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제 시행되면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누리꾼이 만든 근무표
2023-03-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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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제'에 분노한 누리꾼이 만든 일주일 근무표
'기절', '병원' 등의 단어로 정부 개편안 풍자하는 듯
정부가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해 발표하자 누리꾼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부처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에 따르면 현행 '주 최대 52시간'인 연장 노동시간을 노사가 합의할 경우 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다.
정부는 1주일에 52시간까지만 일하도록 하는 현행 제도를 개선함으로써 바쁠 때는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장기 휴가 등을 이용해 푹 쉴 수 있도록 한 것이 제도 개편 방안의 골자라고 설명한다.
정부는 '주 52시간제'(기본 40시간+최대 연장 12시간)의 틀을 유지하되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쳐 ‘월’ ‘분기’ ‘반기’ ‘연’으로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럴 경우 단위 기준별 연장근로시간이 '월'은 52시간(12시간×4.345주), '분기'는 156시간, '반기'는 312시간, '연'은 624시간이지만 정부는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기 위해 분기 이상의 경우 연장근로 한도를 줄인다는 대책을 내놨다. '분기'엔 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엔 250시간(312시간의 80%), '연'엔 440시간(624시간의 70%)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주 69시간 근무 시 연장 노동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보상받을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 휴식권 조치에 관한 방안도 내놨지만 누리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최대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정부안이 발표된 날 온라인 커뮤니티 더쿠에 '주 69시간제가 확정될 경우 일주일 근무표'라는 글이 올라왔다. 정부 개편안을 풍자하는 게시물이었다.
작성자가 올린 일과표에 따라 생활하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1시까지 근무해야 한다. 주 52시간제에서 69시간제로 늘면서 17시간을 채우기 위한 스케줄이다. 특히 '기절', '병원'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주 69시간씩 근무하면 몸에 무리가 갈 것이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누리꾼들은 "그냥 이민 갈게" "일 몰렸을 때 저렇게 일해본 적 있는데 진짜 온 몸이 화로 가득 찼었다" "노예네. 집도 필요 없겠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기본은 40시간이고 수당을 주는 시간이 69시간까지인 거 아니야?"란 댓글엔 "노동환경에서 선택, 가능이 의미가 있었나? 일부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데만 가능했지. 말이 선택이지 강제고 할 수 있는 한의 꼼수는 다 부릴 텐데"라며 노동 현실을 꼬집는 대댓글이 올라왔다.

노동계도 정부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에 퇴근하는 노동을 5일 연속으로 시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건강에 치명적인 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연장과 잔업을 거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근로시간저축계좌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죽기 직전까지 일 시키는 것을 허용하고, 과로 산업재해는 인정받지 않을 수 있는 길을 정부가 제시한 것과 같다”며 “연 단위 연장 노동을 하게 되면 4개월 연속 주 64시간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지며, 주 64시간 상한제가 현장에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노동계는 정부 개편안을 두고 노동 시간을 늘리는 방안은 구체적인 데 반해 노동자 보호 방안은 두루뭉술하다는 반응이다. 이마저도(연장 노동, 휴식권 보장 등) 노사 합의를 통해 해결하라는 점 또한 협상력이 사측에 쏠려있는 실제 노동 현장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