다행이다 살아서 건강해라", "글만 봐도 무서운데 당사자는 진짜 놀랐겠다", "얼마나 놀랐을지 감도 안 온다. 정말 고생 많았고 어디 안 다쳐서 정말 다행이다. 이렇게 불행한 일도 있었으니 더 큰 행복이 너를 찾아갈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A 씨는 여럿의 응원에 "모두들 위로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가 물에 잠겼다.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 뉴스1-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 8일 내린 폭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가 물에 잠겼다.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었다. / 뉴스1-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편 지난 8일부터 서울 등 수도권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집안에 들이친 빗물을 피하지 못하고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동작구 상도동 한 반지하 주택에 살던 50대 여성도 참변을 당했다.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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