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뇌 구조부터 완전히 다르다 (feat. 서울대병원 연구결과)

2022-12-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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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중요 '보수'… 투쟁하는 '진보'
보수가 자기조절·심리적 안정성 높아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집회에 참가한 진보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하 뉴스1
'김건희 특검·윤석열 퇴진 촛불대행진' 집회에 참가한 진보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서울 중구 태평로 일대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하 뉴스1
보수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재명·문재인 구속'을 외치고 있다.
보수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재명·문재인 구속'을 외치고 있다.

윤석열 정부 퇴진을 주장하는 진보단체의 '촛불집회'와 이에 맞서는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가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다. 시위가 이념 대결 양상으로 번지게 된 데에는 '내 편은 옳고, 상대편은 틀리다'는 진영 논리에 함몰된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진보와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정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경제, 문화 등 영역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 과연 무엇이 이런 생각의 차이를 낳게 했을까. 이와 관련 과거 국내 연구자들이 뇌과학의 영역에서 이 둘을 비교한 연구 결과가 새삼 주목받는다.

2020년 11월 서울대병원·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권준수 연구팀(장대익·이상훈·김택완)은 정치 성향에 따라 뇌의 신경망이 다르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성인 106명을 정치 성향을 척도로 설문 조사한 후 중도·진보·보수 성향 그룹으로 나눠 각각 뇌의 신경망을 살펴봤다. 연구 결과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자기조절 능력이나 회복탄력성과 관련 있는 뇌의 신경망이 진보보다 약 5배 많이 연결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보수 성향의 뇌는 심리적 안정성이 진보 성향의 사람보다 높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진보와 보수 성향의 사람은 정치적 쟁점에 대해 대립하는 의견을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진보는 사회적 평등과 같은 ‘공평성’을 중시하는 반면, 보수는 경제적 안정과 안보와 같은 ‘조직의 안정성’에 더욱 무게를 둔다는 것이다.

국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진보와 보수 성향의 생각 차이는 사회 문제를 받아들이는 심리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진보 성향의 사람은 모호하고 새로운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보수는 위험한 자극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보고됐다.

뇌 모형 / Purple Studio-shutterstock.com
뇌 모형 / Purple Studio-shutterstock.com

진보와 보수 성향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뇌의 활성화 정도에 차이가 있다는 건 해외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뇌과학의 발전으로 뇌 영상 기술을 통해 사람의 심리 기전을 뇌의 변화를 통해 볼 수 있게 된 덕이다.

하지만 뇌의 전체적인 신경망 구조를 연구한 것은 권 교수팀이 처음이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정치 성향에 따라 뇌의 차이를 확인한 결과이므로 두 요인 사이의 선후 관계 또는 인과 관계를 단언할 수는 없다고 봤다.

권 교수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뇌 기능의 차이가 생겨난 것인지, 뇌 기능 차이로 인해 정치적 성향이 다른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다만 정치적 입장에 따라 뇌의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 최신호(당시 기준)에 실렸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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