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한바탕 뒤집어 놓은 '인피니티 사건' 결말이 떴다 (ft. 본인 등판)

2023-03-3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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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수사대가 밝혀낸 진실
며칠째 보배드림서 화제된 사건

일명 '인피니티 사이드미러 사건'이 며칠째 보배드림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벼운 접촉 사고인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황당한 사기였다.

29일 보배드림을 통해 처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일명 '인피니티 사건' 사진은 문제의 사이드미러 / 이하 보배드림
29일 보배드림을 통해 처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일명 '인피니티 사건' 사진은 문제의 사이드미러 / 이하 보배드림

이 일은 지난 29일 두 아이를 홀로 양육 중인 여성 A 씨가 보배드림에 글을 올려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학원 차량을 기다리던 아이가 빌라 앞에 주차된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치고 지나갔는데 차주가 수리비, 차량 렌트 비용 등을 다소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A 씨가 쓴 글을 요약하면 그는 이날 '아이 때문에 차가 망가졌다'는 식의 전화를 받고 사고 현장을 찾았다. 아이는 울고 있었고, 운전면허도 없고 차 사고를 겪어본 적 없던 A 씨는 일단 경찰을 부르려 했다. 그러자 피해를 주장한 차주는 이를 만류하며 "아이 보험을 들어놓은 게 있냐?"고 물었고, 이후 "(사이드미러가) 작동이 안 돼서 수리비를 알아봐야 한다", "지금 병원 갔다가 연락주겠다"고 하고 자리를 떠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몇 시간 뒤 차주에게서 문자가 왔다. 수리비를 알아보니 100만 원 넘는 돈이 나온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차량(인피니티 G37 쿠페 모델) 부품을 구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그 기간 렌트까지 하면 비용이 300만 원이 추가된다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고비용에 놀란 A 씨는 아이 이름으로 가입한 보험사에 연락해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과 관련해 문의를 했고, 걱정이 가시지 않아 집 인근 지구대도 찾았다. 딱히 큰 도움은 받지 못했지만, 당사자 간 잘 합의하라는 조언을 얻고 집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또 차주한테 전화가 왔다. "정비센터에 견적을 받아보니 해외에서 부품을 구매하는 비용 73만 원을 포함해 수리비 108만 원이 나온다", "부품 배송 기간도 6개월이 걸린다"며 "부담이 될테니 현금 65만 원에 처리하자"는 게 차주 입장이었다.

A 씨는 "일단 보험사 담당자 연락을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만 양해해달라"고 했고, 해당 차주는 렌트비를 언급하며 계속 현금을 요구했다.

맞은편 빌라 이웃이었던 차주는 A 씨에게 계속 문자와 전화 등을 해오며 "현재 일을 쉬고 있어서 사정이 안 좋으니 현금으로 빨리 처리해달라"고 재촉했고, A 씨는 시도 때도 없이 오는 연락에 일상이 불가할 정도였다고 호소했다.

피해를 주장한 차주가 끊임없이 연락을 했다며 A 씨가 공개한 내역
피해를 주장한 차주가 끊임없이 연락을 했다며 A 씨가 공개한 내역

처음 이 사연이 올라오자, 네티즌은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사이드미러 수리 비용치고 너무 고액인 데다 렌트 비용까지 요구한 게 덤터기를 씌운 것 같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네티즌은 "차를 때려 부순 건가요? 무슨 렌트요?", "사이드미러 수리하는데 400만 원을 요구한다길래 벤틀리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G37 쿠페?", "G37 중고 가격이 300만 원 수준인데 무슨...", "어른이 애 상대로 너무하네요", "현금 절대 주지 말고 무조건 보험처리 하세요"라며 A 씨에게 조언했다.

일부 네티즌은 조금 다른 의견을 냈다. 어린아이가 일부러 힘을 가해서 망가뜨린 것도 아니고 지나가면서 쳤는데 사이드미러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고장 났다는 게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몇몇 네티즌은 "원래 고장 났던 거 같은데?", "애가 무슨 힘이 있다고 그게 박살이 나?", "이미 고장 난 걸 아이한테 덤터기 씌운 걸로 의심되는데요", "원래 고장 난 사이드미러를 이참에 고치겠다는 심보 같은데"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과거 로드뷰 기록에 해당 차량(인피니티)이 찍혀 있는 모습을 네티즌이 발견해 보배드림에 올렸다. 사고 전에도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는 고장 상태였다는 점이 확인됐다.
과거 로드뷰 기록에 해당 차량(인피니티)이 찍혀 있는 모습을 네티즌이 발견해 보배드림에 올렸다. 사고 전에도 사이드미러가 접히지 않는 고장 상태였다는 점이 확인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네티즌들의 얘기가 맞았다. 아이가 망가뜨렸다고 한 사이드미러는 사실 해당 차주가 중고로 차를 매입할 때부터 작동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는 상태였다.

A 씨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네티즌 수사대는 A 씨가 공개한 피해 차량 사진에서 번호판을 보고 차적 조회를 했고, 이 차가 중고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사이드미러 고장이 있었다는 정황을 찾아냈다. 로드뷰에 찍힌 해당 차의 모습을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런 내용이 추가로 알려지면서 커뮤니티 회원들은 공분을 터뜨렸다. 원래 고장난 자기 차를 고치려고 어린 아이한테 죄를 뒤집어 씌운 파렴치한이라는 비난도 쏟아졌다.

인피니티 차주가 보배드림에 30일 오후 올린 글
인피니티 차주가 보배드림에 30일 오후 올린 글

상황이 심각해지자, 해당 차주가 직접 보배드림에 등판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차라리 현금 처리가 낫겠다 싶어서 말씀드린 부분이었다", "A 씨와 소통하던 중 오해가 있었다"는 식의 해명을 하더니 결국엔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인피니티 차주는 30일 보배드림 글을 통해 "소통에 조금 문제가 있었다. 수리비는 받지 않기로 했고, 놀라신 마음 제가 위로한다고 되진 않겠지만 사과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많이 배우지 못해서 소통 능력이 떨어져 전달을 잘못 드렸다.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해당 차량을) 수출 단지에 있는 외국인에게 구매했는데 (살 때부터) 운전석 쪽 전동기어 상태가 좋지 못했다. 작동이 됐다 안 됐다 하는 상황이었다. 언제 고장 날지 모르는 상태였던 거 같다"고 실토하면서 "정말 죄송하다. 다신 이런 일 없게끔 정신 차리고 살겠다"고 거듭 사과했다.

추가 사과문
추가 사과문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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