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까지 한자로 못 읽으면 무식한 거 아님? 내가 젊은 꼰대야?”
2023-03-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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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상식이라고 말하니까 자기 때는 한자 필수 아니었다고…”
지난해 불거진 '심심한 사과' 논란에 이은 한자 문해력 논란
지난해 '심심한 사과'에서 '심심((甚深·마음의 표현 정도가 깊음)'에 대한 문해력 논란이 일어난 데 이어 이번엔 한자 문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1~10까지 한자로 못 읽으면 무식한 거 아님?'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도 한자를 잘 모르지만 숫자 1~10까지는 한자로 읽을 수 있다는 작성자는 이를 모른다고 당당하게 고백한 협력사 직원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작성자는 "나도 한자 잘 못하고 신문 타이틀 한자만 읽는 수준이다. 협력사 직원한테 중국에서 자료 온 거 보내줬는데 한참 보다가 한자 6이랑 7,9 모른다며 '이건 뭐죠? 중국어 못해요'라고 하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건 상식이라고 (직원한테) 말하니까 자기 때는 한자 필수 아니었다고 너무 당당하게 얘기하더라. 지방대 4년제 나온 친구이긴 한데 중고딩 때 일어, 중국어도 배우고 그게 아니더라도 초딩 때 지식만으로 1~10은 한자로 읽지 않냐"라며 황당해했다.
또 "쓰는 건 백번 양보한다 쳐도 솔직히 이건 좀 무식한 거 아닌가?"라며 "3살 차이 나는데 '요즘 애들은 이런 거 몰라요'라면서 내가 젊은 꼰대인 것처럼 말하길래 하소연해 본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무식한 거 맞는다"와 "무식한 거 아니다"라는 선택지로 구성된 투표창을 열어 여론조사에 나섰다. 투표 참여한 네티즌들의 70% 이상은 "무식한 거 맞는다"에 공감했다. 반면 후자에 투표한 이들은 26.9%에 불과했다.

이에 지방대를 막 졸업했다는 한 네티즌은 "기초 한자랑 본인 이름 정도는 한자로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그리고 지방대 나온 사람이 한자를 모르는 게 아니라, 그냥 무식한 사람이 기초 한자도 모르는 것"이라고 댓글을 남겨 이목을 끌기도 했다.
또한 대부분 네티즌은 "물론 모를 수도 있다. 근데 똑똑한 요즘 아이들이라면 모르면 파파고를 켜든가 구글 렌즈를 쓰든가 하면 되지 않느냐. 잘난 핸드폰이 다 알려주는구먼. 업무상 필요한 걸 모른다고 뭉개는 태도가 너무 별로다", "요새 무식한 건데 당당한 사람들 많다. 숫자, 년, 월, 일 등 최소 상식 수준의 한자도 많은데"라며 의아해했다.

또 한 네티즌은 "우리가 배운 상식들의 출처를 한번 찾아봐라. 드라마 같은 매체에서 배운 것, 부모님께서 시켜서 한 것, 학교에서 배운 것 말고 뭐 있나 싶은데. 요즘 매체에서 안 보여주고 부모님하고 학교에서 안 가르쳐주면 모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싶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해 서울의 한 카페는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자 "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라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당시 일부 트위터 네티즌들은 "심심한 사과라니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무슨 심심한 사과냐", "이것 때문에 더 화나는데 꼭 '심심한'이라고 적어야 했느냐"라며 분노했다.
하지만 실제로 카페 관계자가 말한 '심심(甚深)'의 뜻은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라는 뜻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요즘 사람들의 문해력이 큰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한편 국립국어원이 지난 2020년 만 20~69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언어 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6.3%는 '신문과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말의 의미를 몰라 곤란했던 경험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자주 있다"라고 답했다. 앞서 5년 전인 2015년 같은 조사에서 같은 대답에 대한 수치는 5.6%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