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탐구생활] 대항력 공백 악용한 전세사기… “이사+전입신고 먼저 했는데도 전세금 날아갔다” <4>

2022-10-1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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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력,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 다음 날 효력 발생 악용
집주인이 이사 당일 근저당권 설정 또는 매매 계약

# A씨는 지난해 6월 1일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바로 확정일자를 부여받았다. A씨는 7월 1일 이사를 한 후 곧바로 전입신고를 했다. 이사 당일인 7월 1일까지 주택에는 선순위 근저당권이 없이 깨끗한 상태였다. 주택 가격이 하락해도 전세금에 대해 안심하고 살던 A씨는 1년 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갔는데 A씨보다 순위가 빠른 대출이 있다는 것이다.

임차인의 대항력이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 다음 날 발생하는 점을 악용한 전세 사기에 주의해야겠습니다.

일반인이 쉽게 알지 못하는 법률지식을 악용한 정말 나쁜 사기 행태입니다. 눈 뜨고 코 베일 수 있습니다.

보통 임차인은 전셋집으로 이사를 하고 이사 당일 전입신고만 하면 대항력이 생겨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다른 권리보다 선순위여서 전세금을 돌려받는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전에 주택을 매도하거나 근저당을 설정해 전세금을 편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대항력은 임차인이 임차 주택의 양수인, 경락인 등 제3자에게 임대차의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 법률상의 힘을 말합니다. 임대차보호법에 의하여 임대차는 그 등기가 없더라도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때에는 그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생깁니다.

하지만 임차인이 이사하고 전입신고를 한 같은 날에 집주인이 은행 대출을 받기 위해 근저당권 설정등기를 접수하면 은행이 내 전세금보다 먼저 대출을 회수할 권리를 갖게 됩니다. 대항력과 달리 근저당권 등기는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이지요.

바로 대항력의 효력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 발생하는 데에서 함정이 생깁니다. 이사 일까지 전세 주택의 등기가 깨끗하더라도 다음 날 00:00시까지는 임차인이 대항력에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사례를 다시 살펴볼까요?

➊ A씨는 6월 1일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관할 주민센터를 방문해 확정일자를 부여받았습니다. 확정일자란 증서가 작성된 날짜에 주택임대차계약서가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 법률상 인정되는 일자를 말합니다.

➋ 이어 7월 1일 이사를 마친 후 오후 1시에 전입신고를 해 대항력 요건을 갖췄습니다.

➌ 그런데 대항력이 생기기 전인 7월 1일 오후 4시에 임대인이 담보대출을 위해 근저당 등기를 합니다. 이 등기는 당일부터 효력이 발생합니다.

➍ 임차인의 대항력은 주택의 인도와 전입시고를 한 다음 날인 7월 2일 0시부터 효력이 발생하므로 7월 1일 신청한 근저당권 등기가 임차인의 대항력보다 빠르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사고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할 때 임차인의 대항력 효력이 발생할 때까지(최소한 잔금 지급일 다음 날까지) 임대인이 매매나 근저당권 설정 등을 하지 않는다는 특약을 계약서에 명시해야 합니다. 즉 이사와 잔금 지급일 다음 날까지는 임대인이 임차주택에 대해 권리 변경이나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기로 하고 어길 경우엔 배상을 한다는 조항을 넣어야 합니다.

일부 중개업소는 이러한 특약 조항을 알아서 넣기도 합니다. 정부도 주택임대차 표준계약서를 개선해 이러한 내용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표준계약서가 바뀌기 전 전세계약을 하는 사람들은 꼭 알아야 할 사항입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세사기 방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국토부는 “현재 집주인이 담보대출을 신청할 때 임대차 계약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우 은행이 확인하기 어렵다”라며 “앞으로 은행이 담보대출을 실행할 때 해당 물건의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확인하고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은 임차인의 보증금까지 감안할 수 있도록 시중 주요은행과 협의할 계획”이라며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머니 탐구생활]은 알면 쏠쏠하게 돈이 되는 경제를 깊게 들여다보면서 MZ세대부터 은퇴세대에게 유익한 머니 정보를 제공합니다. 쏠쏠하게 도움이 되는 뉴스를 부동산학 석사인 김태희 위키트리 전문위원이 쉽고 자세하게 안내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home 김태희 기자 socialest21@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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