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의심…자식도 아닌 새끼 고래 극진히 보살피던 범고래의 소름 돋는 속내

2023-03-1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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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고래가 다른 새끼 고래 정성스레 보살피는 모습 포착
얼마 이후 포착된 범고래와 고래 무리의 살벌한 신경전

바다의 무법자로 알려진 범고래가 다른 종의 고래 새끼를 거두는 모습이 발견됐다.

범고래 / slowmotiongli-shutterstock.com
범고래 / slowmotiongli-shutterstock.com

범고래는 매우 높은 지능을 악질적으로 이용하는 동물로 유명하다. 바다에서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 사람을 보면 자기 배를 뒤집어 위험 신호를 알려주는 바다의 천사 혹등고래조차 범고래만큼은 배척할 만큼 이들은 해양 생태계에서 악명이 높다.

지난 2021년 아이슬란드 서해안에서 마리-테레스 므루스초크 서아이슬란드 자연 연구 센터 연구원 등 고래 전문가들은 범고래가 갓 태어난 참거두고래를 극진히 보살피는 모습을 포착했다.

범고래의 양육 방식은 놀라웠다. 포악하기로 소문난 범고래는 자기 새끼가 아닌데도 참거두고래 새끼를 정성을 다해 돌봤다. 범고래는 가슴지느러미 바로 옆에 새끼를 데리고 헤엄쳤다. 새끼가 힘들이지 않고 자신의 곁에서 편히 헤엄칠 수 있도록 배려하며 고래의 전형적인 양육 방식을 보였다.

하지만 이상 행동도 관찰됐다. 범고래는 약 21분 동안 계속 새끼를 보살폈지만 젖을 먹이지는 않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암컷 돌고래는 지난 9년 동안 새끼가 없었다.

연구자들은 그 이유로 2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범고래가 어떤 이유로 무리에서 소외된 새끼를 입양했거나 납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범고래가 키우던 참거두고래 새끼는 얼마 가지 않아 종적을 감췄다. 연구자들은 젖을 먹지 못한 새끼가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Karoline Cullen-shutterstock.com
Karoline Cullen-shutterstock.com
Tory Kallman-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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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은 약 넉 달 뒤 이 암컷 범고래의 이상 행동을 목격했다. 다만 이번에는 새끼를 거두는 모습이 아닌 40마리의 참거두고래 무리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거두고래 무리는 범고래 무리를 쫓아내다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돌아섰다. 그러자 물러나던 범고래 무리가 뒤돌아 거두고래 무리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거두고래 무리는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범고래 무리를 다시 내쫓았다. 이후에도 이들은 의문의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이때 거두고래 무리에는 여러 마리의 새끼들도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자들은 범고래가 거두고래 새끼를 납치하려던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Guillermo El Oso-shutterstock.com
Guillermo El Oso-shutterstock.com

범고래가 자신의 특출난 지능을 활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지난해에도 일어났다. 당시 다섯 마리로 이루어진 범고래 무리는 백상아리를 매우 놀랍고도 잔인한 방식으로 사냥해 충격을 안겼다.

당시 범고래 무리는 백상아리를 바로 죽일 수 있었지만 무려 1시간 동안 추격과 공격을 끝없이 가했다. 이후 범고래 한 마리는 백상아리를 부리로 밀어 수면으로 끌고 가 백상아리의 몸을 뒤집었다. 이는 몸을 뒤집으면 일시적으로 몸이 마비되는 상어의 특징인 '긴장성 무운동' 상태를 전략적으로 노리고 한 행동이다.

이후 다른 범고래는 마비 상태에 빠진 백상아리의 가슴지느러미 부위를 물어뜯어 죽였다. 해당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백상아리 사체에서 가슴 부위를 처참히 물어뜯긴 흔적이 종종 발견되곤 했다.

당시 이 사건을 연구한 사이먼 엘원 스테렌보쉬대 박사는 "고도로 지적이고 사회적 동물인 범고래의 무리 사냥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home 한소원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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