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억짜리 '태권V 테마파크' 두고 인터넷이 시끌시끌한 이유 (전북 무주군)

2023-03-19 07:52

add remove print link

전북 무주군, '192억' 12m 태권브이 로봇 제작
누리꾼 “차라리 넥슨과 메이플랜드 만들어라”

태권브이 피규어 / 연합뉴스
태권브이 피규어 / 연합뉴스

전북 무주군이 192억원을 들여 대형 '태권브이' 로봇이 설치된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을 두고 온라인이 시끌시끌하다.

무주군이 태권도와 인연이 깊은 지역인만큼 태권도 아이콘인 태권브이 관련 시설을 개발해 관광객을 끌어모으겠다는 취지이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주 타깃층인 어린이들이 '과연 태권브이가 무엇인지 알기나 할까'라는 근원적인 물음이 제기된다. 과도한 전시성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북 무주 태권브이랜드 조감도. 광장에 우뚝 솟은 것이 움직이는 태권브이 로봇이다. / 무주군·연합뉴스
전북 무주 태권브이랜드 조감도. 광장에 우뚝 솟은 것이 움직이는 태권브이 로봇이다. / 무주군·연합뉴스

현재 무주군은 읍내 당산리 일원에 192억원을 투입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로봇 체험공간인 태권브이랜드를 조성하고 있다.

이곳에는 로봇 콘텐츠, 양자에너지 터널, 파일럿 훈련소, 태권브이 콘텐츠 전시체험관, 디지털 체험 공간, 편의시설 등도 들어선다.

특히 만화영화 캐릭터를 재연한 높이 12m의 동작형 태권브이 로봇이 완성을 앞두고 있다. 본체 조립이 완료되면 태권브이 로봇은 날렵하고 강인한 외형을 갖추며 가벼운 움직임도 구현할 수 있다.

태권브이는 1970년대 김청기 감독의 한국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 V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역 로봇이다.

군은 태권브이 로봇과 태권브이랜드가 완공되면 태권도의 고장임을 알리는 홍보 효과와 함께 관광객도 늘 것으로 전망한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하지만 누리꾼들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자칫 혈세만 낭비한 흉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무엇보다 태권브이 캐릭터의 상품성에 대한 의문 부호가 따르기 때문이다.

현재 태권브이의 팬층은 대부분 40대 후반~50대로 점점 고령화가 진행되는 세대다. 이들의 자녀들은 태권브이가 무엇인지도 모를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특성상 주 타깃층이 어린이들이 돼야 하는데 정작 어린이들은 외면하는 반쪽짜리 조형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07년, 31년 만에 국내에서 재개봉해 관심을 끈 애니메이션 '로보트 태권브이'의 경우 초반 예매율 1위를 기록했는데 예매 관객들 거의는 이 영화를 어린 시절 보았던 30~40대였다.

또한 태권브이 자체가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마징가'의 표절이라는 설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사업 성공의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전자책으로 발간된 '로보트 태권브이'  / 시공사·연합뉴스
전자책으로 발간된 '로보트 태권브이' / 시공사·연합뉴스

일부 누리꾼들은 "'틀딱'들 추억팔이용", "넥슨이랑 계약 맺고 메이플랜드 만들어라", "반딧불이 보호를 해라", "차라리 또봇 랜드 만들어라", "일본의 '건담'이야 스토리 라인도 있고 상징성이 크기나 하지" 등 조롱 섞인 반응을 내놓았다.

한편 1970~8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태권브이 로봇의 조종 방법은 간단하다. 조종석에서 주인공(김훈)이 하는 태권도 동작 그대로 로봇도 움직이는 방식이다. 요즘 과학자들도 이런 식으로 조종하는 로봇을 연구하고 있지만, 태권브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아직 나아가지 못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