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카페가 청소년 모텔? 우린 죽어가” 룸카페 사장들의 눈물
2023-03-12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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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모텔이라는 오명 쓰게 된 룸카페
룸카페 집중 단속에 억울함 토로한 업주들
"룸카페가 청소년 모텔이라고요? 우린 다 죽어갑니다."
서울에서 7년째 룸카페를 운영한 김모 씨. 그는 룸카페 집중단속이 시작된 지 한 달여 만에 결국 폐업 신고를 밟고 있다.
그는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탈선을 막겠단 이유로 룸카페들을 강력하게 단속하는데, 룸카페만 막으면 청소년 탈선이 정말 사라진다고 보는 건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룸카페에서 영화를 보고 넷플릭스를 보는 게 탈선을 조장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다들 어디에서건 보지 않느냐. 룸카페, 만화카페, 코인노래방, 보드카페 별반 다른 게 없는데 왜 유독 룸카페만 죽이려고 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버티려 했지만 대대적으로 시설을 변경하라는 고시가 내려와 폐업을 결정했다"며 "나는 떠나지만 앞으로가 막막한 다른 동료 업주들이 걱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청소년 유해 환경 일제 단속에 나섰다. 청소년들의 성관계 장소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는 변종 룸카페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정부는 밀폐 공간에서 청소년 본인 의사에 반하는 폭력 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단속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여가부는 청소년을 보호해야 하는 성인을 처벌하는 것이 단속 취지라며 '청소년 보호법'에 근거해 룸카페를 비롯한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를 단속한다. 고시에 따르면 밀실이나 칸막이로 구획된 시설에 △화장실·욕조 △침구·침대 △컴퓨터·TV △성 관련 기구 등이 비치된 곳에 대해 청소년 출입과 고용이 금지된다.
서울 광진구 건국대 인근에서 5년째 룸카페를 운영 중인 30대 신모 씨는 합법적으로 운영 중인 룸카페들마저 모두 큰 타격을 받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서울 룸카페가 대부분 60~70%가량 매출이 급감했다. 우리도 60%정도 매출이 줄었다"며 "지방 쪽은 더 심각하다. 90%가 넘게 매출이 빠졌다는 곳도 있다. 폐업을 고민하는 분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 너무 안 좋게 보도되는 데다 집중 단속 기간이라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들까지도 카페에 오길 꺼린다"고 토로했다.
그는 "청소년 성관계 문제로 처음 언론에 나온 곳은 룸카페가 아니라 내부 샤워 시설을 갖춘 변종 파티룸"이라며 "그때 이미 룸카페가 청소년 모텔이란 식으로 프레임이 씌워졌다"고 했다.
신 씨는 "룸카페는 방을 갖췄을 뿐 내부에 침대나 화장실, 샤워 시설이 없다. 그런 곳은 당연히 지탄받아 마땅하다"라면서 "대부분의 일반 룸카페는 방음이나 잠금장치 등이 없기 때문에 성관계를 조장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방도 복도 바로 옆에 있고 셀프바 이용을 위해 손님들이 수시로 오가는 구조"라면서 "탈선행위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2018년부터 잠실에서 룸카페를 운영 중인 정모 씨는 청소년 일탈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간혹 신체접촉 행위를 하는 손님이 있으면 다른 손님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에 바로 퇴실을 시키고 있어요. 이런 행위는 룸카페뿐 아니라 막혀 있는 스터디카페, 코인노래방 등 많은 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있습니다. 룸카페는 방음도 안 되고 밖에서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창이 나 있어요. 그렇더라도 불미스러운 행위가 일어날 기미가 있으면 즉각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룸카페 사장들은 하루아침에 시설을 바꾸라는 지침은 과도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단속하는 사람이나 관할 지자체마다 단속 기준이 달라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30대 룸카페 사장 신모 씨는 "새로 내려온 여가부 고시에 따르면 청소년 손님을 받기 위해선 벽 1m 30cm 지점부터 천장까지 창을 내야 한다. 그러면 동물원처럼 밖에서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데 누가 그런 곳에 들어가고 싶겠느냐"라면서 "대부분의 룸카페 업주가 공사를 하지 않고 청소년 손님을 받지 않는 방향으로 영업 방향을 바꾸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변종 업소를 향한 우려에 대해선 나도 잘 알고 공감하고 있다"라면서도 "생계가 달린 업주들과 머리를 맞대 자구책을 마련하는 방법은 없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장경은 경희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단순히 청소년이 룸카페에 가는 걸 막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볼 건 아닌 것 같다"며 "청소년들이 현재 갈 수 있는 놀이·문화 공간이 부재하고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무조건 룸카페를 못 가게 막을 것이 아니라 청소년이 갈 수 있는 건강한 공간을 늘려주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라며 "현장과 정부 지침 간 괴리가 있다면 충분한 합의를 거쳐 청소년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룸카페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