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콕 집은 양자경 수상 소감 편집한 SBS, 사실대로 보도 안 한 이유 밝혔다

2023-03-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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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에서 보도한 양자경 수상소감 장면
양자경, 아시아계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배우의 소감을 의역한 SBS 뉴스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있다.

SBS 뉴스 로고 / SBS 뉴스
SBS 뉴스 로고 / SBS 뉴스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양자경(양쯔충)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날 이름이 호명된 후 무대에 나와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린 양자경은 "오늘 밤 저와 같은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는 어린아이들에게 이것은 희망의 불꽃이자, 가능성이다. 이것은 큰 꿈을 꾸고, 꿈은 실현된다는 증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여성 여러분, 여러분의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마시고,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말해 큰 환호성을 자아냈다. (For all the little boys and girls who look like me watching tonight, this is a beacon of hope and possibilities. This is proof that dream big, and dreams do come true. And ladies, don't let anybody tell you you're ever past your prime. Never give up.)

양자경 수상 소감 해석한 SBS 뉴스 / SBS '모닝와이드'
양자경 수상 소감 해석한 SBS 뉴스 / SBS '모닝와이드'

이 장면은 지상파 방송사 MBC, KBS, SBS는 물론 종합편성채널의 뉴스 매체에서도 전부 보도했다. 하지만 이 중 SBS '8 뉴스'에서만 양자경의 수상 소감 중 '여성분들(Ladies)'이라고 언급한 부분의 음성을 제거하고, '여러분들에게 전성기는 지났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세요'라고 의역한 자막을 내보냈다.

이를 본 네티즌은 "수상 소감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를 굳이 편집까지 하면서 잘라서 내보내다니", "SBS는 사실 그대로를 보도하지 않고 편집해서 내보내는 언론인가 보네요", "왜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았죠?", "굳이 '여성'이라고 말한 단어를 삭제한 저의가 무엇인지?", "한국 뉴스에서 이렇게 편집했는데 양자경 본인의 의도와 부합하냐고 물어봐야겠다", "여성들이라고 말한 게 편집해야 할 부분이었나요?" 등 반응을 보이며 질타했다.

이하 유튜브 'SBS 뉴스'
이하 유튜브 'SBS 뉴스'

그러자 SBS 뉴스 측은 뉴스엔에 "'여러분의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절대 믿지 말라'는 말이 꼭 여성에게만 해당한다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해당 단어를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말은 있는 사실 그대로 보도한 게 아니라, 자체적으로 해석해 편집했다는 말의 인정으로 볼 수도 있는 발언이기 때문에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양자경은 줄곧 여성 인권에 관심을 두고 이와 관련한 목소리를 내던 배우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세계적인 시상식 수상 소감에서 '여성들'이라고 지목한 건 그가 의도한 바가 분명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8년 전 내 인생을 바꾼 비극들은 아직도 발생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내기도 했는데, 이 기고문에서 양자경은 재해와 관련해 지역 사회, 국내 정치, 국제 정치 등 각 영역에서 여성의 진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2012년에는 프랑스 유명 감독 뤽 베송이 연출한 영화 '더 레이디'에서 미얀마의 영웅 아웅산 수 치를 연기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아웅산 수 치를 가리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이자 여성 운동가"라고 표현했다.

영화 '더 레이디' 스틸컷
영화 '더 레이디' 스틸컷

한편 양자경이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미국 이민 1세대인 에벌린(양자경)이 멀티버스를 넘나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겼다. 해당 작품에서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만 여우주연상,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 등 총 7개 부문에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포스터
home 한제윤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