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때 여자여서 CPR을 안 한 게 아닙니다, 이유를 말해드립니다"

2022-10-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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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우려 때문에 CPR을 못했다고?"
"죽어가는 사람 보는 게 더 무서웠다더라"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과 소방119구조대원, 시민들까지 의식잃은 환자들을 심폐소생술(CPR)하며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 뉴스1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과 소방119구조대원, 시민들까지 의식잃은 환자들을 심폐소생술(CPR)하며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 뉴스1

이태원 참사 당시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남성들이 심폐소생술(CPR)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주장을 두고 반박이 나왔다.

누리꾼 A씨는 31일 ‘여자여서 CPR을 안 한 게 아니다’란 글을 디시인사이드에 올려 사고장소에 있었던 남자 지인에게 들은 얘기를 전했다.

“참사 당시 구조도 해야 하고 사람들 통제도 해야 해서 소방인력이 많이 부족했다. 여기저기에서 “도와주세요” 소리쳤다. 아비규환이었다. 집에 가려고 하는데 너무 ‘도와주세요’ 소리가 처절해서 뭐라도 도우려고 누워 있는 사람들한테 가까이 갔다고 한다. 처음엔 오금이 저려서 뭘 못하겠다더라. 얼굴이랑 몸이랑 군데군데 파랗게 질리고 멍들고 노랗게 뜨고…. 여기저기 코피 흘리고 입에 토사물인지 흰색 거품을 문 사람도 있고….“

A씨 지인은 CPR을 하려고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다가갔다. 죽어가는 사람이 무서워 처음엔 주저했다. 가슴을 압박할 때마다 거품 피가 코에서 계속 쏟아지고 입에선 가글 소리와 비슷한 소리와 함께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났다. A씨 지인은 쓰러진 사람이 의식을 찾지 못하자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A씨에 따르면 A씨 지인은 구조대가 CPR을 받던 사람을 어디론가 데려가자 다른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대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와 관련해 A씨는 “지인이 거기 있었던 경험으로 보건대 만약 CPR을 주저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성추행 우려보다 죽어가는 사람을 처음 봐서 무서운 게 더 컸을 거라고 말하더라”라고 설명했다.

“남자든 여자든 간에 쓰러진 사람을 도우려고 했다고 하더라. CPR을 하든가 어설프게라도 가슴을 꾹꾹 누르거나 그게 안 되면 손을 주무르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더라. 꽉 끼는 옷을 벗겨야 한다니까 뒤에 있던 구조대원이 상의랑 하의 벗기고 천 같은 것을 위에 덮어주고 CPR을 진행하기도 했다. 성추행 때문에 CPR을 주저하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지인이 말하더라.”

A씨는 “당시 상황이 너무 처절해서 그런 걸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지인이 말했다”면서 “

걔(지인)는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와서 내일 정신과에 간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한편 자신을 이태원 참사 생존자라고 소개한 한 인물이 30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사고 당시 대다수의 사람이 호흡 부전 증세를 겪는 상황에서 구급 대원들의 인력이 부족해 주위에 있는 시민들 중 CPR이 가능한 사람을 찾았다. 그러나 환자 중 여성들이 대다수여서 남성들은 건들지도 못했다. 그래서 여성 간호사나 CPR이 가능한 여성들을 찾기 시작했다"란 글을 올린 바 있다.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글의 전문>

사고장소에 있었던 친구가 얘기 해준 거임 (남자)

당시 구조도 해야 하고 사람들 통제도 해야 해서 소방 인력이 많이 부족했음

여기 저기 도와주세요 소리치는데 아비규환

집에 가려고 하는데 너무 도와주세요 소리가 처절해서 뭐라도 도울려고 누워있는 사람들한테 가까이 갔다고 함

처음엔 오금이 저려서 뭘 못하겠다더라 얼굴이랑 몸이랑 군데군데 파랗게 질리고 멍들고 노랗게 뜨고

여기저기 코피 흘리고 입에 토인지 흰색 거품 문 사람도 있고

일단 cpr하려고 다가갔는데 (죽어가는 사람이 무서워서 처음에 주저 했댔음)

가슴 압박 할 때마다 거품 피가 코에서 계속 쏟아지고 입에서는 가글 하는 소리인지

헥, 헥 하면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는데 계속 의식이 없어서 무서웠음

잠시 후에 cpr받던 사람 일행이 구조대인지 데려와서 어디론가 데려가니까

다른 사람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사라지고 그대로 공황 상태가 왔다고 함

거기 있어본 경험으로 만약 cpr주저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성추행 같은거보다 죽어가는 사람을 처음 봐서 무서운 게 더 컸을 거라고 말하더라

남자건 여자건 쓰러진 사람 도울려고 했고

cpr, 어설프게라도 가슴 꾹꾹 누르거나 그게 안되면 손 주무르는 사람도 있었음

뒤에 있던 구조 대원이 꽉 끼는 옷 벗겨야 한다니까 상의랑 하의 벗기고 천 같은 거 위에 덮어주고 cpr진행하기도 함

성추행 때문에 주저하는 그런 상황은 없었을거라고 말함

너무 처절해서 그런 걸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댔나

걔는 ptsd와서 내일 정신과 간다고함ㅇㅇ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과 소방119구조대원, 시민들까지 의식잃은 환자들을 심폐소생술(CPR)하며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 뉴스1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경찰과 소방119구조대원, 시민들까지 의식잃은 환자들을 심폐소생술(CPR)하며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 뉴스1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