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뇌전증' 실신 연기한 라비, 눈코입 다 가리고 나타난 공판에서 한 말

2023-04-1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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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 라비, 병역 기피 혐의 첫 공판 출석
앞머리 길러 눈 가리고 법원 들어선 라비

가수 라비가 병역법 위반 혐의 첫 공판에 출석했다. 앞머리를 길러 눈을 전부 가린 상태로 나타났다.

법원 들어서는 가수 라비 / 이하 뉴스1
법원 들어서는 가수 라비 / 이하 뉴스1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는 11일 허위 뇌전증으로 병역 의무를 회피한 혐의로 기소된 라비가 공판에 참석했다. 이 재판은 라비를 비롯해 나플라 등 8명에 대한 첫 재판이었다. 라비는 검은색 정장에 앞머리는 눈을 가릴 정도로 기르고, 흰색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을 거의 노출하지 않았다.

라비는 최후 진술에서 "(병역 면탈 시도) 당시 저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창출하는 아티스트였고 코로나 이전 체결된 계약의 이행 시기가 늦춰지고 있었다"며 "그 상태로 사회복무요원 복무가 시작되면 계약 위반으로 거액의 위약금이 발생돼 어리석고 비겁한 선택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및 재판을 받으며 제 잘못이 얼마나 큰 건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줬는지 깨달았다"며 "저로 인해 상처받았을 뇌전증 환자들과 가족들에게 사죄한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덧붙였다.

고개 숙인 라비
고개 숙인 라비

라비는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된 병역 브로커 구모(47) 씨와 공모해 거짓 증상으로 뇌전증을 진단받아 병역을 면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라비는 소속사 공동 대표와 지난 2021년 3월 구씨에게 약 5000만원을 건네 병역 면탈 시나리오를 받았다. 라비는 해당 시나리오대로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연기했다. 이후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서는 입원 치료 대신 외래 진료를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검찰은 병역면탈을 시도한 혐의를 받는 라비와 그를 도운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38) 씨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병무 비리 혐의를 받는 래퍼 나플라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병역 비리 이전에 그룹 빅스 멤버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의 라비
병역 비리 이전에 그룹 빅스 멤버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절의 라비

검찰은 "병역 브로커와 조직적으로 소집 해제를 신청한 점, 특히 라비와 나플라의 경우 최초 병역 판정 이후 장기간에 걸쳐 연기하던 중 본 건 범행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라며 "법정에 이르러 자백하고 있으나 수사 당시 객관적 증거 제시 전에는 변명 또는 부인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였다"라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래퍼 나플라도 참석했다. 그는 "어렵게 얻은 인기라 너무 소중했고 갑자기 입대해 활동 중단될 경우 어렵게 쌓은 인기가 모두 사라져버릴까 두려웠다"라며 "단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병역 기회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라고 선처를 구하면서 울먹였다.

나플라 역시 그루블린 대표 김씨, 브로커 구씨와 공모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으려 한 혐의를 받는다. 나플라는 서울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배치됐지만 141일이나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나플라의 일일복무상황부를 조작한 혐의 등을 받는 서초구청 소속 공무원 A씨(36), B씨(45), C씨(54)에 대해 각 벌금 1000만원을 구형했다. 나플라와 유사한 방식으로 병무 비리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회사원 송모씨(28)에 대해서는 징역 1년이 구형됐다.

나플라가 출근한 것처럼 출근부 등 관련 공문서를 허위로 꾸민 혐의로 구속기소 된 서울지방병무청 복무담당관 강모씨(58), 서초구청 공무원 염모씨(58)에 대한 재판은 다음 달 4일로 연기됐다.

home 한제윤 기자 story@wikitree.co.kr