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때문에 졸지에 '마약 배송범' 될 뻔했습니다 (대전서 벌어진 일)

2023-02-22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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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지가 우편함이었던 '수상한 배송품'
카카오에 문의했더니 “그러면 배송해요“

한 배달 플랫폼에서 배달 기사가 자기도 모르게 마약성 의약품 운반책이 될 뻔했다. 하지만 회사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GBJSTOCK-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GBJSTOCK-shutterstock.com

카카오 T 픽커의 한 배달 기사가 마약류 배송을 의뢰받고 카카오에 문의했지만, 아무런 대응 방법도 안내받지 못했다는 소식을 SBS가 지난 21일 단독으로 보도했다.

SBS에 따르면 배달 기사 A 씨는 대전의 한 공영주차장에서 의뢰인에게 반투명한 알약 수십 개가 들어있는 약 봉투를 건네받았다. 일반적인 약 봉투와 달리 약국 이름 등 아무런 정보도 없고 도착지도 집이 아닌 우편함인 것에 이상함을 느낀 A 씨는 배송 전 약국에 방문해 자신이 배달하는 알약이 무엇인지 확인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 알약 사진 / BNMK 0819-shutterstock.com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일반 알약 사진 / BNMK 0819-shutterstock.com

A 씨가 배송을 의뢰받은 약은 ‘산도스 졸피뎀’으로 향정신성 의약품이었다. 보통 수면제로 쓰이지만, 의존성과 중독성 등의 이유로 마약류에 속해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르면 마약류 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향정신성 의약품을 소지 및 운반하는 것은 불법이다.

A 씨는 약사에게 이 약을 유통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마약류 운반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카카오 모빌리티에 문의했지만, 아무런 해결책도 안내받지 못했다.

A 씨는 배송하기 어려울 것 같으면 의뢰인에게 직접 전화해 돌려주라는 답변을 카카오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의뢰인이 자신에게 해코지할까 걱정이 된다는 말에는 그러면 배송하라는 안내뿐이었다.

A 씨는 당시 자신의 위치가 실시간으로 의뢰인에게 노출되고 있었으며 전화번호도 알려진 상태라 해코지당할까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카카오 T 픽커는 배달기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의뢰인이 볼 수 있다 / 구글 플레이스토어
카카오 T 픽커는 배달기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의뢰인이 볼 수 있다 / 구글 플레이스토어

결국 A 씨는 경찰서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이 회사에 연락한 후에야 배송 취소와 기록 삭제 조치를 받을 수 있었다.

카카오 모빌리티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불법 의약품에 대해선 의사 처방전 여부 확인과 수사기관 신고 등의 절차를 담은 내부 운영 가이드가 있는데 제대로 안내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다시 내부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SBS에 전했다.

경찰은 배송을 의뢰한 20대 남성과 구매 시도자에 대한 신원을 파악한 뒤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home 이예진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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