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맛보기] '뒤설레'
2012-08-2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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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쪽에 머물며 많은 비를 뿌렸던 구름이 아래로 내려왔나 봅니다. 새벽에 세차게 내리다가
윗쪽에 머물며 많은 비를 뿌렸던 구름이 아래로 내려왔나 봅니다. 새벽에 세차게 내리다가 아침에 긋는 듯하더니 이제 다시 쏟아 붓고 있습니다. 그동안 내리지 않은 걸 생각하면 아직 더 많이 와야 한다는 말도 합니다. 이 비를 반기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동안 타는 듯 목이 말랐을 땅과 푸나무들이 "어이 시원하다"라고 느끼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과 푸나무들에게 반가운 비도 사람을 놀랍고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더라구요. 어제 저녁을 먹고 아이들한테 저마다 할 일을 하라고 해 놓고 아내와 함께 마실을 나갔습니다. 아내 말에 따르면 거의 두 달만에 함께 나온 마실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좀 오랜만이다고 생각했는데 아내는 날을 새고 있었나봅니다. 바빠서라기보다는 더위와 땀이 무서워 꺼렸던 마실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몸을 움직이게 도움을 주는 여러 가지 틀들이 있는 곳에서 몸을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불고 참 좋다고 느끼면서 자리를 옮기려는데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비받이도 비옷도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깜짝 놀랐습니다. 얼른 아내를 불렀고 집으로 가자며 손수건과 물병을 챙기며 뒤설레를 치는데 비가 더 많이 떨어졌습니다. 집에 창문도 다 열어 두고 이불을 늘어 놓은 게 생각이난 아내가 집에 전화를 하면서 뛰었습니다. 비를 맞는 것이나 옷이 젖는 것이 싫지는 않았는데 집에 비가 들어칠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달리기를 한 지 오래지 않아 빗줄기는 잦아들었고 머리도 옷도 다 젖어 있었습니다. 비가 떨어질 때 뒤설레를 치지 않고 가까이 있었던 쉼터에서 비가 긋기를 기다리는 게 나았겠다는 생각이 집에 다 와서야 들었습니다. 땀과 비로 젖은 옷을 벗으며 오랜만에 달리기를 했다며 씩 웃을 수 있게 해 준 비였지요.
'뒤설레'는 '서두르며 수선스럽게 구는 일'입니다. '치다', '떨다', '놓다'라는 말이 이어 나오는 말이지요. '설레(가만히 있지 아니하고 자꾸 움직이는 행동이나 현상)'라는 말을 알면 뜻을 미루어 알 수 있는 말이고, '설레발 치다'라는 익은 말이나 '설레발이', '설레다'도 알 수 있는 말이랍니다.
4345. 8 22. ㅂㄷㅁㅈ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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