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같았던 건설노조 간부, 알고 보니 진짜 조폭이었다
2023-03-0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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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 건설 현장에서 노조 개설
경찰, 특별단속으로 2863명 적발해
조직폭력배(조폭)들이 건설 현장에서 노조를 만들어 갈취·폭력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 현장 불법 행위에 조폭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동안 건설 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2863명을 적발해 29명을 구속하고 총 102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청사에서 '건설 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중간 성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건설 조폭들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건설사로부터 돈을 뜯어냈다.

충북의 폭력조직 P파, S파의 조직원들은 허위로 노조를 세운 뒤 충북 일대 8개 건설 현장에서 각종 민원을 제기하며 건설사를 괴롭혔다. 이들은 "불법 고용 외국인을 모두 신고하겠다", "노조원을 풀어서 현장 입구에서 매일 집회하겠다"고 협박해 월례비 명목으로 총 8100만 원을 갈취했다.
경기에선 조폭이 노동조합 간부로 활동한 사례가 적발됐다. 유 모(37)씨는 2021년 9월 A노조에 가입해 법률국장 직책을 맡은 후 지난해 5월 오산시의 건설 현장 등에서 노조 전임비와 복지비 등 명목으로 1000여만 원을 빼앗았다. 그는 다른 노조원 6, 7명과 건설 현장을 다니며 노조원 채용이나 건설기계 사용, 전임비 지급을 강요했다. 경찰 조사에서 유 씨는 경찰 관리 대상에 올라 있는 현직 조폭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과거에도 건설 현장 등을 상대로 비슷한 범행을 저질러 처벌받은 바 있다.

인천의 한 조폭은 지역 건설노조 법률국장으로 활동하면서 노조 전임비 1100만 원을 갈취했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장기간 집회를 하는 방법으로 공사를 방해하며 노조원 채용과 장비 사용을 강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단체가 조폭처럼 행세한 사례도 있다. 인천에선 자신들이 원하는 토사 운반업체와 계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쟁하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해 건설사로부터 토사 운반 수수료 명목으로 1억 4000만 원을 갈취한 주민단체 간부 3명이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