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플랫폼 '무료 가족 사진' 광고에 사기 당했다”... 누구의 잘못일까?

2023-02-0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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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SNS 사기 피해
뚜렷한 소비층·공신력 있는 플랫폼 악용한 과대 광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 "공짜를 밝히지 마라." 이런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모든 순간을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 제대로 판단하면서 살지 못한다. 사람이니까 모르는 것도 있고, 실수도 한다.

원래 공짜를 밝히지 않아도, 수상한 제의는 일단 의심하고 보는 습관이 있더라도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하고, 믿을 만하고, 남들도 다 아는 사람이 "이거 좋대", "너도 한 번 사봐"라고 말한다면 어떨까? "그래?"라며 휩쓸릴 수 있는 게 사람 아닌가?

기사 내용 참고용 자료 사진. 노인이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다(왼쪽), 유튜브 로고(오른쪽) / metamorworks. Chubo - my masterpiece-Shutterstock.com
기사 내용 참고용 자료 사진. 노인이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다(왼쪽), 유튜브 로고(오른쪽) / metamorworks. Chubo - my masterpiece-Shutterstock.com

요즘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카카오톡을 다룰 줄 알거나, 유튜브 정도는 다룬다. 그만큼 특정 플랫폼은 세대를 불문하고 활용도가 높은 만큼 두터운 소비층을 나타낸다.

그렇다고 이들이 모두 온라인 활용에 능숙한 건 아니기 때문에 온라인 범죄나 사기 수법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노·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허위·과대 광고, 사기 피해 등의 사례가 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무료 가족 사진 찍어드립니다." "92년도에 태어난 가족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100% 무료." "서울 광진구에 사는 00년생 가족 사진."

이런 문구의 광고를 한 번쯤 봤을 수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벤트 문구 참고용 자료 사진 / KBS2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
이벤트 문구 참고용 자료 사진 / KBS2 '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

주로 이벤트 형식의 광고다. 누르면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 간단한 정보를 입력하고 응모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그럼 며칠 후 특정 포토스튜디오가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알림 메시지를 보내온다.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포털 사이트에 '무료 가족사진'을 검색하면 대부분 '사기'라는 연관 검색어가 함께 뜬다. 사실 이런 광고를 띄운 포토스튜디오 입장에서는 "촬영이 무료라고 했지, 액자까지 무료라고는 안 했다", "어쨌든 사진을 찍어서 주기는 하지 않느냐"라고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무료 가족사진 사기' 피해 경험을 호소한 이들이 당한 수법은 대부분 비슷하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강모(29·여) 씨는 2019년 겨울 동생 권유로 5인 가족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대전에 있는 한 포토스튜디오에 방문했다. 강 씨 동생은 인스타그램에서 '무료 가족사진 이벤트'에 당첨됐다고 했다. 가족은 들뜬 마음으로 스튜디오로 향했다. 사진을 찍고 나서도 '무료로 찍어주다니 정말 좋은 스튜디오네!'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사진을 다 찍은 스튜디오가 큰 액자에 담아 가져가려면 돈이 든다며 50만 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돈을 내지 않으면 손바닥만 한 탁상용 액자 1개만 가져갈 수 있었다.

그제야 강 씨 가족은 뭔가 이상하단 눈치를 챘지만, 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온 가족이 다 함께 모이기도 힘들거니와 촬영한 사진이 아깝기도 해서였다. "그냥 가겠다"라고 냉정하게 말하기도 어려운 분위기였다. 당시 사기당했다고 여겼는지 묻자 강 씨는 "집에 와서 생각했을 때 '당한 건가?'라는 생각이 약간 들긴 했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중년의 직장인 함모(55·남) 씨의 경험도 비슷하다. 다만 함 씨는 "문제는 내가 사기성 광고를 접한 게 대기업이 운영하는 내비게이션 앱 서비스였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내건 광고여서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벤트에 응모했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이 사기 광고 노출을 돕는다?

'무료 가족사진' 이벤트에 응모했다가 유료 과금 피해를 겪은 사람 중에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외에도 카카오톡 비즈 보드에 노출된 광고를 보고 클릭했다는 사람도 상당하다.

카카오톡 비즈보드에 걸렸 있던 '가족 사진 무료' 광고 예시.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카카오톡 비즈보드에 걸렸 있던 '가족 사진 무료' 광고 예시.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피해 사례에 대해 카카오비즈니스 관계자는 국내법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 안에서 비즈니스 파트너의 광고 소재 심사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 운영 정책에 따른 증빙 서류를 받고 있으며, 비교적 엄격한 기준으로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 고객센터는 광고 계정이나 광고 노출·등록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경우, 패키지 상품, 프로모션 상품을 제안하는 경우, 월정액제로 결제를 유도한 뒤 과도한 위약금을 제시하는 경우, 환불 요구 불이행하는 경우 등을 불법 대행 영업 피해 사례로 안내하고 있다.

이처럼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더라도 광고 노출 후 문제를 바로잡으려고 한다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일 수 있다. 일반인이 광고의 소재 적합성을 넘어 진실성까지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회적 이슈로 비화하거나 고객센터에 고객 불만 접수되고 나서야 문제성 광고의 노출이 제한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이 때문이다.

카카오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대기업이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라면 대부분 겪고 있는 문제다. 특히 대부분의 오픈마켓이 이런 허점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현금 직거래로 인한 사기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네이버가 '현금 직거래 유도 주의' 안내 문구를 공지하긴 하지만, 일일이 범죄를 막기란 어렵다. 뻔한 수법에도 피해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네이버에 입점한 가게'라는 어느 정도 공신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티맵 모빌리티에서 제공하는 광고 위치.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KT 티맵
티맵 모빌리티에서 제공하는 광고 위치.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KT 티맵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제공하는 현금 직거래 유도 경고 안내문 / 네이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제공하는 현금 직거래 유도 경고 안내문 / 네이버

정부 당국의 제도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문제가 왜 계속 발생할까? 현행법에 실체 없는 광고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에 근거해 방송에 나오는 허위 정보, 청소년 유해 광고를 규제하지만 유튜브 등 온라인 광고는 해당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온라인 플랫폼이나 SNS에서 본 광고를 클릭했다가 피해를 본 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순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시광고법에 근거해 사후 규제만 할 수 있기에 근본적으로는 소비자 피해를 막기 힘들다.

과도한 마케팅에 속아 큰돈을 과금하는 사례, 온라인 플랫폼 스마트스토어에서 본 상품을 구매했는데 이후 다시 들어갔더니 그 스마트스토어 계정이 사라진 사례, 환불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하는 사례, SNS를 이용해 사진 두 장만 찍으면 된다는 말에 현혹돼 협찬 사기를 당하는 사례…. 온라인을 이용한 사기 수법이 이처럼 점점 교묘해지고 다양해지고 있지만 마땅한 법 규정이 없는 까닭에 처벌하기란 한없이 까다로운 게 현실이다.

home 한제윤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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