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다니는데 미친 경험을 하네요… 바로 사직서 내고 회사 나왔습니다

2023-02-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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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급 사원에게 돈 빌려달라는 회사 사장
6600만원을 사기당해 회사가 흔들거린다고?

퇴사하는 직장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hutter_o-shutterstock.com
퇴사하는 직장인.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shutter_o-shutterstock.com

회사 사장에게 월급 가불해달라는 직원 얘기는 들어봤어도 사장이 막내급 사원에게 손을 벌리는 경우는 금시초문이다. 아무리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말이다. 역대급으로 찌질하고 쪼잔한 사장을 만나 퇴사했다는 젊은 직장인의 하소연이 전해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회사 대표가 돈 좀 빌려달라 해서 퇴사한다'는 글이 올라와 에펨코리아 등 다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직원 16명 규모의 중소 무역회사에 1년째 근무 중인 A씨는 "사직서 내 자리에 올려놓고 회사 나왔다. 이런 미친 경우를 경험해 보는구나"라며 분을 삭이지 못한 채 말문을 열었다.

회사 대표가 돈 빌려달라 해서 퇴사했다는 새내기 직장인의 사연. / 에펨코리아
회사 대표가 돈 빌려달라 해서 퇴사했다는 새내기 직장인의 사연. / 에펨코리아

A씨 회사는 최근 바이어에게 거금을 떼였다. 오래된 거래처라 믿고 물품 대금 6600만원을 선입금했는데 돈만 받아먹고는 연락이 두절된 것.

이럴 때를 대비한 보험도 안 들어놓은 터라 회사는 발칵 뒤집혔다. 다른 거래처에 돈 나갈 구멍이 한두 개가 아닌데, 돈이 들어와야 할 거래처는 입금이 미뤄지는 악순환 사이클이 이어졌다.

자금 경색이 된 상태에서 회사 대출금과 직원 월급날까지 밀려오니 연 매출 50억짜리 회사가 고작 6600만원 때문에 공중 분해될 판이었다.

갑갑한 분위기 속에 며칠 전부터 사장은 직원 개인 면담을 진행했다.

"회사 폭망하게 됐으니 각자 알아서 갈 길을 가라"거나 "회사 월급 좀 밀릴 수 있다. 이해해달라" 이런 통첩을 예상하고 사장실 문을 두드린 A씨. 사장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사장이 처음에 "이 회사 그렇게 쉽게 안 무너지니 걱정 마라"는 뻔한 소리를 할 때 A씨는 '월급 밀리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거기에 따른 답안을 머릿속으로 짜고 있는 A씨에게 사장은 뜻밖에도 "혹시 돈 좀 가진 거 있냐"고 물었다.

사장은 "이번 고비만 넘기면 내가 이자까지 얹어서 준다. 네 명의로 된 전셋집에 자동차도 있다고 들었다. 전세금 빼고 차도 처분해서 회사 자금으로 돌리면 안 되겠느냐"라고 제안했다.

예상 밖의 질문에 A씨는 "전세보증금은 1억1000만원이고 차는 중고로 내놓으면 500만원 정도 받는다. 날린 돈은 6600만원인데 왜 그 이상의 돈이 필요한지 의문이다"면서 "전세가 쉽게 못 나가고 차 처분도 말이 안 된다"며 거절했다.

A씨의 명백한 퇴짜에도 사장은 집요하게 매달렸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uYochi-shutterstock.com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uYochi-shutterstock.com

사장은 "이번 위기만 넘어갈 수 있게 도와주면 너랑 평생 간다. 은행 이자보다 더 많이 매달 갚겠다"며 "7~8년 뒤 우리 회사 키워서 상장하면 스톡옵션 보장한다"며 구슬렸다.

나아가 "우리가 의형제 되는 거다. 이게 바로 동아줄이다. 이건 기회다. 바로 내 직속 라인이 되는 거다"며 회사 사장이 막내급 사원에게 도저히 할 수 없는 어조로 애걸했다.

A씨는 "오늘까지 결정해달라. 급하다"며 조르는 사장의 호소를 뒤로한 채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6600만원 사기당했다고 터질 회사면 망하는 게 맞다", "주식 상장이 쉽게 보이나", "사장 지분을 팔아라", "직원들한테 물어봐라. 돈 빌려준 사람 있냐고", "흑자 부도가 이런 건가" 등 어이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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