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에 판 옷에 5만원 있었으니 내놔” 눈 뜨고 코 베이는 신종 사기 유형 2가지
2023-03-11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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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교묘해지는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수법
온라인에 퍼진 '눈 뜨고 코 베이는' 사기 유형
온라인 거래 플랫폼에서 사기로 보이는 유형이 점점 교묘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기상천외한 수법까지 등장한 까닭에 주의하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이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새로운 유형의 사기 수법으로 볼 수 있는 사례가 소개돼 주목받고 있다. 글쓴이가 금전적 피해를 겪진 않았지만 그동안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례인 까닭에 사기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
● "재킷 안에 돈 있었는데 왜 도둑질하냐?"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당근 직거래 후 저보고 도둑이라는데'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당근마켓에서 재킷을 1만 원에 구매했다고 밝힌 글쓴이는 거래 후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판매자가 쇼핑백에 재킷을 담아왔어요. 이미 세세하게 쓴 글과 사진을 봤기 때문에 재킷을 굳이 꺼내 보지 않았어요. 그냥 바로 돈을 건네고 쇼핑백에 담아 버스를 탔어요. 버스 안에서 재킷을 꺼내 확인했어요. 사진에 나온 그대로여서 매우 만족했습니다. 그래서 거래 후기도 좋게 남겼어요."
문제는 판매자가 '거래 완료' 버튼을 누르지 않다가 몇 시간 뒤 갑자기 글쓴이에게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점이다. 판매자는 재킷 주머니에 5만 원을 넣어놨는데 깜박 잊었다면서 자기 것이니 돌려달라고 했다. 글쓴이는 돈을 돌려줄 수 없었다. 재킷에 있는 주머니들을 아무리 뒤져도 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판매자에게 돈을 찾지 못했다면서 다른 곳에 두고 착각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그러자 싹싹했던 판매자 태도가 돌변했다. "양심이 없느냐?", "1만 원 내고 4만 원을 챙기려 드느냐?" 따위의 말을 뱉으며 글쓴이를 자극했다.
"재킷에 5만 원을 일부러 넣어놓고 내게 주기 전에 꺼내려고 했다는데 솔직히 그 말을 믿을 수 있나요. 말도 안 되는 말을 계속 반복하면서 제게 도둑질하지 말라고 해서 그냥 차단했습니다. 그랬더니 오늘은 다른 계정으로 채팅 문자메시지를 보내 5만 원을 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글쓴이는 "혹시 이거 당근 신종 사기 수법이냐. 저랑 비슷한 일 겪은 분 있냐"라고 묻고 "멀쩡하게 생긴 20대 여자였는데 진짜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일단 계정 다 차단했는데 또 다른 계정으로 채팅 올까 봐 겁난다"라며 글을 마쳤다.
실제로 해당 판매자가 재킷에 돈을 넣었을 수도 있고, 구매자인 글쓴이가 돈을 보고도 없었다고 말한 걸 수도 있다. 혹은 판매자가 돈을 재킷에 넣었다고 착각했던 것일 수도 있다. 글쓴이 말대로 판매자가 사기를 치려고 작정하고 덤벼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킷 안에 돈이 들었다면 돌려주는 게 맞는다. 다만 입증 책임은 판매자에게 있다. 류인규 변호사(법무법인 시월)는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돈이 들어 있었다면 마땅히 돌려줘야 한다. 옷을 구매한 것이지 돈까지 구매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다만 돈이 있었는지 여부는 판매자가 입증해야 한다"라고 확인했다.
● "바코드 살짝만 보여주면 바로 돈 보낼게요"
온라인에서 기프티콘을 거래할 때도 두 눈을 멀쩡히 뜨고 코를 베일 수 있다. 이 경우는 판매자가 아니라 구매자가 사기를 치는 사례다.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바코드 일부를 보여달라고 요구한 뒤 값을 치르지 않고 모바일 상품권을 이용한다. 바코드 전체를 노출하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한 바코드 결제 특성을 이용한 사기다.
온라인에 퍼진 사기 피해 사례에 따르면 구매자는 "상품권 원본을 가졌는지 확인만 하겠다"라며 "상품권 번호는 자르고 바코드 끝부분만 살짝 보이게 캡처해서 보내달라"라고 요구한다. 이에 판매자가 요구대로 캡처본을 보내면 구매자는 해당 모바일 상품권을 공짜로 취득해 곧바로 사용하고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 바코드 일부만 있어도 포토샵을 이용해 이미지를 길게 늘려서 결제할 수 있고, 급기야 굳이 길게 늘이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상당하다. 모바일 상품권 유형도 스타벅스 등 프랜차이즈 카페 이용권, 백화점 상품권, 대형마트 상품권 등 다양하다.
이렇게 바코드를 편취해 이용하는 것은 엄연한 절도 행위다.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에 해당해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 온라인 거래 사기 예방...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위 사례에서 바코드 사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바코드를 노출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편집 툴을 이용해 바코드를 가리더라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면 손쉽게 바코드를 복구할 수도 있다. 그러니 처음부터 아예 다른 물건을 이용해 바코드를 가린 채 사진을 찍거나, 완전히 잘라내고 판매해야 한다.
그 밖에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보편적으로 알려진 방법은 되도록 직거래하고, 만나서도 물건을 꼼꼼히 확인한 후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부득이하게 직거래할 수 없을 땐 구매할 물건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물어보고, 물건 옆에 거래 날짜와 닉네임을 쓴 쪽지, 특정 포즈를 취한 인증 사진 등을 요구해본다. 사기꾼은 이런 요구에 응하기 힘들 것이다.
판매자의 개인 연락처를 알고 있을 때는 인터넷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번호를 검색해보는 방법이 있다. 회원가입 후 의심되는 판매자의 전화번호나 계좌번호 등을 입력하면 이전 사기 이력이 검색된다. 경찰청 사이버 범죄 예방 앱 '사이버캅'에서도 동일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 핸드폰 번호를 검색해보는 것도 좋다.
이 과정을 거쳤는데 사기 이력이 뜨지 않는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전문 사기꾼은 다른 명의의 통장을 쓰거나(대포통장), 선불 핸드폰 등을 이용해 수시로 번호를 바꾸기 때문이다. 이럴 땐 컬렉트콜(수신자 부담 전화)로 전화를 걸어본다. 연결이 되지 않으면 선불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판매자가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피해 방지를 위해 꾸준히 사기 유형을 정리해 이용자에 공지한다. 당근마켓에서 꼽은 대표적인 사기 유형의 공통점은 주로 ▲인기 있는 고가의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 ▲가입일이 하루 이틀 이내, 온도가 36.5, 판매 상품이 거의 없고 거래 후기가 없는 경우 ▲카카오톡 아이디를 써놓고 연락망을 옮기려고 하는 경우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