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을 차리면 한 달에 얼마나 벌 수 있는지 알려드립니다, 놀랄 수도 있습니다

2023-02-1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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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킨집 가맹점주가 올린 재무제표
하루 13시간 이상 일하는데 수익이…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Brent Hofacker-shutterstock.com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Brent Hofacker-shutterstock.com

“속 빈 강정이야. 무조건 회사에 붙어 있어.”

더딘 소비회복과 식자재값 상승으로 지난해 '국민 야식' 치킨집은 폐업이 신규 개업을 뛰어넘으며 66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남은 업소끼리 피튀기는 경쟁을 벌이다 보니 동네 치킨집보다 수월하다던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수입도 월급쟁이보다 낮아졌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한 중견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한 달 재무제표가 올라왔다.

가맹점주 A씨는 "회사 다니다 '현타' 와서 충동적으로 퇴사 후 7000여만원을 들여 창업했다"며 "주 6일에 하루 13~14시간을 일하는데 내 시간은 거의 없다. 허리, 목이 아파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A씨 가게의 1월 매출 분석표
A씨 가게의 1월 매출 분석표

알바생 1명을 두고 있는 A씨 가게의 1월 매출 분석표를 보면 3200여만원 매출 중 순이익은 720만원가량으로 순마진율이 23%다. 세전 기준으로, 여기서 세금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은 600만원 쯤 된다.

돈벌이가 그리 나빠 보이지 않는데 A씨는 이 바닥에 뛰어든 선택을 후회한다. 속 빈 강정이라는 자체 진단 때문이다.

그는 "일하는 시간, 감가상각 등 감안해서 순익 계산하면 회사 다니며 월급 받는 거랑 별 차이가 없다"며 "시간을 되돌리면 창업 안 하고 '월급 도둑'하면서 회사 계속 다녔을 거다"고 말했다.

A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본사 직원들 말로는 A씨 가게의 매출 규모가 상위 15~20%다.

A씨는 "내 가게 매출이 (소속 프랜차이즈 가맹점 중) 중간 정도인 줄 알았다"며 "월 매출 1000만~2000만원을 찍는 업소들은 업주가 딱 최저 시급을 건질 듯싶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한 치킨 가게 / 뉴스1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한 한 치킨 가게 / 뉴스1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치킨집은 지난해 6614곳이 무더기 폐업한 반면, 신규로 문을 연 곳은 4623곳에 그쳤다.

동네 치킨집들보다 경쟁력이 앞서는 치킨 브랜드 가맹점도 수익성이 매우 취약한 편이다.

김상훈 창업통TV 대표가 분석한 지난해 치킨 브랜드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은 교촌치킨(6281만원), 비비큐(4950만원), 푸라닭(4469만원), bhc(4342만원), 60계치킨(3521만원) 순이다. A씨가 가입한 프랜차이즈는 A급이 아니어서 이보다 매출이 적었다.

점당 매출액 상위 5개 브랜드의 월평균 매출은 4700만원 남짓이다. 여기서 식재료 원가, 인건비, 임대료, 세금 등을 뺀 가맹점주의 월평균 순이익은 매출액의 10% 수준인 47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그나마 평균 매출 상위권이 이 정도다. 국내 16개 치킨 브랜드 중 매출액 하위 브랜드 가맹점의 월평균 매출액은 최하 905만원이다. 1000만원대 브랜드도 5개에 달한다.

이들 브랜드를 운영하는 가맹점주의 월평균 매출액은 1398만원에 그친다. 한 달에 벌 수 있는 이들 브랜드 가맹점주의 순이익은 150만원이 안 된다는 얘기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