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삼성전자 사원의 아파트 구매 자랑글, 모두를 울렸다 (전문)

2022-11-19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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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만 3000개 넘게 달린 사연
추가 글로 감사 인사 전해

한 삼성전자 직원의 아파트 구매 자랑 글이 큰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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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소속 직장인 A씨는 최근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자랑글! 헿'이라는 제목의 사연을 올렸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아파트 사서 저번 주에 이사 왔다. 자랑해야지.

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자랐었어. 아빠는 장애가 있었고, 엄마는 도망갔고, 할머니가 키워줬어.

근데 나 진짜 사랑 많이 받았어. 우리 할머니는 나 엄마 없는 티 안 낸다고 양말까지 다리미로 다려서 신겼어.

또 매일 아침 등교 전에 내 앞에 쭈그려 앉아 내 운동화를 닦아줬어.

나 공부도 잘했어. 선생님들한테 답 파랗게 인쇄된 교사용 문제집 받아 풀면서 전교 3등 밖으로 안 나갔어.

그렇게 서울대 상경대에 입학했어. 바로 삼성전자 DS(반도체 설계·생산·판매 담당) 부서에 입사해서 돈 열심히 모았고, 올해 서른살인데 아파트 샀지롱.

난 내 집이 갖고 싶었어. 어렸을 때 월세 못 내고 쫓겨나서 창고 같은 데서 겨울 난 적이 있거든.

24평 아파트 좋다. 깨끗하고 좋은데, 할머니랑 아빠 다 병환으로 돌아가셔서 혼자야.

번듯한 아파트에서 호강시켜주고 싶었는데 늦어 버렸당.

해당 사연을 접한 이들은 "진짜 멋지다. 친구 하고 싶다" "앞으로 꽃길만 걷길..." "이런 인재를 거둔 재용이형 칭찬해" 등 3000개가 넘는 댓글을 남겼다.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imtmphoto-shutterstock.com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해당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imtmphoto-shutterstock.com

많은 이들의 응원에 A씨는 추가 글을 올리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모두들 격려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해요.

대댓글을 드리는 게 예의인 줄 아오나, 한줄 한줄 읽고 '좋아요' 누르는 것으로 갈음함을 용서해 주세요.

말투를 좀 귀엽게 했으나 튼튼한 건아입니다.

생모는 다른 가정을 이루고 자기 삶을 살고 계셔요.

어렸을 때는 원망도 했는데 크니까 조금 이해되는 거 같아요.

더 행복해지고 싶다는 게 그리 이상한 건 아니니까.

그리고 그때의 생모는 지금의 저보다 어린 사람이었으니...

저는 여러분이 낸 세금으로 학비도 안 내고 밥도 안 굶고 헐벗지 않고 커서 월급날 소득세 많이 떼 간다고 욕 못하겠더라고요.

받은 만큼 많이 내어놓고 가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이번 겨울이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받은 이, 배상.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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