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 자퇴하고 조선대 사범대에 입학합니다… 인증합니다"

2023-02-0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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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의 꿈 찾아 모험 시작하겠다”
누리꾼 “다이아수저” vs “선견지명”

기사와 관련 없는 서울대병원 의료진들 모습. / 뉴스1
기사와 관련 없는 서울대병원 의료진들 모습. / 뉴스1

지난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를 다니다 자퇴한 이공계 재학생이 전년 대비 40% 늘어나는 등 의대 쏠림 현상이 심각한 가운데 한 청년이 대세(?)를 역주행해 화제를 모은다. 서울 소재 명문대 의대를 과감히 때려치운 이 사람의 행선지는 지방대 사범대였다.

최근 엠엘비파크(엠팍), 에펨코리아, 클리앙 등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해 대학 입시에서 조선대 수학교육과에 합격한 수험생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씨의 연세대 의대 자퇴의 변, 학생증, 자퇴 신청 인증샷. / 이하 에펨코리아
A씨의 연세대 의대 자퇴의 변, 학생증, 자퇴 신청 인증샷. / 이하 에펨코리아

지난해 수능이 A씨에겐 3번째 도전이었다. 그렇다고 통상적인 의미의 삼수생은 아니다. 다른 대학을 다닐 만큼 다니다 적성에 맞지 않아 중퇴하고 새로 신입생이 됐다.

20대 후반의 늦은 나이에 수학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좇아가는 열정이 높이 살 법하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그의 결단에 격려보다는 뜨악한 반응을 쏟아낸다. 심지어 집에서는 내놓은 자식 취급을 받았다.

그가 내다 버린 선택이 그 '귀하다'는 의대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의대 순위 넘버 2 반열인 연세대 의대다. 그뿐이 아니다. 연세대 의대를 두 번씩이나 걷어찼다.

광주에서 고교를 졸업한 A씨는 2015년 연세대 의대에 신입생으로 입학했다. 그러다 예과 3학년 때 유급을 경험했다.

2018학년도 수능을 다시 치르게 된 A씨는 또다시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합격했다. 다시 예과 1학년 생활부터 반복하게 됐다. 그렇게 연세대 의대를 8년이나 다녔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한 장면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한 장면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그러던 그는 2023학년도 수능에 또 응시했다. 이번에는 고향에 있는 조선대 사범대 수학교육과에 원서를 냈다. 조선대 합격이 확정된 뒤 최근 연세대에 자퇴서를 제출했다.

A씨는 “정든 연세대를 떠난다”며 “다사다난한 학부 생활을 마감하고, 이제는 저만의 꿈을 찾아 모험을 시작할까 한다”고 자퇴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저로 인해 울고 웃으셨던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생일 선물로 값진 합격증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고 기뻐했다

A씨는 그간 주변에 의사 생활에 대한 회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꿈을 버리고 27세에 수학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찾아간 이유다.

A씨가 입시 카페에 올린 그의 약력
A씨가 입시 카페에 올린 그의 약력

그가 조선대 입학을 앞두고 과외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위해 입시 관련 카페에 올린 약력은 수험생 및 수험생 가족들의 눈을 어지럽게 만든다.

2015년 연세대 의예과 합격

2015년 KAIST 합격

2017년 연세대 의예과 중퇴

2018년 연세대 의예과 합격

2018년 중앙대 의학부 합격

2021년 연세대 의학과 진학

그리고

2023년 조선대 수학교육과 합격

청천벽력 같은 진로 변경에 집에서는 난리가 났다. A씨는 사범대 진학 건으로 집에서 쫓겨나 여인숙에서 기거했다가 겨우 집에 돌아간 것으로 전해진다.

뒤집히기는 조선대도 마찬가지였다. 입학도 하기 전에 유명 인사가 됐다. 교내 온라인 게시판에 '거물이 왔다'는 소문이 확 돌았기 때문이다.

A씨가 단톡방에서 다른 학우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
A씨가 단톡방에서 다른 학우와 주고받은 대화 내용

A씨가 급우들과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주고 받은 대화를 보면 그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A씨가 단톡방에 가입하자 한 학생이 "연대 의대에서 수학교육과 오셨다는 분 맞죠?"라고 확인했다.

A씨가 "그렇다"고 하자 이 학생은 "대박 이런 곳까지 찾아오시다니", "이런 곳에 귀한 분이"라며 뒷말을 잇지 못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다이아수저일 듯", "할아버지가 사립학교 이사장이라 교사 자격증 가져오면 학교 주기로 한 거 아님?", "선견지명일 지도", "스펙도 있으니 유명 학원 강사 되면 의사보다 훨씬 벌 듯"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입시업체 종로학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소위 'SKY대'에서 자퇴한 학생은 1874명으로 전년 대비 40% 늘었다. 이들 대학의 입학 정원이 대략 1만2000여 명이니 6명 중 1명꼴로 어렵게 얻은 학생증을 팽개친 셈이다. 이들 자퇴생의 75%는 자연 계열로, 대부분 수능을 다시 쳐서 의약 계열에 지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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