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작? 회의감만 든다” 봄만 되면 많은 사람이 호소하는 병

2023-03-0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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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우울증과 다른 계절성 우울증의 특징
1년 중 봄철 급증하는 극단적 선택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추위에 바짝 추렸던 어깨가 활짝 펴지고 볼에 칼날 같은 바람 대신 부드러운 꽃잎이 스치는 계절이다. 외출을 망설이지 않고 어디로든 떠나도 괜찮을 것 같은 이 좋은 계절은 우울증이 심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 / 네이버 영화
영화 '김씨표류기' 스틸컷 / 네이버 영화
계절성 우울증 증상 토로하는 네티즌들 / 이하 트위터
계절성 우울증 증상 토로하는 네티즌들 / 이하 트위터

최근 들어 SNS에 알 수 없는 싱숭생숭한 감정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우울증을 앓던 사람들에게 봄은 알 수 없는 무기력감과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이 공존하는 혼란의 계절이다.

계절이 바뀌며 유독 우울감이 심해지거나 감정 조절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계절성 우울증일 수 있다. 계절성 우울증은 계절성 정동장애라고도 한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 우울증과 조금 다르다. 극심한 피로와 의욕 상실 증상을 보이는 우울증과 달리, 계절성 우울증은 식욕, 수면욕, 무기력증이 심해지는 증상을 보인다.

이하 네이버 영화
이하 네이버 영화

특히 봄에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은 다른 계절의 우울증보다 충동적인 느낌이 조금 더 강하다.

낮은 기온과 적은 일조량이 특징인 겨울 날씨에 적응한 신체 리듬이 갑자기 변화하며 호르몬 불균형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보통 의사들은 우울증에 좋은 방법으로 햇볕 쐬기, 산책 등을 자주 추천한다. 희한하게도 극단적 선택률은 봄철에 가장 높다.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2015~2018년)간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 가운데 30%가량은 봄을 세상과 작별하는 시기로 선택했다.

이유는 갑작스러운 일조량 증가와 관련이 있다. 가을·겨울엔 일조량이 적어 우울하고 무기력해지기 쉽지만, 충동성은 줄어 오히려 극단적 선택률이 줄어든다. 그러나 봄이 되면 갑자기 일조량이 늘며 감정 기복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이때 증폭한 충동성이 곧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겨울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1, 2월엔 900명대 수준에 머무르다 3월부터 1000명 이상으로 증가한다. 이 시기의 극단적 선택 급증 현상을 '스프링 피크(Spring Peak)'라고 부르기도 한다.

20대 여성 최모 씨는 "겨울보다 봄에 더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그런지 감정이 충동적인 쪽으로 더 많이 기우는 것 같다. 새 시작을 의미하는 계절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커지고 우울감에 쉽게 빠진다. 그래서 충동도 느끼는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계절성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자주 햇빛을 쐬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빛을 많이 받으면 체내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합성에 관여하는 비타민D가 늘면서 기분, 식욕, 수면량이 전체적으로 나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감을 자극적이고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으로 푸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탄수화물 과식은 혈당량의 변화에 큰 영향을 주기에 기분을 좋게 하려다 되레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 12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게'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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