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동안 수백억원어치 로또 판매한 복권가게서 1등이 한 번도 안 나온 이유
2023-02-0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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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당첨 별 따기' 방증
확률상으론 사실상 불가능

지금껏 로또를 열심히 샀는데도 한 번도 당첨 안 된 이유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제시돼 화제를 모았다.
한 로또 판매점이 로또 복권 운영사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이는 '판매점 당첨 보고서'에는 2013년 4월 20일 추첨된 로또 542회부터 2022년 2월 5일 추첨된 1001회까지 해당 로또 판매점이 배출한 당첨 내역이 실려 있다.

9년간 이 판매점에서 사 간 로또로 1등에 당첨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2등만 6명 나왔다. 3등도 253명이 고작이었다.
해당 기간 이 판매점의 로또 판매액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로또는 확률이 대단히 희박하다. 국내 로또의 1등 당첨 확률은 814만5060분의 1. 가위바위보로 치면 내가 누군가를 23번 연속 이길 가능성(839만분의 1)과 비슷한 천운이 따라줘야 한다.
20년 동안의 1등 당첨자를 다 더해도 7880명 정도다. 본인 당첨 여부를 떠나 당첨자를 마주칠 확률도 5000만 국내 인구를 고려하면 1만분의 1 정도밖에 안 된다.
이에 로또를 '확률을 모르는 바보들의 베팅'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자동이나 수동이나 당첨 확률을 크게 높이는 방법은 절대로 하나도 없다. 로또 당첨 번호 정보 제공업체에서 '필승법'이 있다고 홍보하지만, 이는 '뻥'이다.
로또는 경우의 수가 814만5060가지이므로 한 주 안에 로또의 모든 경우의 수를 모두 긁어야만 100% 확률로 1등에 당첨될 수 있다.
로또 확률은 매회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한다. 이 때문에 10년간 꾸준히 한 장씩 로또에 부은 사람과 처음으로 로또 한 장 사본 사람의 당첨 확률은 같다.
따라서 당첨 확률을 티끌이나마 높이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한 회차에 가능한 한 많이 사는 것밖에 없다.

로또를 사는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토요일마다 로또 매장에 줄을 서는 건 소액으로 평생 만져보기 어려운 거액을 만져볼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주 로또 당첨금 23억여 원에서 세금을 떼고 나면 약 18억원이 남는다. 20억원을 넘는 강남 아파트값을 생각하면 ‘인생 역전’까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월 300만원 직장인이 50년 치 월급을 고스란히 모아야 하는 돈이다.
로또에는 분명 오락적 요소도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월요일에 로또를 구입하고 당첨자를 추첨하는 토요일을 기다리며 일주일의 활력소로 삼기도 한다. 비록 '꽝'이 되더라도 당첨에 대한 기대감이 주는 행복감으로 로또를 또 사게 될 수도 있다.
아니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서 로또를 사지 않고 1000원을 아끼는 것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로또 당첨 확률이 815만분의 1이라는데, 로또에 살 1000원을 아껴가며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았을 때 서울의 좋은 집을 살 수 있는 확률이 과연 이보다 높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