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카이라이 재판에 국제사회 촉각

2012-08-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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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카이라이와 보시라이 부부 (출처:소후닷컴)〕 보시라이 연관성 드러

〔구카이라이와 보시라이 부부 (출처:소후닷컴)〕

보시라이 연관성 드러날 지가 최대 관심

중국 차기권력 향배 풍향계 될 듯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 재판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우선 외견상 9일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열릴 재판은 구카이라이가 한때 사업동료였던 영국인 닐 헤이우드를 지난해 11월 살해한 사건에 대한 것이다. 검찰은 구카이라이를 살인죄로 기소했고 법원 역시 그와 관련해서만 판결할 것으로 보여 말 그대로 '싱거운'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홍콩 언론매체들은 구카이라이가 집안 재산 문제를 두고 자신의 아들과 닐 헤이우드가 대립하는 걸 지켜보다가 결국 닐 헤이우드를 살해하게 됐다고 선선히 자백한 점이 양형 참작의 사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형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과 더불어 징역 15년 설(說)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 내부와 국제사회는 구카이라이 사건이 복잡한 권력 다툼의 한 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처리 결과로 중국 권력의 향배를 점칠 수 있는 점에 주목한다.

구카이라이 사건은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이 '주군'인 보시라이 당 서기와의 갈등 끝에 지난 2월 말 보시라이의 문란한 사생활과 부정부패 사실이 담긴 'X파일'을 들고 청두(成都) 미 총영사관으로 뛰어들어가면서 불거졌다.

왕리쥔이 쥔 자료에 구카이라이가 한때 연인 설도 돌았던 닐 헤이우드를 잔인하게 독살했다는 기록과 증거가 포함됐던 탓에 구카이라이가 단죄의 대상이 됐다.

구카이라이 재판에서 가장 주목할 대목은 검찰이 기소한 살인죄 이외에 다른 경제범죄와 관련한 판단이 이뤄질지에 모아진다. 경제범죄가 단죄된다면 남편인 보시라이의 연관성 여부가 파헤쳐질 것이고 보시라이에 대한 형사처벌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보시라이는 왕리쥔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도 검찰 기소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있다.

보시라이가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와중에 '심각한 기율 위반' 혐의로 체포돼 그동안 공산당 감찰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왔고 혐의가 상당 부분 입증돼 그것만으로도 엄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유력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구카이라이가 경제 범죄 혐의를 인정했는데도 검찰이 살인혐의로만 기소한 걸 보면 보시라이에 대한 형사처벌 의지가 없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보시라이를 당 기율 위반의 범위에서만 처벌하고 그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사실 보시라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중국의 권력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통설이다.

다시 말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동맹),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의 태자당,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상하이방이라는 3대 세력 간의 견제와 균형이 중국 권력의 기본 축이고 보시라이가 태자당의 유력 주자였다는 점에서 중국 사법당국이 일방적으로 보시라이의 운명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사실 보시라이에 대한 부정부패 조사는 태자당의 추한 모습을 까발리는 계기가 될 수 있어 누구도 쉽게 손댈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대 세력 간 '합의절차'가 불가피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태생적 유사성을 갖는 상하이방과 태자당이 '연대'를 통해 후진타오 집권 10년 동안 세력을 키운 공청단과 대립하는 형국인 가운데 공청단이 보시라이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대가로 차기인 5세대 지도부 구성에서 지형변화를 꾀한다는 얘기도 있다.

3대 세력이 보시라이에 대한 형사적 처벌 대신 적절하게 처리하고 보시라이 탈락으로 생긴 상무위원 지분을 어떻게 분배할 지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번 주 개막된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서 중국의 전ㆍ현직 실세 간에 보시라이 사건을 기본 전제로 깔고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를 뺀 나머지 상무위원 숫자와 배분을 어떻게 할지를 논의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후 주석이 보시라이 사건을 빌미로 자신의 호위대 격인 링지화(令計劃) 당중앙판공청 주임과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 당서기를 '차기' 상무위원단에 포함시키려 한다는 분석도 나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재키'로 불리던 유명 변호사이자 유력한 차기 상무위원의 아내로서 잘 나갔던 구카이라이가 마오쩌둥(毛澤東)의 권력을 배경으로 호가호위하던 장칭(江靑)과 마찬가지로 단죄의 대상이 되는 신세로 전락했다고 보도해 관심을 샀다.

권력이 모든 걸 압도하는 중국 현실로 볼 때 구카이라이의 살인죄는 영원히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보시라이 사건이 세간의 이슈가 된 상황에서 보시라이를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내놓은 대체재라는 분석도 있다.

현재 중국 권력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도 아내의 밀수사건이 불거지자 당 지도부가 나서 자칭린 주석 부부의 이혼을 종용해 관련 부패 수사가 자칭린으로 번지는 걸 막았다는 얘기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베이징 정가에서는 구카이라이 재판은 '짧은' 심리 절차를 거쳐 심리 당일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있고 늦어도 이번 주 중에는 1심 선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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