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성 수강생은 안 받는다는 충남 아산 오토바이 학원…무슨 일이?

2023-03-3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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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수리비·보상금 부담에 두 손 들어”
경찰 “수강생 가려 받는 학원 제재 못해”

기사와 관련 없는 여성 라이더. / 유튜브 채널 '세아로그'
기사와 관련 없는 여성 라이더. / 유튜브 채널 '세아로그'

최근 일반인들 사이에 '바이크 붐'이 일면서 레저로 오토바이에 입문하는 여성들이 느는 가운데 지방의 한 오토바이 운전면허 학원이 여성 수강생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여성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공공적 성격을 가진 교육기관인 운전학원에서 특정 성별의 수강생을 거부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학원 측은 여성이 불리한 신체 조건으로 인해 교육 중 오토바이를 파손시키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부상 보상금을 둘러싼 갈등까지 겹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관리·감독기관인 경찰은 현행법상 수강생을 가려 받는 학원에 대한 제재 가이드 라인이 없는 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학원에서 오토바이 운전 연습을 하는 여성. 기사와 관련 없음. / 유튜브 채널 '라이트바겐'
학원에서 오토바이 운전 연습을 하는 여성. 기사와 관련 없음. / 유튜브 채널 '라이트바겐'

이달 충남 아산의 A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은 자체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웠다. 여성들의 2종 소형 면허(오토바이 면허) 취득을 도와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쉽게 말해 여성 수강생은 사절한다는 의사 표시였다. 상당수 자동차운전학원은 자동차 외에 오토바이 운전 강습도 병행한다.

공지에서 학원 측은 "오토바이 면허를 따는 데 있어 남성보다 근력이 약하고 신장이 작은 여성들을 교육하는 게 더 힘들다"며 "오토바이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여성들도 많기에 넘어질 수 있는 안전상의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오토바이 학원들이 여성 수강생을 꺼린다는 게 A학원의 얘기다.

학원 측은 "그러나 우리 학원은 초보 여성 수강생들을 받아 학원 내 2종 소형장(코스 교육장) 바로 옆 공터에서 일자로 운전하기, 원 그리기, 팔자 그리기 등 기초교육을 해드렸다"고 강조했다.

여성에게 전향적이었던 학원의 태도가 인제 와서 달라진 데는 곡절이 있었다. 부상으로 기초교육 단계에서 교육을 중도 포기한 여성 수강생이 환불 및 보상을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하 A 학원이 자체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이하 A 학원이 자체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

학원 측 주장에 따르면 한 여성 수강생은 학원이 가입한 보험사가 제시한 보상 금액이 성에 차지 않자, 정규 교육장이 아닌 학원 내 공터에서 기초교육을 했다며 경찰에 학원을 신고한 것.

오토바이 운전면허를 따려면 학과교육(5시간)과 기능교육(10시간)을 마쳐야 한다. 비용은 35만~40만원 선이다.

기능교육에는 기초교육(5시간)과 코스를 실제 타보는 종합교육(5시간)이 있는데, 모든 기능교육은 정해진 교육장에서 진행돼야 한다. 경찰청이 사전 허가한 부지에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시정 명령 대상이다.

현장 조사를 포함해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봐야 하지만 정황상 수강생이 기초교육을 받은 학원 내 공터는 경찰의 허가를 받지 않은 공간일 가능성이 있다.

2종 소형 면허(오토바이 면허) 시험장에서 응시자가 코스 시험을 보고 있다. / 유튜브 채널 '실천대장  장단헝아'
2종 소형 면허(오토바이 면허) 시험장에서 응시자가 코스 시험을 보고 있다. / 유튜브 채널 '실천대장 장단헝아'

A 학원 관계자는 경위를 묻는 위키트리에 "좁은 코스 교육장 대신 학원 내 공터에서 기초교육을 진행했는데 거기서 한 여성 수강생이 넘어져 다치자 '무리해서 교육을 시켰다', '교육장에서 교육을 안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장에 기초교육을 할 수 있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공터를 이용한 것인데 그것이 문제가 될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A 학원에서는 그간 여성 수강생들이 신장이 짧은 탓에 강습 중 넘어지는 사고가 잦아 오토바이 수리비가 경영 부담이 될 지경이었다고 한다.

학원 측은 공지에서 "이런 일(고객과 마찰)이 몇 번 있다 보니 학원에서도 여성들의 오토바이 면허 취득을 도와드리기 어렵다"며 "여성 비하나 여성 차별 의도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현재 해당 공지는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

레이스를 펼치는 라이더들 / 뉴스1
레이스를 펼치는 라이더들 / 뉴스1

학원을 관리·감독하는 경찰은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현행법상 학원이 수강생을 가려 받는 부분에 대한 명확한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

충남경찰청 관계자는 위키트리에 "이 사안이 시정명령이나 행정처분 대상인지도 불분명하다"면서 "공공적 성격을 가진 학원에서 여성을 받지 않는 건 과한 부분이 있는 만큼 가급적 수강생들을 가려 받지 않도록 학원에 권고할 예정이다"고 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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