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연인'부터 '재벌집'까지... 결말이 아쉬운 드라마를 모았습니다

2023-04-0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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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2% 부족했던 주요 드라마 5편
'파리의 연인'부터 '재벌집 막내아들'까지

용두사미(龍頭蛇尾). 시작은 용 머리처럼 웅장하나 끝은 뱀 꼬리처럼 빈약하단 뜻이다. 드라마가 흥행 가도를 달리며 고공 행진했음에도 아쉬운 결말이 회자한다면 이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을 터. 용두사미 결말로 입방아에 오른 주요 드라마에 대해 알아봤다.

1. '파리의 연인'

'파리의 연인' 메인 포스터 / SBS 제공
'파리의 연인' 메인 포스터 / SBS 제공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 2004년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은 재벌 2세 한기주(박신양)와 평범한 여성 강태영(김정은)의 러브스토리를 담았다. “애기야 가자”, “내 안에 너 있다” 등의 대사가 현재까지도 회자된다. 마지막 회 시청률이 50%를 넘을 정도로 신드롬을 일으킨 작품이다.

문제는 마지막 회에서 이 모든 내용이 작가인 강태영이 쓴 소설이란 점이 암시돼 시청자 공분을 샀단 점이다. 김은숙 작가는 2017년 일간스포츠 인터뷰에서 “아직도 반성하고 있다”며 “그때는 그 끝이 보너스 트랙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시청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욕을 들으면 그건 잘못”이라고 했다. 드라마가 나온 지 13년 만에 사과한 셈이다.

2. '지붕 뜷고 하이킥'

'지붕 뜷고 하이킥' 메인 포스터 / MBC 제공
'지붕 뜷고 하이킥' 메인 포스터 / MBC 제공

2009년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은 닐슨코리아 기준 최고 시청률 24.9%를 기록하고, 극 중 등장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 모두가 사랑받는 등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마지막회가 뜬금없이 세경(신세경)과 지훈(최다니엘)이 교통사고를 당해 죽음을 암시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단 점이다. 의사인 지훈은 식모로 지내다 타히티로 이민 가는 세경을 차로 공항까지 배웅하다 호감을 고백했다. 이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란 대사와 함께 화면이 멈추고 그대로 작품이 마무리된다. 그러자 신세경이 귀신이나 저승사자였다는 말까지 돌았을 정도로 거센 후폭풍이 불었다.

김병욱 PD는 2011년 '하이킥-짧은 다리의 역습'(하이킥 3) 제작 발표회 당시 "'지붕킥' 결말에 대해 죄송하다. '지붕킥'의 결말이 우울했다"라며 "'지붕킥'이 멜로 중심이었다면 '하이킥3'는 소동 중심으로 나갈 것이다. 다이내믹하게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3.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메인 포스터 /tvN 제공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메인 포스터 /tvN 제공

2018년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현빈·박신혜가 출연하고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집필한 송재정 작가가 대본을 맡았단 점만으로 방영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투자회사 대표인 유진우(현빈)가 스페인 그라나다를 방문해 정희주(박신혜)가 운영하는 오래된 호스텔에 묵으면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리는 드라마. 증강현실을 소재로 한 게임물이다.

문제는 후반부로 갈수록 무리한 전개와 비슷한 장면이 이어졌단 점이다. 결국 답답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엔딩으로 막을 내리자 시청자 불만이 극에 달했다. 드라마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이어지는 PPL(간접광고)도 도마 위에 올랐다.

4. '빅마우스'

'빅마우스'  메인 포스터 /MBC  제공
'빅마우스' 메인 포스터 /MBC 제공

지난해 MBC 드라마다.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 박창호(이종석)가 우연히 맡은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th)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살아남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대한 음모로 얼룩진 특권층의 민낯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문제는 빅마우스 정체가 밝혀진 뒤 수많은 '떡밥'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한 채 개연성이 무너지기 시작했단 점이다. 급기야 결말에서는 아내 고미호(임윤아)가 죽자 주인공이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란 모토를 버리고 '복수귀'가 돼 시청자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5. '재벌집 막내아들'

'재벌집 막내아들' 메인 포스터 /JTBC 제공
'재벌집 막내아들' 메인 포스터 /JTBC 제공

지난해 JTBC 드라마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이 원작이다. 재벌그룹 순양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 윤현우(송중기)가 순양 창업주 진양철(이성민)의 막냇손자 진도준으로 회귀해 승계 전쟁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성민과 송중기의 열연, 진도준이 경쟁자들을 하나하나 꺾고 순양 회장에 오르는 과정에서 선사하는 카타르시스가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12월 25일 방영된 마지막 회는 26.9% 시청률(닐슨코리아)을 기록했다.

역시 예상 못 한 결말이 나왔다. 앞선 이야기가 모두 윤현우의 꿈이었다는 것. 마지막 회에선 1회에서 총을 맞고 절벽에서 떨어진 윤현우가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일주일 만에 깨어난다. 그러면서 진도준으로 회귀해 승계 싸움에 뛰어들어 벌어지는 일이 모두 꿈으로 밝혀진다. 윤현우는 진영기(윤제문)가 진도준 사망 사건의 배후이며 자기도 공범이라고 청문회에서 직접 밝힌다. 작품은 윤현우가 과거를 참회하며 마무리된다.

대다수 시청자는 이런 결말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진도준이 된 윤현우의 그간 고생이 아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일부 시청자는 진도준이 순양 회장에 등극하는 원작의 결말을 따라가는 게 나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ome 이범희 기자 heebe904@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