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서 크게 논란 중인 '아이 방 아저씨·아줌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3-01-3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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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40대 미혼자 20%가...
누리꾼들 치열한 갑론을박

마흔살이 넘어서도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취미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에 대한 평가가 일본 내에서 엇갈리고 있다.

일본 대형 출판사 후소사에서 운영하는 매체 '일간 SPA'는 '월급은 13만 엔이지만 저축액은 200만 엔, 본가살이를 만끽하는 40대 아이 방 아저씨의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 28일 보도했다.

일본 대형 출판사 후소사에서 운영하는 매체 '일간 SPA'는 '월급은 13만 엔이지만 저축액은 200만 엔, 본가살이를 만끽하는 40대 아이 방 아저씨의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 28일 보도했다. /트위터(@weekly_SPA)
일본 대형 출판사 후소사에서 운영하는 매체 '일간 SPA'는 '월급은 13만 엔이지만 저축액은 200만 엔, 본가살이를 만끽하는 40대 아이 방 아저씨의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지난 28일 보도했다. /트위터(@weekly_SPA)

성인이 돼서도 유년기 때부터 지내온 방을 떠나지 않는 중장년 남성, 일명 '아이 방 아저씨'인 쿠라타 마사노리 씨(42·가명)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저도 가족도 현재의 생활에 아무런 불만도 느끼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쿠라타 씨는 삼 남매 중 막내로, 누나 두 명은 고등학교 졸업 후 독립했다고 한다.

쿠라타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일에 대한 의욕이 없어 취직을 하지 않았다. 부모 또한 쿠라타 씨에게 어떠한 잔소리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일용직 노동으로 월평균 13만 엔(약 123만 원)을 받는다. 부모님도 나이가 드셨지만, 연금을 받고 있어 제 돈은 주로 게임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쿠라타 씨는 "많게는 월 3만 엔(약 28만 원) 정도를 저축한다. 확인을 해보진 않았지만, 누적 저축액은 200만 엔(약 1900만 원)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쿠라타 씨의 친구들은 가끔 그에게 "그렇게 살면 위험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냐"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쿠라타 씨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았다.

무직 41세 중년의 일상. 아이 방 아저씨의 방 소개 /이하 유튜브 채널 'Marimonちゃんねる'

그러던 중 TV 뉴스에서 '아이 방 아저씨' '아이 방 아줌마'를 부정적으로도 보도하는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쿠라타 씨는 "TV에서 저 같은 사람들을 성가신 존재로 취급하고 있지만, 저는 그저 결혼이나 취업을 하지 않고 고향에 살고 싶은 것뿐이다. 가족 또한 아무런 지적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학창 시절 공부도 운동도 보통이었다. 좋아하는 여성과 연애도 해봤지만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제 수입이 적다고 느낀 적도 없다. 오히려 강제로 취업했다면 스트레스로 범죄자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칭찬받을 만한 생활은 아니지만, 나름 잘살고 있는 건 우리 집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소신 발언을 했다.

'마리몬'이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버 활동 중인 한 일본인 아이 방 아저씨가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마리몬'이라는 닉네임으로 유튜버 활동 중인 한 일본인 아이 방 아저씨가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TV 아사히 '모닝 쇼'에서 2020년 12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0~30대 응답자 61%는 '어른이 돼도 부모 집에서 살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로 40~70대 응답자 55%는 그럴 수 없다고 밝혀 자식 세대와 부모 세대의 인식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아이 방 아저씨·아줌마에 대해 △집세 절약 △부모 간호 △가업 잇기 등의 전통적인 이유도 있지만, 불경기로 인한 취업 실패와 비정규직 및 미혼 인구 급증으로 인한 요인도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의 40세 이상 독신 인구는 약 27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부모와 함께 사는 40대 인구의 비율은 약 20%다. 50대도 10%에 육박한다.

해당 소식을 접한 일본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쿠라타 씨의 생활에 공감하는 이들은 "저도 중장년인 아이 방 아저씨다. 저는 이혼해서 다시 부모님 밑으로 돌아왔다. 재혼 생각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도 없어 이대로가 좋다. 남들은 한심하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혼자 살면 그만이다" "저희 오빠도 이런 케이스다. 부모님은 아들이 곁에 있다고 좋아하신다" "학교든 직장이든 남들이 가는 길로 가지 않아도 괜찮아" 등의 댓글을 남겼다.

반면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드리지 않는 것은 좀 그런 것 같다" "지금은 좋겠지만 나중이 위태로울 수도" "나이가 많아지면 일용직 노동은 불가능하다. 젊을 때 많이 벌어놔야 한다" "부모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자녀에게 독립심을 길러주는 게 아닐까. 어느 날 부모님이 쓰러지면 일용직 일을 하면서 청소, 빨래, 취사를 해야 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등의 반응을 보이는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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