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걸그룹 팬사인회 참석했다가 '저주' 수준의 욕을 듣고 있는 중년남성 (사진)

2022-08-1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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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팬, 저주 퍼부어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나

중년 남성 팬들이 어린 10대 걸그룹 팬 사인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강성 여성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네이트판,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뉴진스 팬덤 수준 봐'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뉴진스 골수 여성 팬들로 추정되는 이들의 트위터에서 퍼온 것이다.

이하 트위터 캡처
이하 트위터 캡처

트위터에는 통통하고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뉴진스 팬 사인회장에서 멤버 민지와 비말차단막을 사이에 두고 대면하는 사진이 담겼다. 민지는 진지한 것인지, 떨떠름한 것인지 분간이 어려운 묘한 표정으로 남성을 쳐다보고 있다.

글쓴이인 여성 트위터리언은 "양심 있으면 이런 XX들은 팬 사인회 가지 마"라고 해당 남성에게 폭언을 내뱉었다.

그러자 게시글은 1000건 넘게 리트윗됐고, 곧바로 남성 혐오적인 댓글로 도배됐다.

"뉴진스 아기들 보는 남자들은 다쳤으면 좋겠다", "남자들이 뉴진스 보면 다치는 역병 돌았으면 좋겠다" 등 저주에 가까운 악담이 이어졌다.

지난달 데뷔해 가요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다국적 걸그룹 뉴진스(NewJeans)는 멤버 5명(민지, 하니, 다이엘, 해린, 혜인)이 모두 14~18세의 미성년자들이다.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저 팬 사인회에 남자 팬이 딱 두 명 왔는데 모두 (여초) 트위터에 신상 털리고 몰래카메라 찍혀 욕먹고 난리 났다"고 혀를 찼다. 이어 "남성 팬도 정당하게 팬심으로 음반 사고 팬 사인회 당첨돼 응원하러 간 건데"라며 답답해했다.

신인 걸그룹 뉴진스 / 뉴스1
신인 걸그룹 뉴진스 / 뉴스1

이번 사건은 그간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위험하거나 부당한 상황에 부딪혔던 걸그룹에 대한 동정심이 삐뚤어진 팬심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남성 팬들이 다수인 걸그룹에서는 종종 악성 팬들에 의한 성희롱, 과도한 성애화가 일어난다. 중소기획사일수록, 신인일수록 속수무책이다. ‘여자 아이돌=극한직업’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 걸그룹 러블리즈는 인터넷 생방송 중 일부 팬들의 성희롱성 발언 때문에 한 멤버가 욕설을 했다가 ‘태도 논란’에 휘말렸다. 여자친구의 팬사인회에서는 몰카 안경을 낀 남성 팬이 적발됐고, 우주소녀의 팬 사인회에서는 남성 팬의 음주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팬덤 간에, 또 팬덤 안에서 상이한 정체성을 지닌 집단이 부딪치면서 갈등이 도를 넘는 수준으로 격화되는 양상은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