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질 날만큼 충격적” 러시아가 애국 콘서트에 등장시킨 우크라 소녀, 그 뒤 끔찍한 진실

2023-02-27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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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참석한 러시아 애국 콘서트
러시아 애국 콘서트에 동원된 우크라이나 자매 사연에 전 세계 '분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두고 수도 모스크바에서 '애국 콘서트'를 열었다. 해당 콘서트에 동원된 우크라이나 자매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며 전 세계인의 공분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의 가장 큰 축구경기장인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는 '조국 수호자들에게 영광을'이라는 이름으로 애국 콘서트가 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직접 참석했다.

러시아 '애국 콘서트'에 등장한 우크라이나 구출 어린이들. 러시아 병사 유리 가가린 품에 안긴 안나 자매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 / 연합뉴스 (러시아 방송 캡처)
러시아 '애국 콘서트'에 등장한 우크라이나 구출 어린이들. 러시아 병사 유리 가가린 품에 안긴 안나 자매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 / 연합뉴스 (러시아 방송 캡처)

이날 행사에서는 지난해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 도시 마리우폴에서 현지 어린이 367명이 구출됐다는 설명과 함께 유리 가가린이라는 러시아 병사가 소개됐다.

대표로 등장한 15세 우크라이나 소녀 안나 나우멘코는 가가린을 향해 "유리야 삼촌, 마리우폴에서 내 동생이랑 아이들 수백 명을 구해줘서 고마워요"라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는 사회자의 손짓에 따라 러시아 병사와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애국 콘서트 무대에 직접 연사로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타스 통신=연합뉴스
애국 콘서트 무대에 직접 연사로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타스 통신=연합뉴스

뒤쪽에 서 있던 다른 우크라이나 아이들도 유리 가가린을 둘러싸며 포옹했고, 무대 위에서는 훈훈한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안나는 전쟁 초반인 지난해 4월, 러시아군 포격에 어머니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가디언 등 다수 외신은 아이들과 건물 지하실을 전전하던 안나의 어머니가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구하기 위해 잠시 외출했다가 포격에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사연은 안나의 이웃들이 러시아 콘서트 화면에 등장한 안나의 얼굴을 알아보면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 네티즌들은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애국 콘서트에 동원한 것을 두고 "구역질이 날 만큼 충격적이다", "혐오감이 든다", "역겹다"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날 콘서트 현장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장병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영웅적으로, 용기 있게, 용감하게 싸우고 있다. 자랑스럽다"며 "우리의 역사적 영토, 우리의 인민을 위한 전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조국 수호자들에게 영광을' 콘서트에 참석해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푸틴 대통령
'조국 수호자들에게 영광을' 콘서트에 참석해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푸틴 대통령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영토를 침공하며 발발했다. 유엔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전쟁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는 약 8000명, 부상자는 1만 3000명에 이른다. 군인 사상자는 양국 각각 30만 명 이상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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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