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간 발달장애 딸을 돌봐오다 살해한 엄마의 간병일지... 모두를 오열케 한다
2022-12-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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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살 때부터 딸 간병 시작
약 효과 등 딸 증상 세밀히 기록
지난 5월, 30대 발달장애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한 여성이 검찰로부터 12년의 구형을 받았다.

38년동안 딸을 돌봐온 이 여성의 간병일지가 공개돼 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JTBC는 60대 이 모 씨가 3년 전 30대 딸의 상태를 적어 놓은 간병일지를 입수해 19일 보도했다.
일지엔 '데파킨 용량 바뀐 후 2019년 12월 짧은 경기 10번 힘 빠지는 경기 6번' 등 딸의 증상이 자세히 적혀 있었다.
4월 18일 12시 10분 '좋아짐', 1시 10분 '계속 약하게', 4월 19일 10시 '1초 경기 소리냄' 등 시간대 별 증상을 써 놓은 페이지도 상당했다.

이 씨는 26살 때부터 발달장애가 있는 딸의 간병을 시작했다. 1984년 돌이 갓 지난 딸이 뇌병변에 지적장애 1급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씨의 아들은 "약을 조제할 때 효과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의사 선생님과 상담하시면서 조절하셨다. 잠도 누나 옆에 간이침대를 만들어서 주무셨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굳건했던 이 씨의 딸 간병 의지는 딸이 지난 1월 대장암 진단을 받은 후 서서히 꺾였다.
결국 지난 5월 딸을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이 씨.
검찰은 살아난 그녀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일각에서는 이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우리 사회는 뭘 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는 자각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불면증이 심한 이 씨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를 상대로 한 휴식 지원 프로그램 혜택도 받지 못했다. 정도가 심한 만 18세 미만의 장애 가구만 해당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올해에만 10번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사연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정말 마음 아프네..." "저 엄마도 꿈 많은 아이였고, 소녀였고, 처자였을텐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