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혜 “2003년 '올인' 데뷔작... 20년차 나조차도 깜짝깜짝 놀란다” [wiki인터뷰①]

2023-03-0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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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남 작가 '빨간풍선'에서 상대적 박탈감에 사로잡힌 흙수저 서은강 역 열연
서지혜 “문 작가님 의지도 되고 모르는 게 있으면 상의도 하면서 '엄마' 같은 느낌 들어”

배우 서지혜가 TV조선 드라마 '빨간풍선' 종영 소감을 밝혔다.

TV조선 드라마 '빨간풍선'서 조은강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서지혜 / 이하 이음해시태그 제공
TV조선 드라마 '빨간풍선'서 조은강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서지혜 / 이하 이음해시태그 제공

서지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카페에서 위키트리와 만나 TV조선 주말드라마 '빨간 풍선'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서지혜는 "초반에는 반응을 잘 못느꼈다가 마지막 촬영때 쯤 촬영 구경오는 분들이 하나같이 재밌게 잘 보고 있다고 하더라. 주변 친구들한테도 연락해 왔을 그때 조금 느꼈다"고 밝혔다.

'빨간풍선'에 합류한 소감에 대해 "대작인 작품도 있었고, 작가님하고 미팅 때 제가 대본을 받아서 본 게 아니라 인물관계도, 소개만 보고 결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작가님이 나한테 '이번에 은강이라는 캐릭터가 0~100가지 감정을 쓸 수 있는 캐릭터다'라고 하더라. 쉽고 충분히 할 수 있는 확신을 줘서 그 점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앞서 0~100가지 감정의 폭을 경험해본 소감에 대해 서지혜는 "글쎄 잘 썼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배우들이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 점수를 많이 주지 않는 편이다. 아쉬웠던 것도 많았고, 그래도 다른 작품에 비해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해보고, 생각도 해보는 등 새롭고, 흥미롭기도 하고, 연기하면서 어렵기도 했었다"며 "어려운 점들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고, 이걸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했다"며 "이 작품을 하면서 물론 재밌고, 즐거웠던 것도 있지만 저 스스로에 대한 고뇌와 고민이 많았던 작품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연기에 대해 만족하지 않은 느낌이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배우 서지혜 / 이하 TV조선 '빨간풍선' 제공
배우 서지혜 / 이하 TV조선 '빨간풍선' 제공

'빨간풍선'에서 서지혜는 조은강 역으로 겉으로 수수하고 차분한 스타일, 가슴속엔 뜨거운 무엇인가 품고 있다.

서지혜가 연기한 조은강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비굴할 정도로 모든 걸 내려놓는다. 이 악물고 상황을 견디며 상대방 마음을 얻는 데 주력해, 결국은 환심을 사고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 데 성공하는 캐릭터다.

서지혜는 "저랑 반대의 경향이 많은 캐릭터였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점도 많았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공감이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배우의 입장에선 그렇게 표현해내야 해서 간접적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주변에서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며 "가끔 나도 화날 때도 있는데, 친구랑도 마음에 안 들지만, 친구라서 참고 넘어가는 경우도 있는데, 은강이의 모습은 어느 정도 갖고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이음해시태그 제공
이음해시태그 제공

그는 "연기하면서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 일부러 귀여운 강아지 영상을 찾아보며 일상의 밝은 모습을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십년지기 친구 한바다(홍수현)의 심부름을 해주며 그의 가족들까지 살뜰하게 챙기지만, 내면을 갉아먹는 피해의식과 열등감 때문에 결국 삐뚤어진 방식으로 욕망을 표출한다.

마음을 품고 있던 한바다의 남편 고차원(이상우)을 유혹해 불륜을 저지르고, 한바다의 보석 디자인을 몰래 유출하기까지 한다.

이런 조은강을 두고 서지혜는 "그를 착하거나 나쁜 여자로 굳이 정의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하 TV조선 '빨간풍선' 제공
이하 TV조선 '빨간풍선' 제공

이어 "누구나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 은강이처럼 우울함과 상대적 박탈감, 욕망, 질투 등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겉으로 끄집어내느냐 않느냐의 문제다. 단순한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감정을 묘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불륜 커플이 4쌍이 등장하는 '빨간풍선'은 소위 말하는 막장 드라마지만, 극본을 맡은 문영남 작가 특유의 과장된 리얼리티로 보는 재미를 살렸다는 평을 받았다. 흔히들 '문영남 사단'이라고 하는 작가의 작품에 출연한 소감을 묻자 서지혜는 "처음에는 문 작가님이 카리스마 있고, 무섭다고 표현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로 얘기를 나눠보면 배우에 대한 배려심과 애정이 있는 분이다"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대본 리딩 작업을 하다 보면 본인이 쓴 감정이 있는데, 사소한 부분에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대본을 써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 작가님이 감정을 많이 가르쳐주고, 연기를 다시 배운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작가님이 의지도 되고 모르는 게 있으면 상의도 하는 등 어떻게 보면 엄마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어느덧 데뷔 20년 차로 '올인'(2003)으로 데뷔한 이후 '결혼하고 싶은 여자', '형수님은 열아홉', '신돈', '오버 더 레인보우', '사랑해', '49일', '별도 달도 따줄게', '펀치', '설련화', '질투의 화신', '사랑의 불시착', '아다마스' 등 최근 '빨간풍선'까지 열심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던 서지혜는 "20년 돌아봤을 때 저도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음해시태그 제공
이음해시태그 제공

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를 해올 수 있었던 게 어떻게 보면 나 자신도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 그래도 잘 버텼다"고 회상했다.

이어 "작품을 많이 했다고 해서 다 잘된 것도 아니고, 그중에서 몇 작품 잘된 것도 있고, 안된 것도 있지만 꾸준히 한 게 행운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서지혜 잘 살아왔네'라며 스스로 만족감은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또한 "20년이 됐다고 해서 흔히들 말하는 '신이 내린 연기력'이 아니라도 잘 버티고 잘 걸어왔다고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home 권미성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