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마리에서 160마리로…무서운 번식력으로 결국 추방당한 '코카인 하마'
2023-03-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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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마약왕 에스코바르가 기르던 하마들의 후손들
중성화도 소용없어 결국 멕시코·인도로 강제 이주 결정
콜롬비아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기르던 하마들의 후손 일부가 해외로 강제로 이주당한다.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CNN에 따르면 에스코바르가 1980년대 애완 목적으로 들여온 수컷 하마 1마리와 암컷 하마 3마리가 급속도로 번식하며 어류 생태계와 주민들을 위협해 일부 하마들의 이주가 결정됐다.
에스코바르는 1980년대 안티오키아주 메데인에서 약 250km 떨어진 아시엔다나폴레스 동물원에 하마 4마리를 입양해왔다. 이후 1993년 에스코바르가 사망하자 콜롬비아 당국은 그의 동물원에 있던 동물들을 다른 지역으로 옮겼다. 하지만 하마는 옮기기 어렵다는 이유로 동물원에 그대로 방치했다.

이후 남겨진 4마리 하마들은 마그달레나 강 유역에 서식하며 빠른 속도로 번식해나갔다. 당국에 따르면 4마리에서 시작한 하마는 현재 130~160마리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하마들은 마약왕이 키웠다는 이유로 '코카인 하마'로 불리기도 했다.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된 한 논문에는 이곳 하마의 개체 수가 20년 안에 1500마리로 급증할 것이란 무서운 예측까지 담겨 있다. 이 논문은 하마의 배설물이 수역 산소농도에 영향을 미쳐 어류 생태계뿐 아니라 주민들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하마가 서식하는 강 유역에서 발견된 박테리아의 악영향 때문이다. 이 박테리아는 시아노박테리아로 불리는데, 이는 수질을 떨어트리고 물고기 떼죽음을 유발해 어업 공동체까지 망칠 수 있다.

결국 주민들의 우려가 깊어지자 당국은 하마의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피임 화살을 이용해 수컷의 생식기능을 없애거나 암컷의 피임을 유도했다. 하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이에 당국은 최근 하마 70마리를 인도와 멕시코 자연보호구역에 각각 60마리, 10마리씩 이주시키는 계획을 마련했다.
가비리아 주지사에 따르면 콜롬비아농업연구소 등의 승인을 거치면 올 상반기 내 하마들의 이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