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시 심폐소생술한 이태원 상인들 “계속 토하고 잠도 못 자…폐업 준비까지”

2022-11-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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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처참히 무너진 채 살아가는 이태원 상인들
“3년 전에도 여기 골목에 사람이 몰려 위험한 상황을 목격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를 도왔던 상인들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참사 이후 온라인서 인근 상인들이 피해자들 구조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퍼지면서 이를 접한 상인들은 더욱 충격에 시달렸다고 털어놨다.

이하 뉴스1
이하 뉴스1

뉴스1은 3일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사상자들을 빼내고 심폐소생술을 도왔던 상인들의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당시 현장에서 소방관, 시민들과 함께 고군분투했던 상인들은 참사 이후 수면 문제, 구토 증상 등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었다.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사고 이후 업장 문을 닫았다. 그는 사고 당시 사상자들을 현장에서 빼내고 구조를 도왔다. 하지만 온라인서 퍼진 참사 당시 주변 상인들이 피해자들을 돕지 않았다는 일부 마녀사냥과 관련해 "충격으로 힘든 상태에서 SNS에 주변 상인들을 모두 욕하는 악플들을 보고 나니, 연예인들이 왜 악플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알겠구나 싶은 정도로 심정이 참담하다"고 털어놨다.

당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던 상인들은 더욱 심한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했다. 이태원 상인은 "현장에 있었던 상인들은 며칠이 지나도 충격이 너무 커서 계속 토하고 잠을 못 자고 있어 인터뷰에 응하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일부 상인들이 폐업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인은 "CPR을 도왔던 우리 직원들은 현장 장면이 잊히지 않아 더 이상 일을 못 하겠다고 했다"며 직원들의 고충을 전했다.

문을 연 가게들도 각자의 방법으로 추모를 이어가고 있었다. 참사 현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홍 씨는 가게 앞에 흰색 장미 100송이를 비치했다. 꽃이 담긴 바구니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헌화에 써주세요. 무료입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자식이 24살이라는 홍 씨는 "3년 전에도 여기 골목에 사람이 몰려 위험한 상황을 목격한 적 있다. 위험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런 참사가 일어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하다"면서 "희생자분들이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니 장미를 좋아할 것 같아 하얀 장미라도 비치해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MBC 'PD수첩'
MBC 'PD수첩'

앞서 지난 1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긴급 취재 이태원 참사' 편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 말미에는 경찰이 봉쇄하고 있는 참사 현장 골목에서 오랫동안 장사해온 상인이 등장해 골목 한가운데서 희생자들을 위한 제사상을 올렸다. 그는 참사 당일 가게 문을 개방해 많은 부상자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는 이태원 상인들에게 5일까지 휴업을 권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100여 개가 넘는 상점들이 국가애도 기간 휴업에 참여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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